‘익숙한 멜로디에 젖어들 걸?’ 복고풍 신스팝 전문 아이돌 라붐

봄꽃이 전국에 만개한 요즘, 계절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 노래들이 인기다. 흩날리는 벚꽃을 연상시키는 어쿠스틱한 감성의 곡부터 달달한 고백송까지 요즘 음악차트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지난 4일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열린 열한 번째 월요쇼케이스의 주인공도 봄기운 가득한 노래로 돌아온 걸그룹 ‘라붐’이었다. 그룹명을 들으면 아직 낯설게 느끼는 이들이 많지만 라붐은 나름 일관된 음악적 방향을 추구해 온 아이돌이다. 파격적인 컨셉으로 대중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기보다는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천천히 팬층을 넓혀가는 걸그룹 라붐을 만나고 왔다. 



걸그룹 라붐이 새롭게 내놓은 싱글 ‘프레시 어드벤처(Fresh Adventure)’는 발랄한 봄노래로 가득 찬 앨범이다. 타이틀곡 ‘상상더하기’는 ‘뿅뿅’거리는 신디사이저 멜로디가 경쾌한 분위기를 한껏 살린 댄스곡이다.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댄스곡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걸그룹에게는 조금 심심한 컨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름을 알리려면 더 과감한 컨셉을 시도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지난 2014년 데뷔 이후 라붐이 내놓은 네 장의 싱글앨범을 들어본 결과 생각이 달라졌다. 이들은 ‘파격’이란 수식어가 붙을 법한 컨셉을 무리하게 시도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로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나가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라붐은 그룹명에서 연상되는 80년대 동명 영화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복고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신스팝(신디사이저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일렉트로팝)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안전한 선택이다. 어차피 폭발적인 10대 팬덤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자 아이돌의 한계를 인정하고,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팬층을 공략할 수 있는 복고풍 음악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상상더하기는 봄과 여름의 느낌에 딱 맞는 청량한 노래에요. 지친 일상에 활력을 더해줄 수 있는 노래라는 의미기도 하고요.” (지연)

“1970~80년대 신스팝의 분위기를 유지했어요. 이런 복고적인 노래가 저희만의 색이라고 생각해요.”(소연)


라붐처럼 친근함과 편안한 멜로디를 앞세우는 걸그룹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우선 ‘지구력이 좋은’ 기획사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다소 미지근한 대중의 반응을 감내하며 계속 앨범을 내 줄 수 있느냐의 여부다. 다행히 라붐의 기획사는 나름 탄탄한 체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아로아로’로 음악방송 활동을 10주간 이어간 점에서 그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 요즘 가요계에서 한 곡으로 10주 활동하는 예는 찾기 힘들다.

또 다른 성공조건은 예능형 멤버의 활약이다. 신비주의나 실력파 이미지가 아닌 이상 특정 멤버가 예능에서 ‘웃겨 줘야’ 음원순위와 인지도에도 탄력이 붙는다. 다행히 라붐에는 훌륭한 예능형 멤버가 있는 듯하다. 비주얼 센터이기도 한 솔빈은 쇼케이스 내내 건강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주도적으로 멘트를 이끌어 갔고 기자들의 다소 복잡한 질문에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조목조목 답변했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의 패널로 나와 주눅들지 않고 그룹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할 만한 언변을 보여줬다. 강력한 개인기를 연마한다면 금상첨화다.

“이번 활동의 목표요? 솔직히 그룹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게 목표죠. 그리고 이번엔 차트 100위권 안에 꼭 들어가보고 싶어요.”(솔빈)


이번 앨범의 수록곡 ‘쓰리 스트라이크 아웃(3 Strike Out)’은 사랑을 야구에 비유한 가사와 야구 동작을 본 딴 안무가 돋보이는 곡이다. 멤버들이 직접 만든 안무인데, 투수의 피칭자세나 선수들끼리 주고받는 사인을 적용한 동작들이 가사와 잘 들어맞는다.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된 만큼 삼촌팬들의 눈길을 붙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1위 공약이요? 음, 저희 팬클럽 이름이 ‘라떼’인데 방송국 앞에서 팬들에게 카페라떼를 직접 만들어 주면 어떨까요? 제가 카페 알바생이었는데 꽤 잘 만들었거든요.”(유정)


포화상태라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경쟁이 심한 걸그룹 시장에서, 라붐은 자신만의 색을 유지하며 꿋꿋이 팬층을 늘려나가고 있다. 데뷔 3년차 걸그룹의 뚝심 있는 행보가 ‘대박’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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