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든 가짜든 상관없어요. 행복하면 됐죠.“ 마술사 프란츠 하라리 내한공연

세계 3대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에 필적하는 일루셔니스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공연예술가. 화려한 수식어를 자랑하는 마술사 프란츠 하라리가 내한공연 중이다. 타지마할과 우주 비행선을 눈 앞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던 초대형 마술의 거장은 한국에서 어떤 공연을 선보일까? 지난 1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란츠 하라리의 <그랜드 일루전> 프레스콜에 다녀왔다.


십수 년 전에 방영됐던 SBS의 예능 프로그램 <호기심 천국>을 기억하는가? ‘타이거 마스크의 마술쇼’는 <호기심 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코너 중 하나다. 복면을 쓴 마술사가 신체절단, 순간 이동 등의 마술을 보여준 후 그 원리를 낱낱이 공개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타이거 마스크로 인해 <호기심 천국>은 시청률을 올렸지만, 마술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대중들이 더 이상 마술을 신비롭게 여기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호기심 천국>이 종영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타이거 마스크가 가르쳐 준 트릭도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한 번 시시해져 버린 마술은 좀처럼 다시 흥미롭게 여겨지지 않았다.

마술사 프란츠 하라리가 내한공연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던 것도 타이거 마스크의 잔상 때문이었다. 프란츠 하라리가 보여주는 공중부양, 신체분리, 공간이동 같은 마술은 모두 타이거 마스크가 원리를 공개했던 ‘일루전(illusion, 거대 도구를 이용한 마술)’ 장르에 해당한다. 신비감을 잃어버린 일루전 마술로 어떻게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프란츠 하라리는 이 문제를 나름의 서정적 무대연출로 풀어나가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녀의 신체가 절단됐다가 다시 붙었다.’는 마술적 현상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미녀가 상자 속에 들어가기 전에 보여주는 우아한 안무도 봐 달라는 식이다. 마이클 잭슨, 백스트리트 보이즈, 어셔 등의 무대 디자인과 연출을 담당했던 마술사인 만큼 음악과 안무 구성에서 2000년대 팝의 정취도 듬뿍 느낄 수 있다.

“마이클 잭슨과 26년 동안 친구로 지냈어요. 그는 저에게 이전까지 없었던, 남들과는 다른 저만의 차별점을 가지라고 조언해주곤 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공연을 연출하면서 잭슨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그에게서 배운 것들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프란츠 하라리)



프란츠 하라리는 프레스콜 무대에서 미녀의 신체를 9개로 분리시키고, 팽팽하게 펼쳐진 두 장의 얇은 천 사이에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관 속에 갇혀 수 십 개의 나사못에 관통당하고도 어느새 무대 뒤에서 멀쩡히 걸어 나왔다. 어쩐지 트릭을 알 것만 같은 미심쩍은 기분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BGM으로 깔리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팝스타들의 명곡과 미녀들의 아크로바틱한 몸짓, 화려한 조명 연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충분히 즐거운 공연이었다.



“마술의 원리는 유투브에서 찾아봐도 다 나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에요. 마술이 진짜이든 가짜이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평범한 사람인 제가 무대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보여주듯이 여러분도 각자의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마술을 이뤄나가셨으면 좋겠어요.” (프란츠 하라리)


복잡한 이성적 사고의 틀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프란츠 하라리의 <그랜드 일루전> 마술 쇼는 오는 4월 27일까지 장충체육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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