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특별했던 휴일, <마이 버킷 리스트> 배우와의 만남

지난 6일, 황금 연휴의 한가운데에 내리는 부슬비를 가르며 40여명의 관객들이 한 곳에 모였다. 이들이 모인 곳은 블루스퀘어 네모.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에 출연 중인 유승우, 김지휘, 손유동, 김현진의 버스킹을 보기 위해서다. 궂은 날씨 때문에 참석률이 낮지는 않을까 우려했던 것도 잠시, 이날 네모에 모여든 관객들은 청량감 넘치는 배우들의 노래와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 눅눅한 기분을 날려버렸다. 이날의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첫 무대는 <슈퍼스타K> 출신의 가수이자 배우인 유승우가 부르는 ‘길 위에서’로 시작됐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이 곡은 <마이 버킷 리스트>의 해기와 강구가 함께 버스킹을 하며 부르는 노래다.

2014년 초연 이후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올해로 세 번째 무대를 이어가고 있는 <마이 버킷 리스트>는 악성 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해기’와 소년원에서 막 출소한 양아치 록커 ‘강구’의 꿈과 우정을 그린 창작뮤지컬. 서로 전혀 다른 두 소년이 함께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며 겪는 좌충우돌 사건들을 상쾌한 음악과 함께 담아냈다.


이날 버스킹에는 해기 역의 유승우, 김현진과 강구 역의 손유동, 김현진이 참가했다. 2015년 해기 역으로 출연했던 배두훈도 깜짝 출연해 더 풍성한 무대를 꾸몄다. 직접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유승우를 비롯해 다섯 명의 배우들이 한 데 모여 꾸민 무대가 공연과는 사뭇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첫 곡에 이어 소개된 배우들의 버킷 리스트도 알아보자.

유승우: 저는 공연을 좋아해서 지방이든 어디든 해외로 월드투어를 가보고 싶어요. 단 열 석 규모의 공연이라도. ‘월드투어’를 해보는 것이 제 버킷 리스트입니다.
김지휘: 전 어렵지 않은 건데, 수영이랑 클라이밍 배우는 거에요.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기회가 되면 배워보고 싶어요.
손유동: 버킷 리스트를 묻는 질문을 요즘 많이 들어서 생각해봤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자격증 따기' 같은 게 잔뜩 있더라고요. 그런 것 보다는 소소한 것들, 생각해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서 해보고 싶어요.



김현진: 저도 그런 질문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한 번은 집에서 종이를 펴놓고 버킷 리스트를 쭉 적어봤어요. 한 30분 적었는데 A4 용지가 앞뒤로 꽉 차더라고요.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만약에 나한테 남은 시간이 짧다면, 이 많은 걸 다 할 수 없다면 그 중에서 뭐가 제일 하고 싶을까,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지워봤더니 두 세가지 정도가 남았어요. 첫 번째가 고마웠던 사람들, 사랑했던 사람들한테 제 마음을 노래와 음성메시지로 담아서 하나의 앨범을 만드는 거에요. 그리고 제 사촌누나랑 조카들이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데, 제일 힘든 게 뭐냐고 물었더니 깨끗한 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곳에 깨끗한 물이 나오는 우물을 기증하고 싶어요. 


이날 <빨래> 저녁 공연을 앞두고 있던 배두훈은 “저의 버킷리스트는 이 공연이 무사히 잘 끝나서 모두가 피해입지 않고 행복하게 이 자리를 떠나는 거에요.”라는 말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현진이 사랑하는 누나를 향한 해기의 마음을 담은 ‘썸데이’를 불렀고, 손유동이 부르는 ‘악몽’과 김지휘의 ‘내 인생 괜찮은데’가 이어졌다. 

이번 공연에서 강구를 맡은 김지휘는 작년 공연에서 해기를 맡아 출연한 바 있다. 두 역할을 다 해봤기 때문에 배우들 사이에서는 ‘마마 패스(마이 버킷 리스트 마스터)’를 했다고 말한다고. 두 인물을 모두 연기해보는 경험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그는 “해기는 아프지만 밝은 척하려는 아이이고, 강구는 어둡고 속이 여린 아이 같아요. 해기도 슬프지만 오히려 강구가 더 슬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전했다.

올해로 스무 살이 된 가수 유승우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뮤지컬에 데뷔했다. 처음에는 설렘을 갖고 시작했는데 갈수록 부담이 된다는 그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그분들의 마음을 충족시켜드리려면 실수하지 않고 잘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부담을 토로했다.


김지휘와 함께 강구를 연기하는 손유동은 강구를 연기하는 것이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라고. “강구가 처음과 끝이 다르잖아요. 처음에는 되게 날이 서 있고, 상처받은 걸 들키지 않으려고 세게 나가요. 그러다 좋은 친구를 만나서 그 가시가 다 없어지고 본연의 모습이 나오죠. 겉의 가시보다는 그 본연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저마다 진지한 자세로 작품에 임하고 있는 배우들의 이야기에 이어 특별 출연한 배두훈의 노래도 이어졌다. 극중 해기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 ‘Why not’이 잔잔한 감동으로 작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이날의 마지막 순서는 다섯 배우가 함께 부른 ‘마이버킷리스트’.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우리 해기와 강구의 이야기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끝까지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김현진)라는 인사와 함께 버스킹을 마무리한 이들의 무대는 7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만날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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