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가이스] 전창걸 “저, 연극한지 오래 됐습니다”
오랫동안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기를 모았던 전창걸. 촌철살인, 톡톡튀는 입담과 충실한 영화 정보로 일요일 오전을 TV앞으로 불러들였던 그가 실은 연극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그의 주력 활동범위는 방송국보다는 소극장이다. 그는 요즘 연극 [스탠딩 가이스]에서 배우, 연출, 극본까지 1인3역을 해내며 연극사랑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코믹연극 [스탠딩 가이스]는 그가 12년 전 직접 쓰고 제작까지 맡았던 작품으로 ‘도덕이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싫어’ 일주일만에 써내려 간, 솔직하고 대담한 작품이다.
남자혼자 사는 허름한 지하 단칸방을 연상시키는 [스탠딩 가이스] 무대에서 진솔한 연극사랑을 간직한 그를 만나보았다.
[스탠딩 가이스]의 연출, 연기, 극본까지 맡았다. 1인 3역을 맡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스탠딩 가이스]는 12년 전에 내가 직접 쓴 작품이다. 사실 그 당시 처음 선보였을 때는 관객과의 소통이 쉽지는 않았다. 표현방법이나 기호들이 그 당시에는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거친 사내들의 이야기라 욕설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불쾌해 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관객과 소통이 되는 거 같다.
각본을 직접 쓰게 된 계기가 있나
아시다시피, 나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외국 영화감독 쿠엔티 타란티노의 초기 영화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도덕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거침없이 자유롭게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했다. 표현에 있어 무언가에 얽매이고 상품으로 예쁘게 포장하는 것을 떠나서 마음껏 써내려 간 게 [스탠딩 가이스]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솔직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일주일만에 완성했다.
또 하나의 의지는 우리나라 코미디 연극이 번역극에 밀려 사랑을 못받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코미디적 재주를 살려 창작극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12년 전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실상 연극은 3개월 이상 해야 작품의 평가 여부가 나오는데 그 당시에는 1개월밖에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작품을 본 관객들은 좋은 말씀들을 해주셨다. 오히려 보지 않은 사람들의 편견이 많았다. 연극의 틀을 벗어났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제목은 그게 뭐냐’라고 빈정대기도 했다. 그 당시 제목이 ‘양아치 블루스’였는데 작품을 이야기하기 위한 제목이었지만 연극에서 양아치라는 말을 써도 되냐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웃음). 소통없는 평가 때문에 시달림을 많이 받았다.
이 작품을 연출/제작 하고 직접 지휘봉을 맡은 건 그때 이후에 처음이다. 중간중간에는 이 작품을 너무 좋아하는 극단 선배가 올리기도 했는데 이년에 한번 정도 레파토리로 올라갔다. 오랫동안 공연된 만큼 신뢰가 쌓여서 관객 반응이 좋다. [스탠딩 가이스]는 공연을 거치면서 관객들의 반응이 많이 가미됐다. 길게 펼쳐 논 장면을 함축적으로 압축한 것도 있고, 시대에 알맞게 대사도 수정을 가했다.
이번에 영화 투사부일체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 배우들은 정말 순수하게 의리로 출연한 것이다.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동생들인데 아직 결혼을 안 했다는 동질감도 있고, 이외에도 마음 맞는 부분이 많아서 ‘연극 한편 멋있게 해볼까?’하며 출연을 하더라. 술 먹는 거 좋아하고 의리 중요하게 생각하고 마음 맞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함께 하는 친구들이다.
영화프로그램으로 자리를 방송에서 자리를 굳혔지만, 연극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나름대로 많이 했다고 했는데 사람은 많고 땅은 넓다고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연극은 대학에서 전공했고 극단 생활도 했다. 그 와중에 독립해서 살아가야 하는 압박이 있어서 방송국을 들어가게 된 것이다. 방송에서 3년 모으면 한편 제작했다 망해먹고, 3년 모으면 제작했다 망해먹고. 이걸 반복했다. 스탠딩 가이스 이외에도 여러 작품에 도전했었다. 그래서 깨먹기도 많이 깨먹었고(웃음).
영화소개 프로그램으로 영화전문가라는 이미지가 있다
처음 방송에서 영화프로에 나왔을 당시에, 영화 소개는 무겁고 이론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문이었다. 이런 인식을 재미있고 가볍게 바꾸고 싶었다. 최근 영화 산업이 부흥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런 분위기에 만분의 일 정도 기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연극을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
98년에 야심을 가지고 제작한 [98 반항하는 별들 힙합버전]이라는 작품을 크게 했다가 완전히 망한 적이 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걸 지켜보면서 비즈니스에서 실패했을 때 사람들도 떠난다는 것을 배웠다. 사람은 실패하면 안 되는 거구나 라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이후 자체 제작을 하겠다고 나선 건 [스탠딩 가이즈]가 처음이다.
스탠딩 가이즈의 관람 포인트를 말해달라
이 공연을 넋 놓고 있으면 그냥 쫓아오게 만든다. 어떤 연극은 관객이 다음 상황을 예측하게 만들지만 이것은 예측이 가능하지 않다. 1시간 30분은 동안 정말 많이 웃는다고 보면 된다. 나머지 5분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를 한다. 소통이 단절됐을 때 오는 외로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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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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