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 I DO]찰떡궁합 동갑내기 배우 박해미 김성기
이제 공연계와 TV, 영화를 넘나드는 뮤지컬 스타들의 활약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장르를 넘나들며 사랑 받는 배우들 중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배우라 하면 단연 박해미를 들 수 있을 것. 그는 얼마 전 끝난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배득이를 앙칼맞게 표현해 내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숙이 그의 존재를 알렸다. 그뿐인가 뮤지컬 [맘마미아]의 인기 또한 만만치 않아, [맘마미아]의 도나하면 절로 박해미가 떠오를 만큼 제대로 역할을 소화했다.
그런 박해미가 이번에는 직접 뮤지컬을 제작한다. 극단 해미 뮤지컬 컴퍼니에서 제작하는 작품은 [I DO I DO]. 여성과 남성이 만나 결혼을 통한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는 과정을 따뜻하면서도 코믹하게 다루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박해미는 한 여자이자, 아내이자, 어머니를 연기해낼 예정이다. 그리고 그의 남편역으로 연기한 배우는 최근 TV로도 진출해 대중들에게 낯이 익은 김성기. 그는 자상하지만 개구진 면도 가진 남편을 무대에서 나타낼 예정이다.
이인극인 이 작품에서 가장 필요한 건 두 배우들의 호흡일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처음 만났다는 두 배우는 마침 동갑내기. 박해미의 시원시원한 성격과 김성기의 유머있고 포용력있는 성격이 찰떡궁합이다. 함께 인터뷰 하는 자리에서도 장난기가 떠날 줄 몰라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11월 초에 막이 올라갈 [I DO I DO] 연습에 한창인 두 배우를 만났다. 솔직하고 화끈한 박해미와 유머와 여유를 아는 김성기와의 인터뷰.
[I DO I DO] 연습에 한창인데, 올리기 전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감’은 어떤가요.
김성기 시간은 촉박하지만 잘 될 거라는 느낌이 들어요. 고무적으로 하고 있죠. 내가 재미있게 하니까 공연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어 할거라고 생각해요.
박해미 (녹음기를 보고) 그런데 이건 라이브에요? 나중에 녹취하는 거? 녹취하는 거구나. 아무튼 [I DO I DO] 훌륭한 작품이에요. 더 이상 말로 표현 못해.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이에요(웃음). 코믹하고 따뜻하고 깊이있는 내용이라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거라고 봐요.
결혼과 부부에 관한 이야기로 알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김성기 한 부부가 결혼을 해서 죽을 때까지의 여정이에요. 그 과정이 함축적으로 코믹하고 따뜻하게 표현된 작품인데, 사실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까지 짜임새 있게 돼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너무 재미있더군요. 지금도 기쁜 마음으로 박해미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특히 이 작품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김성기 [I DO I DO]는 각 장마다 특징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처음 결혼식 장면과 마지막에 차 트렁크를 함께 닫는 장면이에요. 객석에서 보여졌을 때 얼마나 감미롭게 보일까 기대돼요. 이 부분 연습할 때는 부모님 생각이 나더군요. 코 끝이 찡해지는 게.
박해미 감동적이면서도 코믹한 점도 많은 작품이에요. 로맨틱 코미디죠. 우리는 20대 역할도 해요. 20대부터 70대까지 연기하는 거죠. 그런데 배우 선택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은 정예 멤버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올 거 같아요.
두 분 함께 작품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박해미 태어나서 처음 만났어요(웃음).
김성기 예전부터 서로 어떤 배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작품으로 만나기는 처음이에요. 사실 박해미씨는 서울시립뮤지컬단원 선배시죠. 미국에 가신 후에 내가 들어가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나이가 동갑이고 박해미씨 성격이 시원시원 하셔서 호흡도 잘 맞아요.
서로 처음 연기해 보시니 느낌이 어떠세요.
김성기 박해미씨는 굉장히 연기 스타일이 굉장히 자유롭고 파워 있어요. 제가 갖지 못한 어떤 것들이 많더군요. 사람은 나이가 들다 보면 상대방의 좋은 점을 쉽게 받아들여서 그런지 연기 패턴이 비슷해 지지 않나 싶어요.
박해미 옛날부터 김성기씨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왔어요. 그런데도 한번도 공연장에서 연기하는 걸 못봤어요. 그러다가 물망이 올라서 만났는데 정말 많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으시더군요. 특히 코믹한 작품에 타고났다고 느낄 정도로 잘 하는 배우에요. 기본적으로 참 따뜻한 사람이고.
박해미씨는 직접 이번 작품을 제작 하는데 계기가 있었나요.
박해미 뮤지컬계에서 아무도 날 안 불러줘서 내가 만드는 거에요. 아무도 안 쓰더라구. 내가 제작하고 말아야지 뭐(웃음). 그리고 나도 앞으로 절대 다른 극단하고는 안 합니다. (정말이냐고 묻자) 뮤지컬은 내가 제작하는 것만 할거에요. 오라는 사람이 없으니까. 당연히 앞으로도 없을 거 같아요. 만약에 오라고 그러면 저는 장난이냐고 물을 거에요(웃음). 이 작품은 나에게 의미가 많은 작품에요. 우선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고, 이 작품을 통해 봉사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있고, 여러 가지 애착이 가요.
뮤지컬계에서 부르질 않는다니요. 박해미씨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데.
박해미 예전부터 나는 뮤지컬계에서 아웃사이더였어요. 자존심 때문에 그렇지 뭐. 특히 여배우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그래요. 제작자들은 배우를 하나의 소품으로 생각하지 인간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요. 그래서 타협하거나 저 자세로 나가고 싶지 않았던 거지. 그 사람들이 날 제 정신인 사람으로 안 볼 수 밖에. 기자들간에도 “야 박해미 000래”라는 말이 오갔어요. 기자들이 날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소문이 그렇게 나 있었던 거죠. 또 연출자하고도 많이 싸웠어요. 아니다. 불합리하다라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이야기를 했으니까. 기존의 여배우들은 하라는 대로 잘 하는데, 얘는 아닌 거 같거든. 짜증 나는 거죠. 그래서 캐스팅을 꺼려했어요. [맘마미아]는 외국인들이 와서 자기들이 편견 없이 뽑아버리니까(웃음).
[맘마미아] 연출이었던 폴 개링턴과는 잘 맞았나요.
박해미 아… 폴에게는 제가 상처를 조금 줬죠. 무엇으로 상처를 줬나하면…대사를 못 외워서(웃음). 연출자가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한국 도나에 대해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기대가 컸지. 그랬는데 연습하는 과정이…. 알잖아. 굉장히… 제가 게을러요. 대본을 빨리 못 외워요. 대사가 입에 완전히 붙을 때까지는 외우질 못하는 거죠. [맘마미아]도 번역극이라서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많았었어요. 그걸 억지로 끼어 맞추려니 잘 안 되더라고. 그 과정에서 외국 연출가가 많이 상처 받았지. 기대를 많이 하고 캐스팅 했는데 연습 과정이 그게 아니니까. 그래서 언더를 더블로 승격할 수 밖에 없는 없었던 거에요. 불안하니까.
나는 별로 개의치 않았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그 배우가 연습하는걸 보면서 다 외웠어요. 난 남이 하는 걸 보는 걸 좋아해요. 연습 시키지 말라는 거지. 놔 두라는 거에요. 연습을 열심히 하는 배우들 있잖아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런데 나는 너무 싫은 거에요. 어느 순간 내 스타일을 정해서 나가는 게 체질인 거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이것 저것 요구해요. 이러면 내가 꼭두각시라고 느껴져서 못하겠더군요. 사람들이 힘들어 했던 것도 그 이유도 컸지요. 그래서 캐스팅 0순위가 아니라 저 끝 순위였지(웃음). [맘마미아]는 첫 공연 때 연출가가 펑펑 눈물을 쏟았어요. 걱정 많이 했는데 제대로 하니까 안도와 감동의 눈물을 흘리더라구요(웃음).
[I DO I DO]는 첫 제작인가요.
박해미 아니에요. 옛날부터 사람들이 날 안 불러서 제작한지 10년은 됐어요. 이것저것 봉사도 하면서 작품 제작도 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고 그랬죠. 박해미가 알려진 건 [맘마미아]를 하고 나서부터에요. 아무튼 앞으로도 제작을 해 나갈 생각이에요. 방송 활동도 지금처럼 하고요.
김성기 (박혜미를 보며) 강해 보이죠? 저는 약해 보이죠(웃음).
드라마에서 못된 의붓엄마 역할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는데, 그 이후에 방송 활동이 활발히 하시는데..
박해미 방송에서는 많이 불러요. 영화도 그렇고요. 000라고 소문난 뮤지컬은 제외하고(주위에서 이건 쓰지 말라고 하자) 아냐 써요, 써요. 이건 내가 인정해(웃음).
김성기씨도 방송에서 얼굴을 보이시던데요.
김성기 최근에 시트콤을 시작했어요. 이것도 재미있던데요?(웃음) 영화 출연 섭외도 들어왔는데 이 작품을 하고 싶어서 포기했죠. [I DO I DO] 전작인 [베이비]에서도 자상한 남편으로 나왔는데 이번 역할도 남편이네요. 이번에는 자상한 면도 있지만 개구진 면도 있는, 여러 가지를 포함한 캐릭터죠. 아마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실 거에요(웃음). 이거 장면 중에 대사인데 사람들이 이것만 하면 다들 웃어서(웃음).
결혼한 이야기니 30~40대가 관객 타깃층이겠네요.
박해미 20대부터 70대까지 다 아우르는 작품이에요. 결혼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니까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좋아해주실 거에요. 파트너인 김성기씨와 호흡이 정말 잘 맞아서 더 괜찮은 작품이 나올 거 같아요.
김성기 박해미씨는 ‘아우른다’라는 표현을 좋아해요(웃음). 이 작품 따뜻하고 꽉 찬 이야기니까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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