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이상은 “왕비 역할 3년째…이제 무대 위에선 진짜 왕비 같아요”

지난 1995년 초연돼 10년간 한결같이 사랑 받아 온 뮤지컬이 있다. 조선말 국모로 일본에 무참히 시해 당한 비련의 여인 그린 작품 [명성황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을 무대에서 재해석, 국내뿐만 아시아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에 진출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작품이다. 오는 12월 2일 국립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뮤지컬 [명성황후]를 남다르게 기다리는 사람 중 배우 이상은을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3년간 명성황후 역할을 하며 짧지만 강렬한 인생을 살다간 한 여인을 연기해냈다. 이태원이 지난 10년간 명성황후를 한결같이 지켜온 배우라면 이상은은 앞으로 10년 명성황후 무대를 지켜갈 배우로 지목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그는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무대 위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무대 밖에서 만난 이상은은 큰 눈과 상냥한 말씨가 ‘천상 여자’라는 말이 떠오르는 배우. 그는 3년 전 미국 유학 시절에 명성황후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일 때 명성황후 캐스팅 제의를 받았어요. 이미 그곳에서 명성황후를 접했는데 그 당시 상당히 감동을 했기 때문에 덥석 해보겠다고 했지요(웃음). 그리고 상당히 고생을 했어요. 잘 하겠다는 마음이 너무 큰 것도 무대에서는 장애가 되더군요.” 그렇게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해서 이제 3년째가 된다. 이상은은 이제 무대 위에서 여유를 가지고 그 비운의 여인이 되는데 몸을 맡긴다고. “처음에는 ‘오페라하고 뭐가 다르겠어?’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고생을 한거죠(웃음). 와서 보니까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더군요. 그래서 지난해가 돼서야 무대에서 조바심을 가지지 않고 설 수 있게 됐어요. 잘하고 싶어서 가짜로 연기하면 금새 들통나더군요. 여유를 가지고 진심으로 접근하니 이제는 무대에서 ‘내가 황후지’하는 마음이 생겨요.” 최근 성악을 전공한 배우들이 점점 늘어나듯 이상은도 성악을 전공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배우와 교수 중 무엇이 더 재미있냐는 짖궂은 질문에 잠시 망설이더니 솔직하게 ‘배우가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는 “직접 무대에 서는 게 더 재미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보람 있지만 무대에 서는 건 보람을 넘어선 희열을 느끼게 하더군요”라며 배우로서의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지금이야 학생들이 뮤지컬 배우를 하기 위해 성악을 전공하려는 케이스도 많지만, 제가 공부할 때는 상당히 경직된 분위기였어요. ‘노래를 못하니까 그러는구나’라는 시선이 강했으니까. 그런데 미국에서 공부를 해보니, 성악하는 학생들과 뮤지컬을 배우는 학생들이 같은 수업을 듣더군요. 또 콩쿨을 하기 위해선 뮤지컬 곡을 하나씩 연습해야 했어요. 그때 뮤지컬의 매력을 느꼈죠. 그 당시 교수님이 진성을 내는 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감사해요.” 이상은은 최근 뮤지컬 [라롱드]에서 귀부인 역으로 깜짝 등장한 바 있다. 원래 맡았던 배우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라롱드] 보이스 코치를 맡던 이상은이 대신 출연했던 것. “[라롱드]에서 여배우 역을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새로운 도전이 저에게는 신선했죠. 이제는 배우로 도전하고 싶은 역이 많아요. 최근에는 [에비타]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맘마미아]의 도나도 욕심이 났죠. (오디션을 봤냐는 질문에) 오디션을 본 건 아니에요(웃음). 앞으로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물론 강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이상은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명성황후], 이 작품이다. “명성황후로 무대에 서면 편안해요. 특히 제가 두 아들을 둬서인지 엄마로서의 그녀를 연기할 땐 정말 연기가 아니죠. 앞으로요? 10년은 명성황후로 무대에 설거에요. 지금 이태원 선배가 10년을 지켜왔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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