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밤의 열기] “단 한 순간도 지루할 겨를이 없을 것”
형형색색의 조명이 눈부신 디스코텍. 여기서 하얀 양복과 높은 굽. 잘 정리돼 넘겨진 머리의 남자가 현란한 디스코를 선보인다. 손끝으로 허공을 찌르는 독특하고 역동적인 춤에 분위기는 열광의 도가니. 70년대를 그야말로 풍미한 영화 [토요일밤의 열기]를 뮤지컬화 한 작품,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의 한 장면이다.
국내에서 라이선스 공연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던 이 작품이 내년 런던 오리지널 팀 내한 공연을 갖는다. 이를 위해 [토요일밤의 열기] 세 주인공, 토니역의 션 뮬리간(Sean Mulligan), 스테파니역의 제이드 웨스타비(Jayde Westaby), 아네트역의 레베카 덴트(Rebecca Dent)가 한국을 방문했다. 2007년을 새해를 디스코 열풍으로 몰고 갈 런던 오리지널 배우들이다.
"정신없이 신나는 공연 기대하세요"
그들이 묶고 있는 호텔에서의 인터뷰. 마침 션과 제이드가 라디오 방송을 끝내고 오는 길에 서울의 교통체증을 확실히 경험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악랄한 서울의 교통체증을 겪고 이틀 전 밤에 도착해 바로 제작발표회와 여러 인터뷰를 뛰어다니느라 피곤할만 하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라며 이구동성. 사실, 겉으로도 쌩쌩해 보인다. 뮤지컬 배우 체력이 여기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제이드는 이곳의 겨울 날씨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한국의 겨울은 해가 밝게 비춰서 그런지 춥지만 상쾌해요. 런던은 여기보다 더 춥고 비도 많이 오거든요. 그래서 이곳 겨울이 더 좋은데요.” 이곳의 겨울 날씨가 좋다니, 내년 1월부터 3월 초까지 한창 추울 때 공연을 하는 그들에겐 환영할만한 일일 것.
<좌측부터 레베카 덴트, 션 뮬리간, 제이드 웨스타비>
그들은 전날 쇼케이스에서 ‘How deep is your love’ ‘If I can’t have you’ ‘Night fever’를 부르고 [토요일밤의 열기] 특유의 디스코 춤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장난끼 많은 션 “반응이 열렬해서 더 힘이 나더라”라며 웃는다.
한국 팬들이 이미 라이선스 공연으로 [토요일밤의 열기]를 접했다는 걸 아냐고 묻자 셋 모두 "그렇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며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국에서 이미 한국배우들로 [토요일밤의 열기]가 공연된 걸로 알고 있어요. 인기가 많았던 공연이라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한국관객들이 우리 공연을 무엇보다도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토요일밤의 열기]는 정말 신나는 작품이에요. 공연을 보기 위한 각오나 준비가 필요 없죠(웃음). 단 한 순간도 지루한 순간이 없을 거에요. 관객과 함께 신나게 달릴 테니까.”
스테파니 역, 제이드가 한 말이다. 외국인 특유의 자신감 배인 목소리와 진짜 작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주위 사람을 '주목!' 시키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어린 시절부터 춤과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워와 [토요일밤의 열기] 이외에도 [시카고] [맘마미아]로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독특한 이력은 레베카가 가지고 있다. 영국의 한 리얼리티 쇼에서 우승을 해 전국적으로 얼굴을 알린 케이스기 때문.
“뮤지컬 [시카고]의 주연급 배우를 뽑는 영국 리얼리티 쇼에서 운좋게도 우승을 했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내 얼굴이 TV에 나가고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기도 창피하기까지 했어요.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웃음).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요? 그 쇼의 심사위원들은 웨스트 엔드의 실력자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프로근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점이 통했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젊고,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들이다. 셋이 모두 모이니 분위기가 저절로 떠들썩한 분위기가 될 수밖에. 특히 비지스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달라는 갑작스러운 부탁에도 서슴지 않고 즉석에서 불러 보이기도 했다. 호텔 인터뷰 룸이 공연장이 되는 순간이다.
레베카와 제이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비지스의 ‘Night on Broadway’. 잘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둘이 동시에 좋아하는 노래다. 먼저 레베카가 노래를 시작하자 제이드가 이어받는데 그 화음이 멋들어져 콘서트 장에 온 듯이 귀가 호사다.
션은? 그는 ‘stayin’Alive’. "와~!, 앞에서 저렇게 했으니 난 안 해도 되죠. 휴~”하며 손사래를 친다. 4살부터 춤을 배워 현란한 디스코도 마음껏 소화해내는 그는 “여기서 춤추라고 부탁하는 건 아니죠?”하며 장난스럽게 웃기도.
하얀 양복, 부풀어진 가발, 디스코..그리고 비지스 축제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는 70년대 문화가 농축돼 폭발하는 작품이다. 디스코장, 나팔바지, 독특한 춤과 군무, 부풀어진 헤어스타일 등 나이든 사람에게는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있다.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신나기를 마찬가지. 이 세 주인공에게도 이 작품은 연기 하면서 즐겁기만 하다.
“우리가 직접 70년대 문화를 접한 건 아니지만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어서 낯설지는 않아요. 그때의 문화가 현재에도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작품을 하면서 하얀 양복, 높은 굽, 디스코, 부풀어진 가발 등을 접하고 연기하면서 스스로 즐기게 됐어요. 언어적으로도 70년대 슬랭이 등장하는 데 재미있죠.비지스 음악이요? 말할 것도 없죠.”(션)
인터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건, 이들이 친한 친구라는 사실이다. 허물없이 장난치고 말하는 모습이 삼총사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치열한 삼각관계. 톰을 사이에 두고 스테파티와 아네트의 줄다리기가 형성된다. 실제에도 그런 미묘한 상황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셋 모두 기겁을 하며 깔깔댄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에요. 절대(웃음). 또 공연에서 같은 상황은 겪고 싶지 않아요. 복잡하고 마음 아프니까요.” (레베카)
“우리들은 무대 밖에서도 친해요. 평소에 잘 통하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도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제이드와 레베카 뿐만 아니라 우리 공연 팀 팀워크가 정말 좋은데, 그래서 그 중에는 커플들도 여럿 있죠.”(션)
“네 맞아요. 서로를 잘 이해하니까 무대에서 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로 엄마, 아빠처럼 다독여 주면서 지내요.” (제이드)
이들은 2007년 새해에 다시 방문한다. 그때에는 [토요일밤의 열기] 전 출연 배우와 함께다. 전설적인 비지스 음악과 열정적인 디스코, 젊은이들의 사랑과 갈등에 대해 마음껏 풀어놓기를 기대하고 있는 중. 서울과 대구에서 총 74회라는 만만치 않은 공연을 위해 체력단련과 휴식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다시 서울에 오면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거의 두 달간 공연을 위해 한국에 머물 것을 대비해 세 배우 모두 생각해 놓은 아이템이 있었다. 이번에는 3일간의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교통체증을 먼저 체험했지만, 다음 방문 때는 다를 것임을 내비친다.
“우선 서울 구경을 하고 싶어요. 한국 음식도 다양하게 맛보고 싶고… 한국 사람들하고도 친해지고 싶어요. 이번에는 차 안에서 서울 구경은 많이 한 거 같지만(웃음)”(제이드)
“저는 소주가 먹고 싶어요. 이번에 한번 맛만 봤는데 매력적인 술이더군요. 다음에는 제대로…(웃음). 참. 비보이 공연도 보고 싶어요. 한국 비보이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들었거든요. 비보이 공연도 한다고 해서, 나중에 오면 꼭 볼 예정이에요.”(션)
“저도 비보이 공연 보고싶어요(웃음). 그리고 우리 공연 성공적으로 해서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 받고 싶죠. 1월에 다시 만나요.”(레베카)
글 : 인터파크ENT 마케팅팀 송지혜
사진 : 신규식
[토요일밤의열기(Saturday Night Fever)] 中
‘Stayin' 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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