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 한국 생활 한달 째, 중국에서 날아온 파이란

“파이란, 나갈 때 그냥 나가지 말고 조금 두리번 거리나 나가줘. 이거 통역 좀.” 뮤지컬 <파이란>연습실. 중국에서 온 22살의 여배우 은유찬에게 연기 방향을 설정할 때면 같은 중국인 배우 주남을 통해 통역을 거쳐야 한다. 때론 연출이 직접 나서 손수 연기를 펼쳐 보이기도. 말이 통하지 않아 불편할 만 하지만 다행히 이 영리한 중국 배우는 곧 의도를 파악하고 만족할만한 연기를 보여줘 연습실 분위기를 띄운다.

최민식, 장백지가 열연해 아직도 영화에 대한 여운을 간직한 한국 관객들 앞에 곧 뮤지컬 <파이란>이 선보인다. 서범석, 배성우가 주변머리 없는 건달 강재역을 맡았고, 중국에서 직접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 은유찬이 강재와 위장결혼을 하는 중국 여성 파이란 역을 맡는다.

이번 뮤지컬은 강재의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 비극적인 성격이 강했던 영화와는 약간 차별을 두고 원작소설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 뒤늦게 파이란의 애틋한 마음을 알게 된 건달 강재의 안타까운 여정이 따뜻하고 때론 즐겁게 펼쳐진다.
곧 개막을 앞두고 열기로 가득한 <파이란> 연습실을 살짝 엿보자.


강재역의 배성우

 
같은 공간, 다른 시간에 있는 강재와 파이란


"나갈 때, 좀 더 두리번 거려줘" 통역+ 연출이 손수 선보이는 연기


'이런, 비가 오네' 강재와 파이란

 
김규종 연출(오른쪽)

                                                 해변의 군무씬


인터뷰/은유찬
“중국어, 한국어, 영어, 몸짓으로 말 다 통해요”


“안녕하세요.” 이제 한국에 들어온 지 한 달 된 은유찬, 딱 한달 만큼의 한국어 실력과 발음으로 쑥쓰럽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는 중국 현지에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 된 배우다. 애초 그녀가 아닌 다른 중국배우가 캐스팅 됐었지만 학교 문제로 다시 오디션으로 발탁된 신예.
어렵게 캐스팅된 경우지만 청순한 파이란의 이미지와 더 가까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게 제작진의 후문이다. 중국 중앙희극학원에서 2년간 연기 수업을 받은 그녀에게서는 청순하고 순수한 파이란의 모습 그대로로 투영되고 있었다. 그녀와의 인터뷰에서 통역을 도운 사람은 흥미롭게도 앙상블로 참여한 또 다른 중국인 배우 주남.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너무 좋아하게 돼서 유학 중인, 한국인이 다 된 중국학생의 통역으로 이뤄진 은유찬과의 짧은 인터뷰.

한국 뮤지컬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는 친구가 <파이란> 오디션에 발탁이 됐었는데, 사정상 한국으로 오지 못했다. 난 친구의 추천으로 오디션에 보게 됐고 운 좋게도 파이란역을 맡게 됐다. 이를 위해 내가 원래 캐스팅 됐던 연극 작품을 포기하고 <파이란> 연습을 시작했다.

한국에 와 보니 어떤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봐서 한국에 꼭 와보고 싶었다. 서울은 참 발달한 도시고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열정적이다. 게다가 내 고향은 중국 총경인데, 거기서도 김치를 많이 먹어서 여기음식도 잘 맞는다.

연습하기 쉽지 않을 거 같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별로 쉴 틈이 없다. 하지만 한국 배우와 스텝분들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별로 힘든 줄 모르고 연습하고 있다. 지금은 내가 한국말도 조금 할 수 있고, 중국어를 할 수 있는 배우 분들도 있는데다, 영어 조금, 바디 랭귀지 조금씩 하면 말도 다 통한다(웃음). (할 줄 아는 한국어를 묻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맛있어요. 파이란 꼭 봐주세요’ 하하.

상대배우가 서범석씨와 배성우씨인데, 어느 배우하고 더 잘맞나.
(짓궂은 질문에 잠시 난감해 하더니) 두 분다 친절하시고 나를 배려해주셔서 똑같이 좋다. 그런데 이건 은유찬 입장이고, 파이란 입장이라면…좀 더 두고 봐서 결정하겠다(웃음).

이번 작품에서 어떤 파이란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나.
직접 와서 보시면 알거다(웃음).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많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 아마 영화와는 조금 다른 작품이 될 거고, 기대해도 좋으실 거다.




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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