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소리> 여전히 침묵 중인 이들에게 치유의 무대를

태평양 전쟁에 강제 징용되어 참전 후 일본 정신병원에서 여생을 보냈던 한 한국인의 삶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과 일본의 공동제작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침묵의 소리>가 9월 본 공연을 앞두고 작품의 몇 장면을 미리 선보였다.

지난 18일 서울시뮤지컬단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침묵의 소리> 쇼케이스 현장에는 한일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한국어와 일본어가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 서울시뮤지컬단과 일본 동경의 극단 긴가도가 함께하고 있는 이번 작품은 실존했던 한 한국인의 삶을 통해 참혹한 전쟁의 모습, 한국인 청년과 일본 여인의 가슴 아픈 사랑이 커다란 줄기를 이룰 예정이다.

사랑과 조국을 모두 가까이 할 수 없어 실어증에 걸린 채 수 십 년간 병원에서 지낸 주인공 동진이 옛 기억에 절규하자, 시간이 거슬러 올라 즐거운 한 때 청년 동진의 모습으로 이동한다. 이날 노인 동진 역에는 일본의 카나오 테츠오가, 청년 동진 역에는 배우 민영기와 서울시뮤지컬단의 박봉진이 번갈아 선보였다.

감성의 치유를 바라는 ‘테라피 뮤지컬’이라는 부제답게, 정신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들을 이끌고 노래로 예술심리치료를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연출을 맡은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을 풀기 위해서 간호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하며 “음악과 연극 등을 극중 치료 요법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작품의 공동 연출을 맡은 극단 동경 긴가도의 대표, 시나가와 요시마사는 “작품 속 당시 민족간의 갈등과 사랑이 죽어서야 맺어지는데, 이를 통해 아시아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도 담고 있다”고 한다.

“충분한 교감을 나누는 사이에 통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불편했다"는 민영기는 “감성과 사랑, 그리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모두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배우들과의 원활한 호흡을 말하기도 했다.

동진과 사랑을 나누는 미와 역의 세 배우 중 일본의 키사키 히나노는 “한국의 남자배우들은 매우 자상하고, 이탈리아 남자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해 연습실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뮤지컬 <침묵의 소리>는 오는 9월 4일부터 20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10월 11일부터 28일까지 일본 내 4개 도시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뮤지컬 <침묵의 소리> 쇼케이스 현장



소리없이 울부짖던 동진이 이 안에


정신병원에서 예술 치료 중


실어증이 덮은 이 사람의 입과 마음


강제 징용된 학도병들의 훈련


"진정하세요, 괜찮아요, 이젠 괜찮아요."


"이 순간이 영원하겠죠?"
미와(키사키 히나노)와 동진(박봉진)의 즐거운 시간


두 명의 또 다른 미와, 이연경(왼쪽)과 우현아(오른쪽)


"몸은 멀리 떨어졌지만 마음은 하나로"
동진(민영기)과 미와(우현아)의 사랑의 하모니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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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09.08.25

    오호~ 절규 4종세트! 바로 민영기 배우님의 표현력이 4배로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