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호동> 적국의 그대를 사랑하는 것이란

사랑을 위해 조국을 버릴 것인가, 조국을 위해 사랑을 외면할 것인가. 이들은 두 가지 모두를 선택했다. 고구려의 호동왕자와 낙랑국의 공주 이야기이다.

국립발레단이 1988년 초연 이후 20년 만에 창작 발레 <왕자호동>을 다시 선보인다.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가 서로 창을 겨룰 수 밖에 없는 적국의 사람인 것은 원수 집안의 아들 딸 보다 더욱 비극적 상황이다. 과거의 일이었지만 현재 어느 곳에서도 살아 숨쉴 수 있는 인간 근원의 이야기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극적인 이야기를 싣고 가는 작품의 바퀴에 한국적인 색체가 실려 창작의 맛을 더해주고 있다. 서양 장르인 발레에서 태권도 등을 응용한 남성 무용수들의 군무를 보는 것은 대단히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기합 소리가 붉고 검게 타는 뒷배경이 어우러지면 장르의 벽이 허물어지며 단지 극적인 거대한 한 장면으로 규모를 뛰어넘는 울림을 만들어 낸다.

또한 한복을 응용한 의상을 비롯, 고구려 벽화로부터 출발해 무대와 배경을 장식한 디자인, 상서로운 기운을 상징하는 흰 사슴의 등장 등을 통해 다소 단선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에 한국의 매혹적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본 공연에 앞서 공개된 리허설에서 낙랑공주로 선 김지영은 테크닉 뿐 아니라 깊은 감성을 가진 탁월한 연기력으로 그녀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객석에 각인시켰다. 국립발레단의 떠오르는 신예 이동훈은 젊고 패기 넘치는 호동의 열정을 충분히 살리고 있었다.
낙랑과 호동을 비롯, 호동의 계모인 원비와 낙랑을 사모하는 필대장군, 그리고 흰사슴의 솔로도 놓치지 말자.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발레 <왕자호동> 리허설 장면


"북이 울린다, 싸우러 가자"


한 여인을 사이에 둔 용맹한 두 남자


야욕으로 가득찬 호동의 계모, 원비


두 남자 사이, 아슬한 유혹을 펼치는 그녀



한국적 색체가 가미된 전쟁 장면


상서로운 기운, 흰 사슴


낙랑국의 어여쁜 공주


한 눈에 알아본 운명의 그대


사랑을 노래하는 두 사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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