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어디까지 왔니? <빌리 엘리어트> 트레이닝 스쿨 현장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트레이닝 스쿨에 가다!

발레리노의 꿈을 향해 돌진하는 한 소년의 가슴 벅찬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맹추위의 공격에도 후끈한 열기가 식지 않는 곳이 있다. 내년 8월 시작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와 그의 친구 마이클 역을 소화하기 위해 12명의 꿈 많은 소년들이 뛰고 또 뛰고 있는 빌리 트레이닝 스쿨이 바로 그곳. 최종 무대를 저 앞에 두고 열띤 경쟁과 천진한 웃음을 함께 나누고 있는 에비 주역들을 이곳에서 미리 만나보자.

일주일에 7일, 65시간의 수업

올 2월부터 시작, 전국에 걸쳐 진행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두 주역 빌리와 마이클 오디션을 통과한 아이들은 총 12명. 캐나다와 미국에서 거주해 영어가 탁월한 세민이(13), 발레가 특히 뛰어난 세용(13)과 상민(13), 준형(11), 선우(11). 그리고 탭댄스 신동으로 불리는 진호(12)와 탁월한 연기력으로 뮤지컬 <라이온 킹>과 <명성황후>에 섰던 지명(13)은 빌리가 되기 위해 달리고.


체조와 발레 연기 등 다방면에 뛰어난 범준(13)과 아역탤런트로 활동하는 준목(11), 방송댄스로 끼를 발산해 온 민기(13), 뮤지컬과 영화, CF를 통해 만나 온 상현(12)과 성훈(12)은 마이클의 꿈을 키운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부터 6학년에 재학중인 이들은 오디션을 통과한 이후부터 아크로바틱, 필라테스 등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한 트레이닝과 발레, 탭댄스, 힙합, 연기, 보컬 수업을 받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도 빠짐 없이 이어지는 총 65시간의 수업 중 각자의 실력과 특징에 맞게 짜여진 클래스에 참가하고 있는 것.

“업! 상체 크게! 스팟!”

발레 연습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가로지르는 발레 마스터 이대원의 목소리다. 빌리 후보자들 중에는 올해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2009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유소년 발레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한 김세용(13)군을 비롯 국내외 유수 발레 콩쿨에서 입상한 실력파 발레 전공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전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아이들 사이 ‘제일 착한 선생님’으로도 뽑힌 그는,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빌리 역 뿐 아니라 탄탄한 기량을 가진 발레리노로 성장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음을 강조한다.








“노래가 달라져도 리듬을 생각해 봐”

“발레 수업과 탭 댄스 수업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요.”
알싸한 긴장감이 가득했던 발레 수업과 달리, 탭 댄스 수업은 요란히 진지하다. 빌리 트레이닝 스쿨의 선생님들 중 군기 반장으로 통하는 조안무가 이정권의 탭 댄스 수업은 아이들 사이 ‘제일 재미있는 수업’으로도 뽑힌다. “저기 봐, 카메라가 있잖아, 그러니까 실수하면 안돼”하며 웃음과 집중을 미묘히 잡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장 무서운 선생님의 수업이 왜 가장 재미있는 수업이 되는지 알 수 있다.

탭댄스 신동으로 SBS스타킹에 출연해 화제를 낳았으며 빌리 후보자 중 한 명인 정진호(12)군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아이들의 놀라운 집중력을 수업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는다. 오디션 합격 후 처음으로 탭 슈즈를 신은 몇몇 아이들과 이번 8월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박준목(11)군까지 ‘소음에 가까운 이들의 발길질’이 어느 새 또 하나의 음악으로 탄생해 있었다.





주중엔 오후 4시 반부터, 주말엔 아침 9시 반부터 시작되는 트레이닝 스케줄 때문에 방과 후 이곳으로 직진하는 아이들은 함께 밥도 먹고, 학교 숙제와 시험 준비도 같이 한단다. 개인 수업과 단체 수업이 동시에 교차 진행되고 있는 트레이닝 스쿨이 아이들의 또 다른 터가 되고 있는 셈.

해외 스텝들이 “그 어느 나라의 빌리, 마이클 보다 노래를 월등히 잘한다”고 평했지만 보컬 수업 역시 빠질 수 없는 과정 중 하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한 느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중 빌리가 춤 출 때의 느낌을 담은 ‘Electricity’를 부르는 예비 빌리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기분 짱이겠죠!”
“지금까지 연습했던 게 한꺼번에 생각날 것 같아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헉!”

내년 8월 무대에 오르면 어떨 것 같냐고 물으니 서로 손을 들고 말하며 이내 곧 흥분된 얼굴이 되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반은 무대 위로, 그리고 반은 객석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많을 걸 배울 수 있는 때가 또 없을 거잖아요”, “슬프긴 하겠지만, 그래도 인정해야겠죠.” 또 다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젓한 자세도 나온다. 아직은 모든 것이 미정인 지금, 그러나, 또는 그래서 더욱 활기찬 빌리와 마이클들, 꿈을 가진 자들은 어디에서건 주인공이 된다는 걸 모두 알아버린 듯 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_송태호(club.cyworld.com/image-fa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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