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배우인 이정열 One
작성일200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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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기운을 몰아내고 봄 내음 가득한 기운을 받고 싶은 토요일. 무작정 명동거리를 나섰다.
그는 교통방송의 방송을 마치고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서 많은 인파와 섞여 눈에 띄는 모습으로 밝게 손을 흔든다. 명동성당을 들어서 결혼식 손님들 사이에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근처 조그만 커피숍에 앉아 짧은 여정을 풀기 시작했다.
뮤지컬을 하시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가요?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뮤지컬은 저에게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입니다. 가수로서 뮤지컬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가수가 된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뮤지컬을 하고 있는 저의 모습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길어질 텐데^^. ”
이정열은 대학 4학년 때부터 노래마을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94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올려진 <가극 금강>에 출연하게 된다. 새로운 음악극 운동으로 만들어진 가극이었다. 오페레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모두 성악적인 발성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지만 팝 발성은 이정열 자신 혼자였단다. 그래서 벨칸토 창법으로 <가극 금강>에 출연했다. 그 때 음반을 준비하던 윤도현이 김민기씨가 준비하던 음악극 <개똥이>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개똥이>를 하면서 노래와 대사로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 그에게는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무대극 자체가 이정열에게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알았던 때가 극단 학전 시절이었다고 한다. 가수로서 음악적 고민이 많았던 그 시절에 가수로서의 무대와 배우로서의 무대가 양분되어 진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 그 때 한창 <지하철 1호선> 2기가 들어올 때 매니아 층이 형성되던 때에 황정민, 권혁준, 이미옥, 최무열 등 열의와 끼를 보면서 또 무대를 준비하는 자세나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배웠어요. 배우라는 것이 무엇인지를요. 그 때 제게 김민기 선생님이 한 마디 하셨죠. “너 한 10년간만 뮤지컬을 해봐라”. 아.. 저는 몇 마디 안 되는 그 말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몰라요. 간단한 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거대한 무게감이었죠.”
20대 이정열은 스스로 배우의 길에서 도망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정열은 그 이후 콘서트로 녹음으로 바쁜 활동을 시작했다. 가수로, 진행자로, DJ로 그의 활동은 넓어져만 간 것이다. 이정열은 2집 수록 곡 그대 고운 내 사랑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가수활동을 하시면서 뮤지컬도 하시면 바쁘시지 않아요?
지나면서 대중가수들이 뮤지컬에 합류하는 것을 보게 되었죠. 뮤지컬은 노래를 잘하고 연기를 잘해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뮤지컬이라는 작업은 팀웍이 중요하잖아요. 개인적인 일들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피해를 입으면 안되잖아요.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왠만하면 개인적인 일 다 뒤로하고 함께 연구하고 함께 연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다른 걸 또 뭘 해요.”
그는 <하드락 카페>가 끝나고 곧바로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연습에 돌입했다.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끝나면 <아이다>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뮤지컬 아이다에서는 ZOSER의 커버 역할입니다. 허준호씨가 안 나오실 때는 제가 하게 되죠. 1달에 두 번, 세 번이 될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할려구요.” 사실 이해는 되지 않았다. 더블 캐스팅이 아닌 커버라는 것이 이정열이라는 배우에게는 그렇게 명예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10개월의 기간 동안 다른 뮤지컬 무대에 오르지도 못할 것인데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하는 그가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배우로서 그 공연을 한다는 것으로도 명예이겠지만 전 그 무대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보여 드릴 수 있겠죠. 저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안 오르는 날도 저는 무대에 오르는 거라 생각해요. 그게 배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아깝지 않아요. ”
이정열이라는 사람 그 자체가 배우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의 삶과 생활 자체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다부진 생각에 매력이 끌린다.
사람들은 그가 가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가수 출신의 배우라고 보기 보단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잘하네 낯선 배우이지만 눈에 띄는 뮤지컬 배우이겠거니 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이정열은 그게 편하단다. 예전에는 방송에서 이정열의 노래가 1,2위를 다투던 때에는 ‘왜 날 몰라’ 할지 모르겠지만 가수로 이정열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자기에게는 정말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단다. 심지어는 같이 공연하고 있는 배우들도 자신을 가수로 보지 않고 노래 잘하는 배우로 생각한단다.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돌아가 보자.
성우 역할을 맡고 있는 이정열. 아직 연습 중에 있어서 확실한 캐릭터를 뭐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뭐하지만 작년 와이키키 브라더스 보다는 전체적으로 더 세분화해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한다. 작년의 성우는 순수하고 우유부단한 이미지로 투영되었다면 이번 무대에서는 친구들간의 내면의 세계가 더 다각화 되어 그려진다고 한다.
“성우와 저는 닮아 있죠. 물론 상당부분 틀린 부분도 있지만요. 기타를 잡고, 여학생을 만났던 그 시절을 가감하지 않은 모습을 생각하고 있어요. 후반부의 30대에 들어서 친구들의 속물근성으로 갈등하고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내면의 세계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죠.”
100% 발휘는 못하겠지만 100% 발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작년 <와이키키 브라더스> 보다 더 파워풀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훌륭한 배우들이 많이 참여해요. 그래서 기대됩니다. 뮤지컬에서는 앙상블의 역할이 크잖아요. 앙상블하는 배우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커요.”
음악과 기술적인 무대 장치와 조명 등이 업그레이드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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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전대수(cloudsclear@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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