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삼촌> 70년대 서울에서 재탄생한 바냐 아저씨

강물 흐르는 소리, 상냥한 산들바람, 귀뚜라미 소리. 이웃들의 사랑방인 나무 아래 넓은 평상. 어느 시골의 한적한 모습이 아니다. 70년대 서울, 아직 섬으로 남아있던 잠실 어느 곳의 모습이다.

경제성장이라는 고속도로에 막 진입하면서 섬이었던 잠실이 개발되기 시작하는 그 즈음,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가족의 이야기가 막 개발이 시작된 잠실 한 복판에서 펼쳐진다.

농사 지으며 살아가는 순박한 노총각 순우와 그의 조카 지숙. 이들의 고요한 호수 같던 삶에 돌맹이 하나를 던지는 여자는, 지숙 아버지 최종길 제자이자 연인인 민정이다. 10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문학박사가 되어 돌아온 최종길과 민정은 이들의 조용한 일상에 파장을 몰고 온다.

낯익은 스토리다 싶다. 연극 <순우삼촌>은 안톤 체홉의 <바냐아저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한적한 시골이 1970년대 서울로 변한 것을 제외하면 인물들의 갈등 구조는 똑같다. 다만 <순수삼촌>은 여기에 자연과 개발이라는 70년대 서울의 이슈를 녹여내 자연을 벗삼은 사람들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혼란도 더불어 표현한다. 

<순우삼촌>은 서울시 <서울+기억> 창작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오는 5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순우삼촌> 공연장면

 
"공사장에서 인부 한 명이 거의 죽어서 실려왔어요" 마을 의사 강석준

 
"석준아 이 강은 얼마나 흘렀던 강일까" 순박한 농우 순우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자랑스러운 사위 최종길과 애인 민다정

 
"우리 박사님 글이 신문에 났다네" 학식 있는 사위를 자랑스러워 하는 장모

 
"아버지 제발 부탁인데 짜증 좀 내지 마요" 집안 농사를 해나가는 딸 지숙


"미국에서 아파트 사셨나? 잘라구 누웠는데 위에서 누가 누워 있다고 생각해봐, 잠이 오겠어?"

 
민정을 짝사랑하는 순우


"지금 또 나 무시하는 거야? 나도 새마을청년회 꼬박 꼬박 나가요!"

 
묘한 기류가 흐르는 남녀

 
어색하거나, 분노하거나. 폭풍전야


그들이 떠나간 자리에 남은 것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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