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로 재탄생 한 <화려한 휴가> “슬픔보단 해원을”


지난 2007년 개봉해 8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화려한 휴가’가 5.18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기념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젊은이들의 투쟁과 사랑을 그려내 인기를 얻은 영화와는 다르게 뮤지컬은 암울했던 과거시대 표현보다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토속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데 주력할 예정.

이 작품은 연극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과 뮤지컬 <블루 사이공>의 콤비 김정숙 작가와 권오성 연출, 영화 ‘인디안 썸머’ ‘청연’으로 대종상 음악상을 수상한 미하엘 슈타우다허가 음악을 맡았다.

지난 4일 열린 <화려한 휴가> 제작발표회에서 5.18민주화 운동을 직접 겪은 김태종 총감독은 “당시 대학 4년에 재학 중에 시위에 참여했다”며 “이젠 아픔에만 사로잡혀서는 발전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시대의 아픔을 승화시켜 우리 안에서 진정한 해원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극을 보며 슬픔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극장을 나올 땐 가슴이 시원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정서를 잘 파악하고 있는 미하엘 슈타우다허는 능숙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처음 권오성 연출님이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르는 나에게 일부러 음악을 맡겼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5.18이 일어났을 당시 14살이었던 난 한국 정부에 항의 편지를 보내는 등,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해 주목 받았다.

이번 작품에는 최승열이 남자 주인공 민우 역을, 전미도, 손현정이 여자 주인공 신애 역을 맡는다. 또한 민우의 동생 인봉 역에는 이승현이 맡아 작품에 활력을 더할 예정이다.

뮤지컬 <화려한 휴가>는 5월 15일에서 19일까지 광주에서 먼저 공연되고, 6월 12, 13일 양일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인터뷰>
전미도 "기대 못했는데 오디션 붙어..참여하게 돼 영광"

부드럽고 앳띤 외모지만 연기 에너지는 옹골찬 배우, 전미도가 올해 연극 <호야>에 이어 뮤지컬 <화려한 휴가>의 주인공 신애역을 맡는다. <화려한 휴가>는 <사춘기>와 <신의 아그네스>로 순식간에 기대주로 떠오른 그녀가 <영웅> 이후로 두번째 도전하는 대극장 창작 뮤지컬. 대극장과 소극장, 뮤지컬과 연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야무진 배우를, 플레이디비가 만나보았다.

5.18 민주화 운동을 그린 뮤지컬이다. 올해 29살인 당신이 5.18 당시 광주 시민으로 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학교에서 역사는 배우지만, 대부분 한 두줄로 배웠지 세세한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나 또한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만 알고 있었지, 그 때 시민들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는 알지 못했다. ‘화려한 휴가’ 영화를 보면서 한 번 알았고,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찾아보고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호야> <영웅>에 이어 시대극에 연이어 출연한다.
사실 이렇게까지 진지한 작품인줄 모르고 지인이 오디션을 추천해 줘서 오디션에 응한 것이다. 노래가 많이 어려워서(웃음) 붙을 것이라고 기대 안 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영웅>을 할 때도 느꼈지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우리 아픔인데도 잘 알지 못할까, 사회책에서 배우는 문장 하나로만 이해할까,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 면에서 영화, 연극, 뮤지컬을 통해서라도 느끼고 생각했으면 한다.

800만 명을 모은 영화가 원작이다. 배우로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처음에는 부담이 됐다. 모든 장면이 다 극적이고 감정이 극대화된다. 내가 제대로 못하면 이분들의 아픈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겠구나, 영화를 보고 온 관객들을 실망시킬 수 있겠구나, 걱정됐다. 그런데 작가님이 영화 시나리오 못지않게 대본을 잘 쓰신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뭔가를하지 않아도 대본의 흐름만 잘 따라가고 충실하면 될 것 같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 이야기 자체에 힘이 있다. 제 3자 입장에서 봐도 설득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만 최선을 다하면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첫 공연 광주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나.
너무 슬프지 않게 보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행동했기 때문에 오늘날이 있는 거다’라고 생각하며 공연을 보시고 희망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들이 감사해한다는 걸 아셨으면 한다.

대부분 창작극에 많이 출연했다. 의도된 것이었나.
사실 처음에는 의도한 게 있었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노래가 워낙 어렵고,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디션을 봐서 떨어진 것도 있고, 소극장을 하고 싶어하는 성향 때문에 창작극을 많이 한 것 같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라이선스에서도 연기해 보고 싶긴 하다.

데뷔 5년 차다. 연기적으로 전환점이 된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신의 아그네스>에서 윤석화 선생님을 만났으니까, 연기적인 면에선 이 작품이다. 그런데 제가 뭔가 풀리지 않을 때 돌아보는 시기는 뮤지컬 <사춘기>를 할 때다. <사춘기>는 오랜 시간 작업한 것도 있지만,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만들고, 실수하고 틀리면 다시 고치고, 그러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던 시기다. 배우, 연출, 작가, 모든 스텝들을 사랑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다지 흥행하지 않았어도 마니아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휴가>를 준비하면서 답답할 때 <사춘기> CD를 듣는다. 그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세로 임했는지를 노래를 들으면 느껴진다. 내가 잘못해도 믿어주는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생각만으로 힘이 되는 작품이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전부터 그랬지만, 소극장, 대극장,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제가 하고 싶은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어디에 국한되고 싶진 않다. 대극장 주인공만 고집하는 배우도 있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작은 작품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관객들도 언제 어디서나 열심하고 책임을 다하는 배우구나,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뮤지컬 <화려한 휴가> 제작발표회 현장

 


 
민우와 신애 역을 맡은 최승열, 손현정

 
신애역 더블캐스팅 된 전미도와 최승열이 부르는 사랑의 하모니




<화려한 휴가>의 주역들. 왼쪽부터 이승현, 손현정, 전미도, 최승열


권호성 연출, 음악을 맡은 미하엘 슈타우다허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미지 팩토리(club.cyworld.com/image-fa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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