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다운되면, 다시 돌아온다! - 이정수
작성일200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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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앞에서 이정수를 만나기 위해 포장마차의 떡볶이를 마다하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하얀 티셔츠에 청바지. 선글라스에 가방 하나. 성균관대 앞에서 만났으니 성균관대 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2002년에서 2005년까지 우리는 그를 볼 수 없었다. 1년 7개월을 쉬고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것은 개그무대가 아닌 연극무대였다. 27살의 나이. 적다면 적은 나이고 많다면 많은 나이다. 그가 연극무대를 선택한 이유는 대단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그가 해왔던 그가 꿈꾸어 왔던 ‘연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제일 크다.
‘이정수’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아무래도 개그 콘서트에서 ‘우격다짐’의 코너를 혼자 진행한 것이 생각난다. 흰색 슈퍼맨 복을 펄럭이며 나와 건방지게 관등성명을 대고, 갈 때에는 ‘I Will Back’이라고 그가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나간다. 그러다 개그콘서트 무대를 떠나 간지 몇 년이 지나서 그는 ‘연기’를 하기 위해 다시 돌아 왔다.
“배우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개그맨이라는 인식을 벗어나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했죠. 우격다짐의 이미지를 아직까지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사실 두렵습니다. 연극 무대에 선다는 것이 도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개그맨의 뿌리를 뽑아서 연기자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다시 심는 심정입니다. 저는 배우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갈 고향이 없습니다.”
꽃미남 개그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정수는 데뷔 초기부터 자신의 꿈이었던 연기의 나래를 다시 펴기 위하여 이번에 연극 <뉴보잉보잉>(연출 손남목)을 선택하였다. 코믹성이 있는 <뉴보잉보잉>을 택했던 이유는 정극을 택하여 갔을 때의 관객들의 반응이 더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고, 작년에 <보잉보잉>을 보고 이 작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단다.
“힘있는 캐릭터예요. 능글맞으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인물이요. 저는 캐릭터를 그렇게 잡고 갈려고 합니다.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요. KBS 공채 개그맨 전에 연극을 했었으니까요. 그리고 소극장 무대는 익숙한 편이죠. 그런데 초조하고 떨리는 이유는 제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이 떨리고 초초해 지더군요.”
이정수가 맡은 역할은 미모의 세 여자 스튜어디스 사이에 애정행각을 벌이다가 결국 진실한 사랑을 찾게 되는 절대로 미워할 수 없는 바람둥이다. 이정수는 <뉴보잉보잉>에 대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세 여자 스튜어디스가 정말 예쁘다, 연출선생님이 밥값을 아끼지 않는다 등 너스레를 떨다가 “<뉴보잉보잉>은 극의 흐름이 굉장히 빨라요. 그만큼 짜임새가 강하고 분명하죠. 그러다 보니 지루할 시간이 없어요. 한마디로 정말 뜨거운 작품이예요.”
극중의 주인공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하는 이정수는 친구 같은 연인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발랄하고 똑똑한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개그맨으로 소위 말하는 ‘뜬’ 남자에서 연기자로 남기를 원하는 이정수는 어디까지일지 모르는 연기자의 길을 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전 톰 크루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니 톰 크루즈를 뛰어 넘고 싶어요. 등급을 매기자면 A+잖아요. 인기도 있고, 흥행성이 보장되어 있는 배우잖아요. 지금은 제작자도 하고요. 전 그렇게 되고 싶어요. 단신이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보는데 즐겁게 만드는 연기를 하잖아요.”
꿈도 많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나이임에 분명하다. 이정수는 <뉴보잉보잉>을 보러 오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무대에서 이정수를 보았을 때 웃길려고 나왔구나 하는 생각만 안 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고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많은 노력을 하겠다는 이정수.
“제 인생관은 신화를 쓰고 싶어요. 영웅이 되는 거죠. 이런 걸 해냈다. 우리 모두 본받자. 뭐, 그런 말을 듣고 싶어요.”
지금은 <뉴보잉보잉>에만 전력질주하고 있다. 이정수는 인생에서 큰 도박을 하고 있다. 승부에서 지면 올인되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이정수는 절박하고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매달리게 된다. 그의 인생관처럼 신화를 쓰게 될 이정수를 기대해 보자. 지금은 연극무대로 다시 돌아와서 시작하는 시점이지만 누가 아는가? 그가 신화를 쓰면서 영웅이 될지. 그가 영웅이 되어 돌아온다면 그의 한마디가 기대된다.
“내가 누구게? 나 이정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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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소미(C&Com 홍보팀장 flysom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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