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와 견공 찾아요' 뮤지컬 <애니> 오디션 현장


서울시뮤지컬단 연습실에 복도에 흔치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잘 관리된 갈색 털, 점잖고 우아하게 앉아있는 자태, 서면 아이 키를 훌쩍 넘을만한 늠름한 체구. 이 범상치 않은 견공 열 마리가 복도를 꽉 채우고 있으니, 모르고 들어온 이는 눈이 휘둥그렇게 떠질 지경.

연말 최고의 가족 뮤지컬로 자리잡은 뮤지컬 <애니>의 주인공 ‘애니’와 견공 ‘샌디’를 뽑는 오디션이 지난 11일 서울시뮤지컬단 연습실에서 열렸다. 2006, 2007년 <애니> 공연에서 활약한 골든리트리버 ‘쵸이’가 고향인 뉴질랜드로 돌아가 새로운 ‘샌디’를 뽑는 이날, 엄격한 서류 심사를 통과한 11마리의 견공들이 참여해 각축을 벌였다. 이들 중 한 마리만이, 극 중 애니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위안을 주는 친구 ‘샌디’로 당당하게 무대에 선다.

애타는 주인 마음 “평소엔 잘 하는데…”

다른 개와 마주치면 짖거나 경계하는 개들의 습성이 있음에도, 대기 복도는 큰 소란 없이 조용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간혹 낯선 개의 등장에 으르렁거리기도 하지만, 주인의 타이름에 금새 진정된다.

 
대기복도에서 서로 탐색 중.."우리 전에 본 적이 있던가?"

 
"얌전한 성격은 샌디의 필수 조건이라죠?"


견공 오디션 심사의 첫 번째 기준은 얼마나 순하고 사람 명령을 잘 따르는지, 또한 주인이 아닌 사람의 말도 잘 듣는지가 관건. 또한 무대에서 수시로 나타날 암전과 귀를 울리는 음악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이날 오디션에 참가한 견종은 라브라도리트리버, 골든 리트리버, 사모예드, 아이리쉬세터, 그레이트페레니즈 등, 길고도 어려운 이름을 가진 대형견들. 애견훈련학교, 맹인 훈련실 출신 등 가지각색 경력을 자랑해 기본적인 훈련은 마친 견공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일반인이 집에서 애지중지 키우며 개인적으로 훈련을 시킨 견공들도 참가했다.


"쉿" 하는 주인의 손짓. 짖으라는 명령어다


"가만히 있어" 하면 앉은 자세에서도 얼음!


낯선 배우와도 즐겁게 노는 견공

 
" 불러도 오지 않는 그대여.."
주인이 아니라도 명령을 따르는 것도 중요한 심사기준

 

이들의 특징은 주인의 정성스러운 사랑과 관심, 그리고 훈련을 받아왔다는 것. 하지만 성격은 제각각인지라 오디션에 응하는 노련함은 같지 않았다. ‘앉아’ ‘일어서’ ‘기다려’ 등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하던 훈련도 심사위원들과 각종 방송 카메라 앞에선 잘 발휘되지 않는 듯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견공도 있어 주인을 당황하게 하기도. 특히 연습실 전면의 거울이 개들의 호기심을 끌기 충분했는지 잘 걷다가도 거울 앞으로 달려가 꼬리를 흔들어 대기 일쑤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 앞에서도 나란히 걷기, 주인이 부르면 가기, 암전과 큰 소리에도 침착하게 앉아있다, 사람이 부르면 가는 임무를 차근히 해내는 견공들도 있다. 특히 이날 라브라도리트리버 ‘구름이’의 활약은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순하고 차분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결국 구름이가 2010년 샌디로 낙점, 애니의 ‘투모로우’ 노래를 무대에서 듣는 두번째 견공이 되었다. 


"자, 짖어봐"  "멍!"


암전 테스트


이중의 한 견공이 올해의 '샌디'


"바로 접니다~!" 샌디로 낙점된 라브라도리트리버 구름이

'애니' 오디션 "2010년 애니는 바로 나"

뮤지컬 <애니>에서 가장 활약을 해야할 역은 당연히 주인공 ‘애니’일 것. 2006, 2007년 이지민 박도연이 기존 아역의 한계를 넘어, 성인 배우 못지 않은 전문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만큼, 2010년 새로운 ‘애니’의 탄생도 기대할 만 하다.

참가자격 150cm이하 7~13세, 노래와 연기력을 갖춘 여자아이가 얼마나 있겠나 싶겠지만 2차 오디션을 통과한 애니 후보들의 실력은 여느 성인 배역 못지 않게 탄탄하다. 이미 뮤지컬 무대에 선 경력이 있는 아이뿐 아니라, 앨범과 방송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경험이 있는 소녀들이기 때문.

 
애니 2차 오디션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애니 후보들


"앞의 친구는 잘하나?"

오디션은 <애니>의 대표 넘버 ‘투모로우’와 연기 시험으로 진행됐다. 아무리 무대와 방송 경험이 있는 아이도, 오디션 직전엔 긴장이 되는지 심호흡을 하거나 앞선 지원자의 모습을 떨리는 마음으로 보곤 한다. 오디션 밖 대기실 풍경도 마찬가지. 준비한 노래를 몇 번이고 속으로 되뇌이며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성인 배우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오 해가 떠요, 내일엔 꿈꿔왔던 희망을 걸어요. 간절히. 오 생각해요, 내일을 근심 걱정 사라질 거에요. 모두 다. 내가 울적하고 외로울 때엔 나는 턱을 들고 힘껏 외쳐! 투모로우, 투모로우. 난 너를 사랑해, 널 내일 볼 수 있어” 

애니가 샌디에게 불러주는 노래 ‘투모로우’를 부르는 소녀들. 간혹 긴장해서 얼음이 되는가 했지만 결국은 준비했던 모션까지 보여주며 마무리하는 기특한 지원자도 있다. “오늘은 땡깡 안 부릴 거지?” 1차 심사를 진행했던 김덕남 연출이 장난스럽게 묻자 “네 오늘은 안 그래요”라며 야무지게 대답하는 지원자도 눈에 띈다.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훌쩍거려 심사위원들이 위로해야 하는 등 아직 어린 참가자들이라 생길 수 있는 해프닝이 종종 보인다. 노래 오디션 이후 바로 연기 오디션이 진행돼 새로운 '애니' 발탁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연말, 가족 뮤지컬의 강자로 떠오른 뮤지컬 <애니>를 이끌어갈 강단있는 소녀를 곧 만날 수 있을 것.

뮤지컬 <애니>는 12월 16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고심 중인 심사위원, 왼쪽부터 엄기영 음악감독, 김덕남 연출


긴장되지만 최선을 다하는 소녀들 "오 해가 떠요~"


연기 오디션. 성인배우와 동선과 대사를 맞춘다


두근두근 "누가 될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정근호(
www.knoju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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