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10주년 맞은 명품연극, 뜨거운 연습현장


네 놈은 본시 여자도 아닌 것이 여자이고
-부끄럽고 수줍고
때론 앙탈도 부릴까?
-때론 서글퍼 꺼억 꺼억 울기도 하고


왕의 말의 장단을 맞추며, 수줍은 듯 교태를 보이는 공길의 눈이 반짝인다. 왕으로부터 하사 받은 비단 옷을 입고 권력을 탐하는 공길을 연기하는 배우는 정태우. 드라마에서 연산군을 연기했던 그가 이번엔 연산군의 사랑을 받는 궁중광대로 분한다. 지난 공연에서 오리지널의 아우라를 뿜으며 마지막으로 공길을 연기했던 오만석에 이어, 아역 시절부터 쌓은 만만치 않은 연기 내공을 지닌 그가 공길을 연기해 주목 받고 있다.

오는 11월 10주년 앵콜 공연을 시작하는 연극 <이>의 공개 연습현장. 새롭게 공길로 투입된 정태우를 비롯해, 김뢰하 이승훈 하지혜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중 정태우는 지난 해 <에쿠우스>에 이은 두 번째 연극이다.

 
정태우(공길), 김뢰하(연산).

 
눈빛으로 말하는 두 배우. 정태우와 김뢰하(장생).

가난과 멸시 속에 살아와 권력을 탐하는 공길과 그를 안타까워하는 연인 장생, 슬픈 폭군 연산군과 공길을 질투하는 녹수가 만들어내는 이 작품은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연극은 네 사람의 갈등뿐 아니라 시대에 대한 풍자와 해학, 촌철살인의 유머로 무장한 소학지희로 웃음에도 포인트를 준다.
 
장생(문정수) 의 처형장면.

이번 연습현장에서는 네 주인공들의 갈등을 잘 보여주는 장면으로 진행됐다. 성적 가학의 대상으로 왕에게 몸을 받쳐 서로의 아픔을 드러내는 연산과 공길, 그들을 지켜보는 녹수의 관계는 정태우, 김뢰하, 하지혜가 펼쳤고 변해버린 공길을 안타까워하는 장생과 희락원의 대봉이 된 공길의 갈등이 표출되는 장면은 이승훈과 정태우가 선보였다. 장생의 처형을 앞두며 클라이막스에 달려가는 장면은 또 다른 공길과 장생인 정원영과 문정수가 펼쳐 앞선 팀과는 다른 개성을 드러냈다.

연극 <이>는 김태웅 작/연출로 2000년 초연해 '한국연극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작품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고, 공길역을 맡은 오만석은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으며 광대 중 하나인 공길과 동성애 관계였다'는 극적 설정으로 인간의 권력과 애증, 해학과 풍자를 무대에서 풀어내 지난 10년간 사랑을 받아왔다.

연극 <이>는 오는 11월 4일부터 12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광기를 분출하는 연산. 김뢰하의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왕에게 몸을 받치는 공길(정태우).

 
애틋한 감정이 생기는 두 사람.

 
비단 도포를 하사받고 기뻐하는 공길.

 
"광대가 뭐하러 권력을 추구하는 거지?" 공길이 안타까운 장생(이승훈).



 

 
장생의 처형 직전, 한판 놀이를 청하는 공길(정원영).




마지막 신명을 불태우는 장생(문정수).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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