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드라마> 우리네 세상 보다 막장인 게 또 있을까?

가죽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똑똑한 대학생 딸이 이룬 평범한 가족. 어느 날 가족 공장에 불이 나고, 빚 독촉에 시달린 아버지는 쓰레기 차에 치여 세상을 뜬다. 파출부가 된 어머니와 디자이너의 꿈을 접고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딸. 그러다 백화점 사장 아들은 딸에게 반하고, 집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결혼을 감행한다. 그 후 임신한 딸은 눈이 셋 달린 아들을 낳고 그제서야 며느리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곧 불륜의 문제가 시작되는데.

이 즈음이면 아침 드라마에서 시청률 제법 보장 받는 막장 중의 막장 스토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어떻게 저런 일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에게, “이봐, 세상은 그 보다 더 막장이지 않아?”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는 작품, 연극 <아침 드라마>가 그것이다.

지난 4일 늦은 저녁 게릴라 극장. 박근형 작, 연출로 극단 골목길 배우들이 펼쳐내는 연극 <아침 드라마>의 최종 리허설이 한창이다.


바닥을 치는 한 가족의 치닫는 비극적인 모습을 통해, 이것이 삶의 한 단편임을 보여주는 것이 특기인 박근형은 이번 작품에서는 제목부터 남다르다. 위에 풀어 놓았던 막장 스토리는 도입부에 불과하다. 장면 별로 이어진 리허설에서 관객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극중에 펼쳐지는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연습 중인 박근형 연출과 배우들

공연 전날까지 대본이 추가, 수정되고 장면이 바뀌는 박근형 특유의 스타일을 익히 아는 배우들은, 총 공연 중 50여 분만이 확정되어 진행되어 이어지는 리허설에도 초조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이숙, 박완규, 김주완 등 연기파 배우들의 진한 앙상블도 관객들에겐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해설자와 아내 역. 서이숙

"내 이름이 창식이라고? 아니야! "


부부로 나오는 서이숙과 박완규.
이들의 기억은 타인과 부딪힌다.


"선 임신, 후 결혼. 아들아 어쩌겠니..."


"거봐요, 아들이죠? 축하합니다, 예쁜 공주님이 태어나겠어요"



CEO의 아들과 가난한 아르바이트생.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


얽힌 기억과 사건들 속의 최후는?

지난 5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연극 <아침 드라마>는 오는 28일까지 게릴라극장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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