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2억 8천 만원 백지 그림에 흔들린 우정


하얀색 바탕 위에 하얀색 선이 있는, 하얀색 그림. 무려 2억 8천 만원에 샀다는 그 백지 그림 하나에 세 남자의 우정은 격하게 흔들린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서로 가진 예술관에 대한 불만이지만, 사실 그 동안 쌓여있던 서운함, 열등감이 그림을 계기로 폭발한 것.

<아트>는 아티스트 앙트로와의 2억 8천 만원짜리 예술품, 혹은 하얀 판때기가 몰고 온 우정의 균열에 대처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다. 세 명의 남자가 우정을 되찾는 과정을 자잘하고 깨알 같은 대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그려낸 이 연극이 11번째 공연을 시작했다.

이번 공연은 OB팀과 YB팀으로 나눠 공연 중. OB팀이 류태호, 이남희, 윤제문, 유연수 등 기존 <아트> 배우들의 연령을 이어왔다면, YB팀은 정상훈, 김재범, 김대종이라는 <아트> 사상 가장 젊은 배우들이 참여해 신선함을 더한다.

친구 사이라도 사회적 지위가 달라지며 생기는 묘한 균열을 무대에 옮긴 류현미 연출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친구들끼리 싸우는 건 똑같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순수하게 서로를 보며 실컷 웃을 수 있는 사이를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스팸어랏>을 함께 공연 중인 정상훈, 김재범, 김대종은 연극 연습에 대한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정상훈은 “매일 대중교통을 함께 타고 다니며 연습을 한다”며 “가끔 버스 안에서 감정이 격해져서 승객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곤 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우정 이면이 깔려 있는 소심하고 옹졸한 구석이 캐릭터들의 속사포 대사로 전면에 들어나곤 한다. 특히 세 친구 중 가장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두 친구에게 구박 받는 덕수가 극 막바지에 쏟아내는 대사는 A4 용지 3장이 넘는다고. 김대종은 “<스팸어랏> 대기실에서 중얼 중얼 대사를 읊고 다닌다”고 밝히기도.

연극 <아트>는 12월 23일부터 2011년 3월 31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3관에서 공연된다.

 
"이 판때기를 2억8천만원에 샀다고?"
절친 수현(윤제문) 규태(류태호)


"이 그림은 앙트로와 작품이야"


"판때기라니, 너무하지 않습니까?"
우정에 금가는 소리가 들리십니까?

 
"제 친구가 제 정신일까요?"

 
수현(이남희), 덕수(유연수)
"그래서 얼마냐?" "2억 8천"

 
서로 어이없어 하며 장난치는 두 친구

 
"규태 녀석은 요즘 왜 이럴까?"

 
이 어색한 공기..
YB팀 수현(김재범) 덕수(김대종) 규태(정상훈)


"너 솔직하게 말해, 이 그림이 훌륭해 보이냐?"

 
"니가 예술을 아냐...."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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