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짧기만 했던 <봄날>의 욕망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봄날>(이성열 연출)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어느 봄날, 겨울을 지나 생동감 넘치고 ‘배부른’ 봄날을 희망하는 자식들. 하지만 절대권력을 가진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인색함과 인내의 요구, 회춘을 향한 욕망에 자식들은 반란을 일으킨다. <봄날>은 이 속에서 아버지의 질서에 순응하는 첫째 아들과 자신의 처지에 대해 ‘식욕’ 이상의 무언가를 고민하는 막내, 동녀설화를 함께 이야기로 버무리며 서정적이고 우화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봄날> 은 이강백 작가의 희곡으로 1984년 초연(권오일 연출)해 제 8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을 수상하고 2009년 극단 백수광부에 의해 다시 무대에 올라 2009 서울연극제 연출상을 수상했다. 이번 공연은 세 번째 무대로 특히 1984년, 2009년에 이어 다시 한번 아버지 역을 배우 오현경이 맡아 주목 받고 있다.
이 작품에서 봄날은 따뜻하고 싱그럽기만 하진 않다. 오히려 “보리 서 말이 없어” 굶어 죽는 잔인한 시기다. 권력과 젊음의 욕망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와 식욕에 대한 욕망으로 아버지에 반기를 든 아들들의 이야기가 한 때의 봄날처럼 펼쳐진다.
극단 백수광부 창단 15주년 기념작인 이번 작품에서 이성열 연출은 “첫 공연에 비해 서정성을 조금 줄이고, 원작이 지난 우의성과 정치적 함의가 되살아나는 공연이 될 것”임을 빍혔다. 초연부터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오현경은 좀 더 깊어진 주름으로 욕망과 회한을 그리고 큰 아들 역의 이대연은 자신을 희생하며 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우직한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봄날>은 3월 31일부터 4월 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따뜻한 봄날, 허기져 힘없이 늘어진 아이들
"밥은 언제 먹어? 닭 잡아 먹자"
"닭도 아버지 것, 쌀도 아버지 것,
이 세상 있는 건 몽땅 다 아버지 것이야?"
몸이 약한 막내
불탄 백운사에서 내려온 스님들. 그들이 데려온 사람
인색한 아버지가 억지로 먹이는 회충약
"저녁은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삶은 콩에 싹 날 때"
다시 젊어질 욕망을 큰 아들에게 넌지시 전하는 아버지
나무에서 새 잎이 자라듯, 그들에게도 소생하는 봄이 될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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