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오셨다> 폭력과 악행의 사회가 잉태한 것은
작성일201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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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하고 싶은 자와 타인으로 밀어내려는 자. 모멸 받는 자와 모멸을 주는 자. 소외 받은 이가 ‘주인’이 돼 무차별한 폭력을 휘두르는 과정.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국립극단 <주인이 오셨다>(고연옥 작, 김광보 연출)는 사회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인간의 악행과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파괴에 대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여자. 그녀는 포주에 속아 갇히고, 간신히 탈출한 금옥네 식당에선 노예처럼 일하게 된다. 그곳 아들의 아이를 가져 그와 결혼하지만 수십 년간 한국말을 배우지 못한다. 말을 배우면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 될 것을 꺼려한 금옥의 잔인한 조치다.
순이의 아들 자루는 끔찍한 집안 상황과 남들과 다른 외모로 자존감이 없는 청년. 어머니가 당한 수모와 모멸감에 분노를 키우고, 친구들에겐 비굴하게 우정을 구걸하지만 철저하게 소외 당하고 사회로부터 내쳐진다. 그런 그가 어떻게 ‘주인’이 돼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는 살인자가 되는지 연극은 집요하게 보여준다.
고연옥 작가와 김광보 연출 콤비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개인적인 문제로 다뤄졌던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를 사회의 문제로 확장해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연기와 깔끔한 무대 활용도 주목할 만 하다.
<주인이 오셨다>는 오는 5월 1일까지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니가 저절로 나한테 굴러들어 왔구나"
"난 네 주인이야" 성노리개가 된 순이
"저 애랑 결혼해라, 단 말은 가르치면 안 돼"
평범하지 못한 가족
"너희가 원하는 거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이 집에서 기다리면 안 되나요?"
"난 니가 싫어!"
"살인범 손자라고? 다 이 여자가 탓이야"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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