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디팬미팅] 섹시한 고양이 에녹, 정민을 만나요~

온 마을에 페로몬을 마구 발산하며 암고양이들을 홀리는 섹시한 매력덩어리 럼 텀 터거. 젤리클볼이 한창 열리고 있는 샤롯데씨어터에 멋진 고양이 두 마리(?) 에녹과 정민이 등장했다. 야옹~은 아니지만 와우~, 어머나~가 수줍게 터져 나왔던 팬들과의 만남에서 짙은 분장과 타이트한 의상에 꽁꽁 숨겨졌던 두 남자의 속내가 서서히 밝혀진다.

<캣츠>에 구속 된, 구속 받기 싫은 두 명의 반항 고양이

올해로 초연 30주년. 전 세계에서 여전한 환호 속에 명작의 빛을 내고 있는 뮤지컬 <캣츠>가 2008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럼 텀 터거 역으로 젤리클볼에 합류한 에녹과 정민의 ‘터거 라이프’가 녹록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Q. 럼 텀 터거를 맡게 되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에녹: 크게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오디션에서 춤을 먼저 봤는데 워낙 잘 추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아, 내가 올 곳이 아니구나’ 했거든요. 뽑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언더인가? 커버로 뽑혔나?’하고 의심스러웠어요. 나중에 분장하고 옷을 입어보니까 아, 지금 터거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민: 2008년에 터거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그 땐 떨어졌죠. 진우씨가 엄청 준비를 많이 해오고 열심히 잘 하더라고요. 아, 진우가 해야겠구나, 했었고 또 그 때는 자신감도 없었고요. 정말 해 보고 싶었던 역이었는데, 이번 오디션에서는 다행히 좋게 봐 주셨던 것 같아요. 더군다나 같이 하는 사람이 누굴까 걱정했는데 녹이 형이어서(웃음) 다행이다, 했어요.

Q. 둘의 럼 텀 터거는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정민
: 잘 놀자, 생각했어요. 공연하면서도 자신에게 없는 부분들을 채워가려고 하는 경향이 배우들은 다 있거든요. 극중에서 비중이 크지 않아도 럼텀은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라 많이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런 극단적인 부분을 좀 가져가 보자, 하고 있어요.

에녹: 30년이나 된 작품이고 수 많은 럼텀이 지나왔으니까 연출님이 ‘럼텀’하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으세요. 초반에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셨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연출님이 원하시는 게 이런거구나, 하고 깨닫고 있어요. 젤리클 사회에서, 이 작품에서 럼텀에게 요구하는 게 이런 거구나, 하면서 맞춰가죠.

Q. 타이즈 의상(웃음), 몸매 관리 어떻게 하세요?
정민: 타이즈 자체가 쫀쫀해서 꼭 보정 속옷 같아요.(웃음)

에녹: 그 옷을 입으면 신기하게 배에 힘이 들어가고 걸음걸이도 달라지고. 공연이 워낙 어렵잖아요, 저희들도 살이 많이 빠졌는데 다른 고양이들도 정말 엄청 많이 먹는데도 몸무게가 계속 빠져요.


“아이라인 그리기 정말 힘들어요”

Q. 배우들이 스스로 분장하잖아요, 재미있는 에피소드 없으셨나요?
에녹: 연습 끝나고 분장을 배우는 시간이 따로 있었어요. 특별한 기술을 가르쳐 주기 보다는 이런 모양대로 그리세요, 하는거죠. 아이라인 그리는 게 정말 힘들어요.

정민: 역대 터거들 사진 사진을 주셔서 한번씩 그대로 해보고 자기와 어떤 게 제일 잘 맞는지 봤어요. 근데 그런 것 보다는, 그날 분장이 좀 잘 됐어, 선이 잘 그려졌어, 그러면 그걸로 하자, 그러시고.(웃음) 지금은 결국 내가 그리기 쉬운 것의 종합판이에요.(웃음) 지금은 40분 정도 걸리는데, 처음엔 2시간은 그렸던 것 같아요. 화장 잘 되면 아, 기분 좋고.(웃음)


Q. 공연 중에 객석으로 가서 관객과 함께 춤 추잖아요. 관객 선정 기준이 따로 있으신가요?
에녹: 나가기 전에 객석을 보고, 제일 재미있게 보시는 분을 찍죠.(웃음) 어떤 경우 굉장히 쑥스러워하시거나 불쾌해 하실 때가 있는데, 정말 재미있게 보시는 분들은 안 그러시거든요.

정민: 한 번은 관객과 춤을 추다가 다른 분하고 눈이 마주쳐서 전의 관객을 버리고 그 다음 분에게 가서 춤을 췄는데, 공연 끝나고 생각해보니 기분이 엄청 안 좋으실 것 같더라구요.(웃음) 가끔 미적미적 하시는 분 만나면 마음이 조급해 질 때도 있어요, 아, 조금 있으면 무대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하고요.(웃음)


고양이? 사람? 우린 누군가요~

Q. 공연 시작할 때, 쉬는 시간에도 객석에 와서 놀고 그러시는데.(웃음)
정민: 관객과 만날 때 가장 크게 느끼는 건 극단적인 반응이 나온다는 거에요. 어떤 분들은 저희를 사람으로 보시는데, 한 배우는 객석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대요. 그 분이 “어! 누구야”하고, 나중에 “좋은 연기 부탁해” 그러셨다는.(웃음)

에녹: 반대로 너무 고양이로 보실 때도 있죠. 만지고.(웃음) 며칠 전에는 여성분이 제 엉덩이를 풀 파워로 때리는데 깜짝 놀랐어요.

Q. 맡고 싶은 다른 고양이 역할을 꼽는다면요?
에녹: 그리자벨라요. 그리자벨라는 한 시간 동안 몸 풀고 집중하고 있다가 메모리 부르고 들어가고, 다시 집장하고 있다가 나와서 노래하고, 이런 식이거든요. 그게 결코 쉬운 게 아닐 뿐더러 정서를 지금 공연에 맞춰 유지하고 있다가, 그것도 불편한 감성을 갖고 나와서 노래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그리고 소리 하나에 삶이 녹아 있잖아요. 나이 들면 꼭 그런 역할 해보고 싶어요.

정민: 저는 미스토팰리스요. 지금도 장난으로 미스토팰리스 하는 배우가 아프다고 하면 “아파? 나 준비되어 있으니까 쉬어”라고 하는데.(웃음) 춤 추는 걸 워낙 좋아해서 20살 때부터 춤만 추고 다녔거든요. <캣츠>를 처음 볼 때도 저런 역할 진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이제는 안 춘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해 보고 싶은 역이에요.


Q. <캣츠>를 보는 방법, 워낙에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꼭 하나 알려주신다면?
에녹: 고양이들이 워낙 많고 개성이 넘치는데, 이 작품에 어떤 고양이들이 나오고 어떤 이야기인지 후기나 내용을 미리 읽거나 알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