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인의 방문> 돈을 주고 정의를 사겠소

폐허로 변해가고 있는 독일의 소도시. 극도의 경제적 결핍에 시달리는 이 마을 사람들은 억만장자가 되어 돌아온다는 이 고향 출신의 한 여인을 기다린다. 볼품없는 여인의 과거를 저마다 한껏 미화하며 칭송의 준비를 마지 않는 마을 사람들 앞에 선 여인의 한 마디. “천 억을 줄 테니 시체 하나로 정의를 사겠어요.”

스위스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 <노부인의 방문>이 이수인 연출로 공연 중이다.

1955년에 쓰여 이듬해 취리히 극장에서 초연된 <노부인의 방문>은 ‘썩고 더러운 곳’이라는 의미의 가공의 도시 귈렌을 배경으로 마지막 희망을 기다리는 주민들들과 자신을 배신한 옛 애인의 목숨을 정의의 이름으로 사겠다고 제안하는 여인의 관계를 담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극적 상황 속에서 리얼리티가 섬뜩하게 펼쳐지는 <노부인의 방문>에서 이수인 연출은 부조리한 언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조합과 충돌, 블랙 유머 등으로 모던하게 재해석 하고자 한다.

처음에는 여인의 끔찍한 제안을 거절하던 마을 주민들이 당장 비싼 물건을 외상으로 사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노부인의 방문>이 몰고 온 여파의 끝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연극 <노부인의 방문>은 오는 11월 1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계속된다.

연극 <노부인의 방문> 공연현장

억만장자 그녀가 곧 올겁니다


나는 그녀와 특별한 인연이 있어요.
우린 뜨겁게 사랑했었죠.


내가, 왔어요.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어요.


이 마을에 천 억을 줄테니, 정의를 주세요


나도, 당신도 늙고 뚱뚱해졌어요


우리는 아내였다가 마을 사람이었다가.


비싼 거 시켜도 되지~ 달아두면 되지~


난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이 남자의 최후는 어떻게 될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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