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디팬미팅] 혜은이, 진짜 진짜 좋아해~

‘감수광’, ‘당신은 모르실거야’, ‘제3한강교’ 등의 수 많은 히트곡을 낳으며 7, 80년대 원조 아이돌, 꽃미녀 가수로 가요계를 평정했던 혜은이가 이제 뮤지컬 무대에 섰다. <메노포즈>에 이어 두 번째 뮤지컬 무대인 <넌센세이션>에서 수녀로 변신한 혜은이와 오랜 그녀의 팬들의 만남은 감동 그 자체. “언제나 그대로 우리 앞에 있어 주세요”라는 외침이 우리 엄마 입에서 나올 줄이야!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고?

주체 하지 못할 끼를 수녀복 속에 감추고 있다가 라스베가스에서 잭팟 보다 더욱 화끈하게 터트리는 수녀님들의 이야기 <넌센세이션>에서 혜은이가 맡은 역은 원장 수녀 메리레지나. 에누리 하나 없는 엄격한 원장수녀이지만 문득문득 보이는 귀여움은 숨길 수는 없는데, 더 놀랄 만한 사실은 그녀가 왕년에 서커스단 최고의 스타였다는 것! 춤과 노래, 연기가 어울러지는 뮤지컬 배우가 혜은이의 꿈이었다는 깜짝 고백에 또 한번 놀란다.


“예전에 외국 공연을 가면 거기에서 뮤지컬을 보고 너무 좋아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때 우리나라에 뮤지컬이라는 게 많이 없었어요. 20대 때는 여기(가수) 그만 두고 그 쪽에 가서 공부해서 뮤지컬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뭐든 것에는 인연이 있고 늦게 찾아왔지만 또 알맞은 때에 만난 뮤지컬과 혜은이. 그 두 번째 작품에 대한 부담은 히트곡 뒤의 노래처럼 더욱 떨리고 부담스럽다고.

“이번 작품 섭외를 받았을 때 일단 수녀복을 입어본다는 게 너무 좋았고, 내가 첫 번째 작품으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가수들은 데뷔곡이 히트를 하면 그 다음곡이 굉장히 부담되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할 때도 그렇고 하고 나서도 뿌듯한 마음이 있어요. 애착도 많이 가고. 데뷔곡보다 더 애착이 많이 가는 상황이에요.(웃음)”


혜은이와의 만남을 함께한 12명의 참가자 중 다섯 쌍이 모녀. TV에서 바라만 보던 스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딸들이 잡아 엄마에게 선물한 경우이다. 전날 몸살에 걸려 꼼짝 못했지만 진통제를 먹고 찾아온 참가자는 눈 앞의 우상에게 궁금한 점을 연신 묻고, 수녀원 생활을 해 봤었다는 한 어머니는 지금은 돌아선 그 길에 대한 회상과 혜은이를 만난 반가움이 교차한다.

내성적이라, 이제서야 천직이라 생각

“사실 전 굉장히 내성적이에요. 가수를 하고 있지만 이런 일을 할 성격이 못되죠. 햇수로 지금 40년 정도 되었는데 항상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을 가지고 일을 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가장이 되어서 노래를 하기 시작했는데, 한 2, 30년이 지나고 나서야 내 천직이었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도 사람 사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런데 애를 낳으니까 많이 변하더라고요. 좀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해도 혹시 거기에 내 에너지를 쏟으면 우리 애한테 나쁜 기운이 갈까 봐. 내 성격을 많이 변화 시켰죠. 요즘에는 기쁘게 아주 감사하게 잘 하고 있어요.”



쉼 없이 연기와 노래와 춤을 어울리는 2시간 여의 레이스에 50대 중반 혜은이의 체력 안배가 무엇보다 궁금하다. 비싼 영양제? 좋은 기운이 바로 만병의 통치약이라는데.
“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기를 내게 보내주잖아요. 어떻게 건강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서 얻는 에너지는 좋은 영양제를 먹는 것 하고는 비교할 수 없죠. 그게 바로 건강의 근원이에요. 오히려 움직이니까 훨씬 더 좋고요.


가수 인생 36년. “어쩜 그리 변하지 않고 똑같냐”는 맑은 목소리가 여전히 그녀를 매력적인, 노래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지만, 세월 따라 변해간 개미 허리, 탱탱한 얼굴, 그리고 세상을 대하는 여유로운 마음이 어쩌면 그녀를 더욱 매력적인 가수, 다가가고픈 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젊은 사람들이 나를 모르는 건 당연하죠. 굳이 그 친구들에게 뭘 해서 날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엄마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자식들에게 알려지는 거죠. 내가 있을 자리를 내가 구분해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젊은 친구들이 날 모른다고 해서 내 재능과 내 모든 것을 모르는 건 아니거든. 얼굴이 쳐져도 보톡스를 맞고 싶지 않고 안 예뻐도 수술해서 이쁘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런 것과 맥락이 같을 수 있는 거겠죠. 연예인이면 다른 사람하고 다르게 가꾸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세월에 순응해야 한다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면 나는 뒤쪽이에요. 지금까지는 나를 지키려고 애쓰고 살았지만 남은 시간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은 꿈이 있지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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