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부풀어 오른다, 무엇이?

힘껏 걷어차인 우 일병의 ‘그곳’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다. 국가적 행사인 매스게임에서 실수한 그는 부풀어 오르는 그곳 덕분에 국가적 보물로 극진한 보호를 받게 된다. 그 어떤 때도 우 일병 개인의 의사와 존중은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매년 3월 국립극단에서 열리는 연극 축제 ‘봄마당축제’의 올해 첫 작품 <풍선>은 고재귀 작, 이상우 연출의 <풍선>. 특히 2007년 <변> 이후 5년 만에 이상우 연출이 무대에 올리는 창작 초연작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풍선>은 인간을 인격체가 아닌 수단과 가치로만 판단하여 활용하는 이 시대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비꼬고 있다.



‘고환 크기와 인간 행동의 관계에 관한 연구’라는 연출의 짧은 메모에서 출발했다는 <풍선>은 푸푼 고환과 함께 끌려 다니는 우 일병의 모습을 통해 폭력과 국가 권력에 착취당하는 모습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 마임이스트 남긍호는 주인공 우 일병 역을 맡아 신체 언어를 통해 연극적인 표현의 한계를 넓히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이 어우러진 세계 속에 탈래반, 댄스단, 비온새, 가카, 만화 캐릭터 등이 쉼 없이 교체되며 이야기 속에 관객들은 매스게임 관중, 강의를 듣는 청중이 되기도 하고, 비인격적인 행위를 동조하는 국민이 되기도 한다.



뒤죽박죽 황당한 어제 아니면 오늘의 상황 속에 쓴 웃음을 터트리고야 마는 연극 <풍선>은 23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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