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 세기의 천재는 왜 역사에서 실종됐는가

이윤택 연출이 10년 만에 작/연출한 연극 <궁리>가 지난 6일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우리에게 조선시대 대표적인 과학자로, 위인전으로 많이 접했던 천재 장영실. 연극 <궁리>는 물시계, 측우기 등을 발명하며 조선시대 과학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이 홀연히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이유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틱하게 제시하고 있다.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세종 24년 임금이 타고 갈 수레를 잘못 만들어 태형 80대를 맞고 쫓겨났다는 조선왕조실록이 마지막이다. 이후 그가 어디서 죽고, 그의 후손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당대 최고의 과학자이자 당시 대호군이란 종 3품 벼슬을 지닌 고급관리가 어떻게 임금이 타고 갈 수레를 만들게 됐는지, 하필 그 수레가 왜 부서졌는지, 수레 제작에 관여한 책임자는 처벌 받지 않고 풀려났지만, 장영실은 왜 쫓겨났는지. 연극 <궁리>는 이 의문의 장영실 실종사건을 재구성한다.

 
"임금이 탄 마차가 부서졌다!"

 
"주군이여 왜 내게 안여를 만들라고 하셨습니까?"

두 명의 천재, 장영실과 세종을 조명하며 연극 <궁리>는 이윤택 특유의 거침없는 유려한 대화, 젊은 앙상블이 만들어낸 기발한 효과로 두 시간여 동안 펼쳐 보인다.

이윤택 연출은 “부산시박물관에서 열린 장영실전을 접한 그의 발명품은 굉장히 아름답고 정교한 과학이었다”며 “그때부터 장영실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고 8일만에 장편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관노비 출생 장영실과 개국공신의 후손 조순생. 출신이 운명을 가른다.

 
조말생, 황희, 정갑손. 정치 밀담은 시작되고..

 
"은하계의 중심을 명나라에서 조선으로 옮겨놓겠습니다."

무대엔 장영실을 비롯해, 세종, 조순생, 최효문, 조말생, 황희 등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앞서가는 지식인이었던 장영실과 견고한 계급, 권력의 뛰어넘을 수 없는 관계를 제시하며 오늘날의 우리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은 “사극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궁리>는 본격 사극을 표방하고있다”며 “대전, 안산, 고양의 극단들과 국립극단이 공동제작하고 연극계의 풍운아 이윤택 연출과 함께해 흥미진진한 무대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연극 <궁리>는 오는 4월 24일부터 5월 13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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