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빛 비단에 써 내려간 사랑의 편지, <연서>

“오직 나의 한 사람, 이 생명 다 하는 날까지 당신 위해 비단 지어요”
‘비단’을 소재로 한 애절한 사랑이야기, 창작 오페라 <연서>가 더욱 고운 빛깔로 무대에 펼쳐졌다.

<연서>는 조선시대, 서로 다른 사랑을 꿈꾸는 네 남녀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명문가의 무남독녀로 자랐으나 기탁의 계략으로 하루아침에 집안이 몰락해 기생이 된 도실과 그녀를 연모하는 비단 장인 아륵, 도실을 갖기 위해 온갖 모함과 부정부패를 서슴지 않는 무사 기탁과 남몰래 아륵을 사모하는 연아. 네 사람은 기막힌 운명 속에서 각기 다른 빛깔의 사랑을 그려나간다.

도실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마을 사람들(위)
그러나 도실의 집안은 기탁의 계략으로 하루아침에 몰락한다(아래)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서울대표창작공연사업의 일환으로 공동 제작한 <연서>는 2010년 초연 당시 흥행에 성공하며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 컨텐츠로 자리잡았다. 연극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바보각시>의 최우정 작곡가가 음악을 맡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서울시합창단이 함께 참여했다.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연서>는 관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새로운 모습으로 꾸며졌다. <주인이 오셨다>로 지난 해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을 수상한 고연옥 작가가 각색을 맡아 이야기의 흐름을 더욱 명료하게, 긴장감을 한층 탄탄하게 만들었다. 창작오페라 <천생연분>과 발레뮤지컬 <천생연분>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양정웅 연출이 합류한 점도 눈에 띈다.

권력과 재물로 도실을 유혹하는 기탁(왼쪽 위)
지순한 사랑을 바치는 아륵(오른쪽 위)
기생이 된 도실은 아륵의 순정을 매몰차게 뿌리친다(아래)

순수한 소녀와 고혹적인 기생의 매력을 모두 보여주는 도실 역은 소프라노 강혜정과 이은희가, 목숨 바쳐 사랑을 지켜내는 아륵 역은 테너 나승서와 엄성화가 맡았다. 파괴적인 사랑의 주인공 기탁 역에는 바리톤 한경석·김재일·박정민이, 숨은 사랑의 조력자 연아 역에는 소프라노 김정미와 오진현이 캐스팅됐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함께 부르는 이들의 아리아는 화려한 조명과 무대 사이로 스며들어 객석을 가득 채운다.

 사랑에 눈 먼 남자들을 비웃는 기생들(위)
도실에게 전재산을 바치는 양반 재필(가운데)
기탁의 음모를 알게 된 도실은 복수를 준비한다(아래)

2012년 서울을 대표하는 예술작품으로 또 한 번 거듭날 창작오페라 <연서>는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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