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공연 하겠어? 뒤죽박죽 백스테이지 <노이즈 오프>

이유가 없으면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배우, 빠진 콘텍트렌즈를 찾아 무대 바닥을 갑자기 헤매는 배우, 술 마시고 어디에선가 자다 자기 차례를 놓치기 일수인 배우, 게다가 센스 없고 둔한 무대 감독과 조연출까지. 개막을 코앞에 두고 공연은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까.

연출가의 시름과 무대 안팎의 요절복통이 점점 더해지는 연극 <노이즈 오프>가 지난 4일 개막했다. 영국 작가 마이클 프레인이 1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은 1982년 런던 초연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관객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는 코미디. 극중극 ‘빈집 대소동’을 준비하고 있는 배우와 스텝들이 저마다의 이유와 상황들로 연습은 꼬여가고, 막이 오른 후에도 끊이지 않는 돌발상황들로 정신 없는 무대 앞과 뒤의 모습들이 180도 회전하는 2층 세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5년 만에 다시 관객 앞에 선 이번 무대에서는, 배우와 스텝들을 어르고 달래는 연출가 역에 장현성과 안신우가 함께 나서며, 서현철, 정의욱, 전배수, 황정민, 김나미 등이 극중극 배우들로 기가 막힌 호흡을 맞춰나간다.



개막일 낮 미리 무대를 공개한 자리에서 <노이즈 오프>의 연출인 동시에 극중 바람둥이 부동산 중개인 로저 역으로 활약하기도 하는 백원길은 “작품의 스피드와 젊은 톤의 코미디를 가미하기 위해 배우들의 연령대를 낮춰 캐스팅했다”고 설명하며 “2막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현대적인 톤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엘리트 역으로 인상 깊은 모습을 선보여온 장현성은 이번 연극에서 연출가 역할로 나서 정신 없는 코미디로 이미지 변신을 예고 중이다. 극단 학전의 창단멤버로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연극은 어쩌다 시간 나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 친정 같은 곳”이라며 2010년 뮤지컬 <컨택트> 이후 오랜만에 무대에 선 소감을 밝혔다.




“연극은 굉장히 만나고 싶은 공간, 작업하고 싶은 시간이다. 언제나 이런 시간을 꿈꾸며 다른 작품도 하는 것일 정도로 연극을 통해 갖게 되는 즐거움이 너무너무 강하다. 스테이지 소동극은 대본이 똘똘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데, <노이즈 오프>는 똑똑하고 정교하게 계산되고 배치된 코미디다.”

국내 초연 당시 양택조, 안석환 등과 함께 출연해 로저 역을 맡았던 서현철은 이번에 빈집 주인 필립 역을 맡으며 “같은 작품이라도 다른 배우들과 하니 색다른 맛이 나는 것 같다”고 말하며 “과장되긴 했지만 실제 무대 뒤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흔하게 일어난다”며 배우로서의 고충과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원작에 담긴 ‘인생의 험난한 고비나 시련은 결국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재포장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그저 신나게 놀아보자, 하는 마음”이라고 백 연출이 설명하는 연극 <노이즈 오프>는 오는 6월 1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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