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엔 동성애를 장려했다고? 베일 걷은 <콩칠팔 새삼륙>

“1931년 4월 8일. 서울 영등포역, 손을 맞잡은, 무척 다정해 보이는 두 젊은 여성이 철로 위를 걸었다. 기관차가 역으로 달려오자 그녀들은 차례로 기차에 몸을 던졌다. 처참한 현장에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 한 장도 함께 발견되었다.”

모던 보이, 모던 걸, 미스코시 백화점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
하루가 다르게 새로워지는 도시, 그러나 여전히 일제 치하. 많은 혼란 속에 신여성으로서의 자아를 꽃피우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불행했던 두 여인의 이야기가 뮤지컬 무대에 피어난다.

창작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1931년 함께 철로로 투신해 생을 마감한 실존 인물 홍옥임과 김용주에 픽션을 더해 탄생했다. 이나오 작곡가는 한국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자료조사를 하던 중 두 여인의 일을 기사로 접해 흥미를 느꼈고, 이수진 작가와 함께 작품으로 발전시켰다.


최미소(홍옥임 역), 신의정(김용주 역), 조휘(류씨 역)

지난 29일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수진 작가는 “소재가 주는 충격이 컸다”고 첫 인상을 회상했다.
“작품을 쓰며 1930년대 화려했던 경성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왜 두 사람은 서로를 택했으며, 그들이 온전한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두 인물을 제외하고 모두 픽션이다.”

의사 아버지를 두었으며, 작곡가 홍난파의 조카이기도 한 홍옥임과 집안의 강요로 고등학교도 채 못 마치고 결혼을 하게 된 김용주. 불행한 환경 속에 서로를 알아본 두 여인의 위험한 질주와 속 마음이 작품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신구가 교차하며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던 1930년대가 두 여인의 비극적인 모습과 이어진다”고 설명한 주지희 연출은 “한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두 여인을 둘러싼 다양한 군상들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두 주인공을 제외한 6명의 배우들은 20가지가 넘는 배역을 소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파격적인 동성애 표현 장면은 없을 것이라고.


"내 안에 자리잡은 너, 내 사랑은 너 뿐"


"영화 속에서만 만났던 그 아메리카로 함께 가요"


<콩칠팔 새삼륙>의 배우들
(왼쪽부터 최용민, 정연, 김보현, 유정은, 김준오)

실제로 자유 연애의 바람이 불었던 1930년대 경성이었지만, 여자들에겐 순결의 강요와 함께 일면에서는 여자와의 안전한 연애를 권장했다는 것, 같은 인간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사랑할 수 있었던 동기간의 사랑에 여학생들이 더욱 매달렸다는 과거의 기록은 현대인들에게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신경미 음악감독, 이나오 작곡가, 이수진 작가, 주지희 연출가

자신의 첫 제작 공연으로 <콩칠팔 새삼륙>을 만난 조용신 프로듀서는 “소재와 주제 등이 그간 뮤지컬에서 피해갔던 것들로, 우리가 항상 고민하고 있는 사랑, 세상과 나 등의 관계와 그 내면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주, 홍옥임 두 주역은 신의정과 최미소가 맡는다. 두 여인의 아버지 홍석후와 김동진은 모두 배우 최용민의 몫이며, 홍옥임의 약혼자인 의대생 류씨는 조휘가, 홍석후의 애인 화동 역엔 정연이 나선다. 더욱 다양한 역으로의 변신은 김준오, 김보현, 유정은이 담당한다.

‘콩칠팔 새삼륙’은 남의 일에 대해 쉽게 떠들어대는 모습을 뜻하는 옛 우리말이다. 실제로 사고 후 두 여인의 집안은 생전에 지극히 서로 사랑했던 이들의 뜻을 생각해 함께 화장했다고 한다. 3년 간의 준비 과정을 거친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6월 29일부터 8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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