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만의 축복 김선경

39살 주부 김선경의 ‘축복’이라는 의미 김선경. 그녀가 또 다시 일을 낸다.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라는 그녀의 말에 무엇이 처음이냐는 질문부터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김선경에게는 뮤지컬을 시작한지 15년이 지나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렸던 지난 세월 동안 어느 여배우가 그러하듯이 1인극의 무대를 서고 싶어하는 마음은 다 똑같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감히 설 수 없는 무대. 꿈인 동시에 그 무대는 무서우리만큼 힘든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꿈꾸었던 무대를 준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한다. 인생을 다 살아보지도 않고 모노 드라마를 한다고 질책은 받지 않을까, 아니면 ‘그러면 그렇지’하는 생각으로 결론이 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할 것이다. 그러나 김선경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배우’라는 직업에서 오는 소명감으로 인해 공감대를 느끼고 그녀에게만 있는 그 무엇인가를 나누어 주는 생각으로 1인 무대에 설 것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축복’ 그녀에게 ‘축복’이라는 단어는 남 다르다. 물론 종교에서 흔하게 말하는 ‘축복’이라는 단어와 흡사할지 몰라도 김선경이라는 한 사람에게 있어 ‘축복’이라는 단어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한 번 뿐인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그렇듯이 어려움과 역경을 거치게 된다. 김선경도 그런 어려움과 역경이 있었을 것이다. 그 어려움과 역경의 끝에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게 되며, 이분법적인 논리로 따져서 두 개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죽음’이라는 길과 ‘탄생’이라는 길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죽음’이라는 길을 선택했을 때에는 고인으로 남게 되지만 ‘탄생’이라는 길을 선택할 때에는 인간으로서 다시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그 자체로 ‘축복’이라는 말로 그 탄생의 기쁨을 표현하게 된다. 그녀는 두 개의 길에서 ‘탄생’을 선택한다. 그리고 다시 그 선택된 삶 속에서 그녀는 축복을 받게 된다. 살아있다는 자체가 그녀에게는 축복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라는 것이 귀하고도 귀한 것일 것이다. 30대 후반에서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댁의 아줌마 김선경. 이제 곧 있으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아이를 기르며, 또 다른 아줌마로 거듭날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위를 감싸고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축복에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참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그녀의 자신에서 오고 있는 것일 것이다. < 그녀만의 축복 > 39살의 주부. 남편은 밥을 먹는 가구이고, 아이는 ‘엄마는 몰라도 돼’를 연발하여 자신에게 상처 주는 딸이 있다. 돈 문제로 인한 시댁과의 갈등과 닮기 싫었던 친정 엄마의 모습까지도 모든 것이 불행해 보이는 모순 덩어리의 가정 주부이다. 그녀가 두 갈래의 길에 서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김선경은 두 갈래의 길에서 한 길을 선택한다. 삼순이가 결혼하고 10년이 지나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있을 것이다. < 그녀만의 축복 >은 삼순이의 결혼 10년 차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30대 후반과 40대 초에서 잃어버리고 왔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풀어 놓는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여자로서 ‘탄생’과 ‘축복’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생기게 된다. “노메이크업으로 무대에 오를 겁니다. 빠글빠글 파마머리에 슬리퍼 끌고, ‘공주과’가 절대 아닌 그냥 아줌마예요.” 어여쁜 여배우이기를 포기한 그녀. 그녀가 어여쁜 여배우이기를 왜 포기하면서까지 모노 드라마를 하려 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가 50-60%가 되는 < 그녀만의 축복 >을 통해 대변인의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가족이 있어도 치가 떨리는 외로움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거나 건망증에 열쇠나 핸드폰, 걸레를 찾던 기억들, 홈쇼핑에서 물건 예약하고 아침이 되면 모두 취소를 하는 주부들, 연속극에 울고 웃는 그녀들, 엄마가 아닌 가정부의 느낌을 받을 때, 식당 주인인 것처럼 여관방 주인인 듯한 느낌을 받을 때, 싱글이면서 일에 매달려 잘 나가는 친구를 볼 때, 그녀는 자신이 무엇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고 사는 때가 많아지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억척같이 사는지. 자신이 꿈꾸었던 그 무엇인가가 되겠다는 꿈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래서 더 외로워지는지 모르는 것이다. < 그녀만의 축복 >은 철저히 해부하고 파헤쳐 결말을 던져준다. 그 다음은 관객들이 선택하는 몫일 것이다. 김선경 지난 3월 정동극장에서 그녀만의 콘서트가 열렸다. < 마이 스토리 >가 공연 4일 전에 입석까지 모두 매진되는 사례가 벌어진 것이다. 1991년에 < 사운드 오브 뮤직 >의 마리아로 시작하여 < 드라큘라 >, < 라이프 >, < 로마의 휴일 >, < 시카고 >,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 틱틱붐 >, < 캬바레 >, < 갬블러 >, < 킹 앤 아이 >, < 넌센스 잼보리 >, < 파우스트 >, < 브로드웨이 42번가 >, < 아가씨와 건달들 >, < 루나틱 >에 이르기까지 비중있는 배역과 카멜레온 같은 연기 변신을 해 온 보기 드문 뮤지컬 배우이다. 뮤지컬 대상 시상식에서 인기상을 독차지해 오고 있는 그녀가 이제 한 사람의 배우로 무대에 선다. 그녀만의 축복에 대한,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공감대 선 상에서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하는 언어 형식을 통해 친구로, 엄마로, 동생으로, 언니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누구의 엄마, 아내, 아줌마, 며느리가 아닌 ‘여자’로써의 삶의 이야기와 같이 하길 바라고 있다. “부부끼리 오셔도 되고, 친구끼리 오셔서 보셔도 괜찮아요. 김선경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 하지 마시고, 마음을 열고 편하게 오셔서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즐기기까지 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녀는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모습만이 아름다운 여자가 아닌 마음마저도 아름다운 여자 김선경에게서 끊임없이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보고 싶다. < 그녀만의 축복 >이 시작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형준 (C&Com adore_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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