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Lover > 결혼 후, 서로를 욕망하는 한 가지 방법

“당신 애인, 오늘 오나?”

마치 “밥 먹었냐”고 묻듯 자연스럽게 묻는 남편의 질문에 아내는 천연덕스럽게 “세 시”라 답한다. 일상적인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남편과 집안을 정리하는 아내가 나누는 대화라니. 무언가 뒤틀리고, 파격적이다.

200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해롤드 핀터의 작품 < The Lover >(연출 오경택)가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The Lover>는 부조리극의 대가로 불리는 헤롤드 핀터 작품 중 가장 섹슈얼하고 대중적이라 평가 받는 작품. 결혼 10년 차 부부 ‘리처드’와 ‘사라’가 욕망의 유효기간을 늘리기 위해 이중생활을 이어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침 출근 길 아내의 ‘외도’ 스케줄을 묻는 남편 ‘리처드’ 역은 송영창이, 남편이 만나는 창녀에 대해 묘한 호기심을 보이는 아내 ‘사라’ 역은 이승비가 열연한다. 평범한 어느 날, 부부가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비일상적이고 파격적인 대화는 수시로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10년차 부부로 분한 두 배우의 노련함은 연습실에서도 빛났다. 동선과 움직임,눈빛, 대사에 권태를 벗어나려는 부부의 처절함이 수면 밑에서 때때로 튀어나온다.

몇 년간 외도를 즐겨온 ‘애인’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하자 눈빛은 금새 흔들리고 혼란에 빠지는 사라. 아내의 외도에 동참하고, 자신 역시 그 ‘룰’을 따르는 남편의 기묘한 행동은 애잔함마저 불러일으킨다.







 

사회적 자아와 본능적인 자아 사이를 줄타기 하듯 넘나드는 이들 부부의 파격적인 이중 생활은 국적을 불문하고 공감을 일으켰다. < The Lover >는 1963년 영국의 지역 방송사에서 50분짜리 흑백 TV 영화로 제작돼 같은 해 9월, 영국 런던 아츠씨어터에서 초연(헤롤드 핀터 연출)되었다. 이후 1998년까지 영국에서만 총 98번의 프로덕션으로 공연됐고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이란 등 세계 각지에서 지금도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74년 <티타임의 정사>로 첫 소개되어 극단 실험극장과 극단 민중극장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여러 차례 공연되었다. 당시 연극의 에로티시즘으로 이슈가 되자 자극적인 포로노그래피로 접근한 아류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도 했다. 이번 무대는 19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 The Lover >는 6월 28일부터 8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