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탕> 7성급 감옥 라이프에 잊혀지는 ‘난 누구?’

유쾌한 재담꾼 장진이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연극을 선보인다. <리턴 투 햄릿> <서툰 사람들>에 이어 올 상반기 세 번째로 무대에 올리는 연극 <허탕>은 부조리극의 매력을 살린 작품이다.

지난 15일 개막한 연극 <허탕>은 탈출만 빼고 죄수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7성급 호텔 같은 감옥이 배경이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방금 내린 따뜻한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즐기는 고참 죄수, 그리고 내란죄로 감옥에 들어와 경계를 늦추지 않는 신참 죄수,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모르는 미모의 여자 죄수 세 명이 한 감옥에서 생활을 이어간다.


작, 연출 장진

장진 연출이 스물한 살 군복무시절에 쓴 <허탕>은 1995년 초연 당시 정재영, 정은표를 비롯, 1999년 앵콜 공연에서 정재영, 신하균, 임원희, 정규수 등 지금의 스타배우들이 신인으로 출연했던 작품.

13년 만에 공연하는 올해 무대에서는 <키사라기 미키짱> <리턴 투 햄릿> 등의 김원해, <악역배우 남달구>, 영화 ‘황해’ 등의 이철민, <너와 함께라면> 이후 2년 만에 만나는 이세은을 비롯 김대령, 송유현, 이진오가 더블 캐스트로 분한다.


장진 연출과 출연 배우들
(왼쪽부터 김원해, 송유현, 이세은, 이철민, 김대령, 이진오)

21일 주요 공연 장면을 공개한 자리에서 장진 연출은 “작품을 썼던 90년대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유행하던 때로, 작품의 7, 80%는 작가가 쓰고 나머지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기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의 대중들은 경쾌함을 원하고 이런 식의 어려운 담론을 펼치고자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서, 작가들만 어떤 세계 안에 갇혀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었다”며, “첫 공연을 마친 후 10분 분량을 드러내 다시 맞추었다”고 덧붙였다.


신참 죄수와 고참 죄수의 첫 만남
"놀라지 말아, 자네가 온다고 커피도 준비했어"

"어떻게 감옥에 TV, 오디오, 게다가 커피까지 있지? 여긴 어디야?"

감옥 주변을 둘러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모니터는 “관객들도 어느 순간 간수처럼 배우들을 조망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를 위해 배우들은 연습실 사방에 사람들의 그림을 붙여 놓고 연습했다고.


"그때를 기억해봐, 널 힘들게 한 사람이 누구지?"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이 아이 아빠는 누구냐고!"

주어진 공간에서 현실에 안주하며 사는 인간, 현실을 돌파하려는 인간, 그리고 현실을 잊고자 스스로 기억을 거부하는 인간 등 캐릭터 개개인의 심리 변화는 쉽게 무엇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작품의 묘미를 만들어 낸다. 360도 개방형 무대에서 무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마련된 소수의 죄수석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진 연출이 “정해진 메시지는 없지만 ‘끊임없이 질문하십시오’가 작품이 말하는 것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 연극 <허탕>은 9월 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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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12.06.25

    아 진짜 보고 싶어요ㅕ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