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우맨> 잔혹하고 슬픈 형제의 동화


머리와 몸, 심지어 손가락까지 베개로 만들어진 필로우맨. 순하고 평온한 외모이지만 그가 하는 일은, 비참한 인생을 살게 돼 있는 사람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어린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도와 주는 것이다..

마틴 맥도너의 연극 <필로우맨>이 2007년 초연 후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필로우맨’ 등 잔혹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 카투리안과 그를 의심하고 추궁하는 두 명의 형사, 그리고 어두운 사연을 지닌 카투리안의 형 마이클 사이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진실공방이 일련의 살인사건을 가운데 두고 펼쳐진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이목을 끄는 부분은 카투리안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삭막한 취조실에서 카투리안의 나레이션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환상적이지만 잔인하고 슬프다. <필로우맨>을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섬뜩한 인간 내면을 그리는 심리 드라마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여기에 카투리안과 두 형사가 벌이는 심리전도 눈길을 끈다. 카투리안과 마이클에게 '친절한 형사'임을 내세우지만 미리 정해둔 자신만의 결론으로 사건을 구성하려 하는 투폴스키와의 팽팽한 긴장감이 공연 전반에 흐른다. 

 
잔혹한 이야기만 줄기차게 쓰는 카투리안(김준원)과
능청스럽지만 냉정한 형사 투폴스키(손종학)

 
카투리안의 잔인한 이야기를 무표정하게 읽어 내리는 형사

 
말보단 주먹이 먼저. 에리얼 형사(조운)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변정주 연출은 “언어적인 묘미가 관람 포인트”라며 “등장인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진실의 조작과 대립 등을 주목해서 봐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능한 영어의 텍스에 있는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무대는 집중력을 위해 영상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어둡고 잔인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작가, 카투리안 역은 <뷰티퀸> <쉬어매드니스> <날보러와요> 등에서 활약한 김준원이 맡았다. 그는 “좋은 작품을 만나면 부담감보단 설렘이 더 크다”라며 “하지만 이 작품은 감당이 안될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대사량 때문에 고생했다”고 말했다.

 
"너희 집에서 발견된 걸 봐"

 
잔인한 동화로 구현되는 이들의 과거

 

카투리안을 추궁하는 냉혹한 형사 투폴스키 역에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싶다> <목란언니> 등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손종학이 맡았고,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형사 에리얼 역엔 조운, 어릴 적 고문의 후유증으로 머리에 손상을 입은 카투리안의 형, 마이클 역엔 이현철이 열연한다.

 
카투리안의 형 마이클(이현철)

 
형의 극단적인 순수함과 잔인함에 기함하는 카투리안

작가 마틴 맥도너는 데뷔작 <뷰티퀸>을 단 8일만에 써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작가. 2003년 초연과 함께 뜨거운 이슈를 만들어 낸 <필로우맨>은 지난 2007년 배우 최민식이 카투리안 역을 열연하며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된 바 있다, 2012년 <필로우맨>은 오는 9월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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