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거기 > 연출 김한길
작성일200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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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사람, 꿈 많은 이가
말하는 춘천 거기
< 춘천 거기 >는 배우와 스텝들이 100만원씩 자비를 털어 ‘백만송이 프로젝트’로 백만 관객몰이에 나선, 당찬 연극이다. 이 연극이 만들어지기까지 ‘백만송이 프로젝트’만큼의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것이 의외일 수 있다.
< 춘천 거기 >의 작품을 쓰고 직접 연출을 맡은 김한길을 만난다. 처음 < 춘천 거기 >의 작, 연출을 인터뷰 하려고 할 때에는 막연히 여자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씨어터 일의 입구를 들어섰었다. 하지만 여지없이 그 기대(?)는 깨어지고 수더분한 남자(?) 분이 우리를 맞았다.
김한길.
그는 남자였고, 아주 평범해 보이는 수더분하고 사람 좋게 생긴 얼굴의 분명 남자였다. < 춘천 거기 >의 포스터를 보거나 리플렛 안내 문구를 보더라도 < 춘천 거기 > 작품에 글을 쓴 사람이 여자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만큼 뉘앙스나 글의 내용에서 품어져 나오는 향내는 분명 여자의 감수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일지도 모른다.
불륜, 집착, 애증으로 엮인 세 커플의 3색 사랑 이야기를 다룬 < 춘천 거기 >는 유부남 명수와 선영이의 이야기와 2년 차 커플인 영민과 세진,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응덕과 주미가 등장하고 있다. 춘천에 있는 한 팬션에 모인 세 커플의 이야기로 구성된 < 춘천 거기 >는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불륜을 선택한 연인과 상대방의 과거의 일에 집착하는 연인, 서로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싸우는 연인 등의 이야기를 큰 틀로 다루고 있다.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했어요. 군대 갔다 와서 늦게 시작했죠. 물론 연극은 고등학교 때부터 했었고, 극단 생활은 꽤 오래한 것 같아요.”
그는 글을 쓰고, 연출을 한다.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이기도 한 김한길은 < 청국장 >, < 장군슈퍼 >, < 사랑의 피아노 >를 작, 연출하였다. < 춘천 거기 >는 올해 7월에 첫 공연이었으나 5월에 쓰다가 한 번 멈추었던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굳이 써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한 달 동안 고민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한 스스로의 근거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이 이야기란 것이 결국 ‘사랑’이라는 주제였다. 그 때 김한길은 작가들이 ‘사랑’이라는 테마로 자유로운 이야기를 쓴 ‘저기 내게로 오고 있다’라는 책에서 공지영 작가의 ‘물의 정거장’이라는 소설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랑 이야기는 또 해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자 힘을 얻어 < 춘천 거기 >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산고의 고통이라는 것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느끼지 못하리라.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매듭이 하나 풀리면 순식간에 풀리기 마련이다. 그는 그렇게 < 춘천 거기 >의 글을 쓰고,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어 가기 시작하였다.
< 춘천 거기 >에 깃들어져 있는 정서가 많은 이들에게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다. 제목에서 오는 뉘앙스가 70, 80 세대에게는 곧바로 꽂이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춘천’이라는 공간은 다같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에 작가는 맨 먼저 기대었다. 작가 개인적으로는 춘천에 대한 기억이 처음 사귀었던 여자와 함께 가고 싶었는데 결국은 가지 못하고 그 친구에게 전해 들었던 춘천에 대한 기억밖에 없다는 것이다. 헤어지고 난 후 다시 사람을 만나 다른 이와 함께 갔던 기억을 또 다시 떠올리겠지만 첫사랑에 얽힌 춘천은 그에게 있어 환상과 꿈에 젖어있는 아름다운 과거의 추억 중에 한 페이지가 되어 있었다. 지면을 빌려 작가 겸 연출가의 사랑 이야기를 늘어 놓을 수 없는 관계로 생략하겠지만 그에게 들었던 춘천에 대한 기억 중에 강촌에서 춘천 이야기를 하염없이 하는 그는 천진난만한 아이를 닮아 있었다. 호반의 도시 춘천 한 가운데 공지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하염없이 즐거워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질 만큼 상세히 아무런 생각 없이 춘천에 취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각자 춘천에 대한 막연하거나 확실한 기억들이 자신의 가슴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거기’라는 명사를 붙인다. 구체적인 어떤 목적이 있어서 ‘거기를 붙였다. ‘춘천’이라고 해 놓고 심심했던 차에 써놓은 작품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춘천에서 사랑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기’를 쓰게 되었다.
그가 연극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은 단순하다. 고등학교 때 쉬는 시간. 각 동아리의 소개를 하는 시간 중에 연극반도 소개를 하게 되었다. 그는 연극반에서 첫 눈에 반한 누나를 보고 그 누나를 보기 위해 원서를 내러 갔고 한 번 더 보기 위해 오디션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연극이 재미있어지더니 아예 빠져 들었다. 고2때 연극을 진로로 정할 것인지 취미로 잠재울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연극을 선택하게 된다. 집안에서의 반대는 물론이고 그는 가출도 불사하였다. 비록 5일 만에 잡혀 들어왔지만. 집안에서는 저렇게까지 하는데 지켜 보자해서 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극단생활을 밑바닥부터 시작했고, 군대를 갔다가 다시 극단으로 와서 연기하는 것보다 작가가 표현해 내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만학을 하게 만든다.
“저에게 영향을 주신 분은 오태석 선생님이세요. 선생님을 뵐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저런 열정이 있을까? 생각하다 한 해를 지내다 보니 열정이 아니라 삶이구나 했다 삶을 저렇게 열심히 살 수 있다면 선생님에게 있어서 연극은 즐거움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가 생각하는 연극에 대한 테두리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모습을 닮고 싶어하고 있었다.
그의 첫 번째 작품은 하남시에서 환경엑스포 가족뮤지컬 < 고향숲 >을 작, 연출 하였고, < 라이어 >에도 출연하였다. 또 다른 어린이극을 만들게 되었는데 아시테지에 선정이 되는 기쁨도 누리게 된 작품이 < 사랑의 피아노 >였다.
후배가 워크샵 식으로 연극을 하고 싶다고 찾아와서 단막을 찾던 것을 그가 100만원을 내주고 연출을 봐줄께 해서 시작된 백만송이 프로젝트는 배우, 스텝들이 모두 100만원씩을 구해서 장막을 쓰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대부분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사랑이라는 주제로 작품이 나올 때 남자의 시각으로 그려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 춘천 거기 >는 사랑이라는 것을 포장하지 않고 다른 각도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를 보고 자기의 아픔을 생각한다. 여자의 고통으로 인해 자신이 고통 받고 있다는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남자들을 신랄하게 공격한다.
< 춘천 거기 >는 그의 교수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쓴 대본이 그의 손을 벗어나서 연출의 손으로, 배우의 몸으로 넘어 가서 공유를 하게되고, 연습을 통해 무대를 만들게 되고, 관객들과 만나 함께 공유하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마음에 쌓여있던 감정을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털어내고 간다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행복할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만든 연극 < 춘천 거기 > 입니다.”
< 춘천 거기 >는 씨어터일에서의 여정으로 일단 막을 내린다. 동숭아트센터에서 먼저 힘을 실어 주어서 연장 공연에 돌입했고, 이제는 관객들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백만송이 프로젝트 >가 성공할 수 있다면 < 춘천 거기 >는 앵콜에 앵콜을 거듭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를 만나볼 수 있는 무대는 < 춘천 거기 > 만은 아니다. < 라이어 >에 다시 배우로 출연하고 < 라이어 2 >에서는 연출을 맡는다. 내년 초에는 혜화동 4기들이 모여 또 다른 공연을 준비한다고 한다.
누가 말했듯이 < 춘천 거기 >는 사랑의 열병을 다시 앓아야 할 만큼 사랑의 향내를 찾아가는 웃음 속의 진창길이다. 재미있는 부분과 생각할 수 있는 것과 깨끗한 < 춘천 거기 >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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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형준 (C&Com adore_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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