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뿌리 깊은 나무>, 하룻밤 새 펼쳐지는 다섯 건의 살인사건

소설 및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던 <뿌리 깊은 나무>가 동명의 연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올랐다. 지난 5일 개막을 하루 앞두고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뿌리 깊은 나무> 프레스콜에서는 연극만의 독특한 차별성을 가진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뿌리 깊은 나무>는 세종대왕의 치세 하에 궁궐 집현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그린다. 지난 2009년 <누가 왕의 학사를 죽였나>라는 제목으로 처음 공연됐고, 올해 새로운 제목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광대 희광(김병철)에게 살인사건에 대해 들려주는 겸사복 채윤(이창희)

서로를 견제하는 세종(김경익)과 최만리(권성덕)

하룻밤 사이에 재연되는 다섯 건의 살인사건
소설·드라마에 없는 새로운 인물 '희광이' 톡톡히 활약


장르의 특성상 연극 <뿌리 깊은 나무>는 원작의 일부 내용을 생략·압축해 새로운 형식으로 이야기를 담아냈다. 원작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기 전 7일 동안 집현전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사건을 그리는데, 연극에서는 이 사건이 등장인물들의 회상 및 재연으로 하룻밤 새 펼쳐진다. 감옥에 갇힌 겸사복 채윤과 광대 희광이 각종 소도구를 이용해 펼치는 추리 속에서 살인 사건의 전모와 한글창제를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드라마에서 왕과 대결구도를 이뤘던 '밀본'이 등장하지 않는 대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궁궐 장악원의 재담광대 희광. 희광은 능청스런 연기로 다양한 인물로 변신해 살인사건을 재연하고, 채윤의 추리에 추임새를 넣으며 채윤이 무심코 지나쳤던 중요한 단서들을 상기시킨다.

궁궐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살인사건

살인 사건을 재연하는 광대 희광

연출을 맡은 이기도는 "퀄리티 높은 교양 연극을 목표 삼아 열심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강채윤이라는 소시민이 세종대왕에 의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다 감옥에 갇힌 겸사복 채윤은 이창희가 맡았고, 백성들과의 수평적 소통을 중시한 성군 세종은 김경익이 연기한다. 김경익은 "충분히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자리에 있던 세종이 왜 굳이 한글을 만들고자 했는지 생각하게 됐다. 새로운 것에 용감히 뛰어든 선조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공연을 보고 그런 점들을 많이 느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궁녀 소이(남지은)에게 마방진의 비밀을 묻는 채윤

광대 희광 역에는 김병철이, 세종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최만리 역에는 권성덕이 캐스팅됐다. 채윤의 어미는 극단 독립극장의 대표 원영애가 연기한다.

실어증을 가진 궁녀 소이로 분하는 남지은은 이번 작품을 통해 데뷔했다. 남지은은 "드라마에서 신세경 씨가 워낙 아름다웠기 때문에 부담이 되지만, 연극에서는 또 다른 소이의 매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연극 <뿌리 깊은 나무>는 오는 10월 3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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