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분간의 연애 > 서은경

‘배우’라는 꿈을 소중히 키우는 연기자 서은경 서은경은 연기가 좋아 연기를 하는 연기자이다. 연기가 왜 좋아졌는지는 확실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들에 의해서 그녀를 무대 위에 서게 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짧은 기억 속에 연기자로서 그 끼를 보여주는 것 보다는 숫기가 없어 내성적인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 유치원 생일잔치 때 나가서 노래 하나 하지 못하고 울다가 들어와서 유치원도 그만 두고 초등학교, 중학교 때에도 발표력이 부족하다거나 숫기가 없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고 한다. 그녀가 연기자의 길을 들어서게 되는 것도 왠지 석연치 않다. 중학교 3학년 때 예고시험을 보았다고 한다. 3일 동안 시험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던 그녀는 이틀만 시험을 보고 하루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기뻤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를 쉬었다고 한다. 옷도 한 벌 생기겠다, 하루 쉬겠다 하는 생각으로 기뻤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계원예고 연극영화과에 당당히 합격이 되었다고 한다. 우연일 수도 있고 필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녀와 연기는 그렇게 만났다. “어릴 때 동네 사진관에 가서 늘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요. 오빠와 사촌언니와 함께 사진관에 가서 포즈를 취하면 사진사 아저씨가 과자를 주곤 했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특별히 연기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사진관에서 사진 찍었던 기억밖에.” 그랬던 그녀가 계원예고 연극영화과를 다니면서 연기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그녀도 모르는 변화.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었던 모든 상황이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에서는 그녀에게 많은 영양분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고등학교 때 제가 연극을 하는 것을 보시고 놀라셨어요. 숫기도 발표력도 없던 당신 딸이 무대에서 연기를 하니까요. 그런데 저에게는 무대가 제가 가장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무대에서 수업을 하다가 제가 소리를 지르고 울어도, 누구를 원망하는 듯 해도 미친 듯이 웃어도, 그 어떤 것을 해도 ‘도대체 왜 그렇게 하는 거니?’, ‘무슨 일이 있니?’ 라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가장 편안하게 내가 나를 표현할 수 있었던 곳이 무대였어요.” 연극을 평생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중고등학교. 사춘기 시절에 부모님이 재판으로 이혼을 하셨던 그 때였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죽도록 싫었고 미웠다고 한다. 그녀의 막혔던 구멍을 모두 뚫어준 것이 바로 무대였던 것이다. 한 사람으로 이해하고 더 이상 원망하지 않고 마음으로 끌어 안을 수 있게 해 준 공간이 무대였던 것이다. 그래서 서은경에게는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없이 자신이 당연히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것을 인지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한테는 신성하고 특별한 곳이예요. 제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고요. 아직까지는 저를 위해서 연기를 해요.” 욕심이 많은 그녀.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꼭 가야만 하는 길에 서 있었고, 지금도 그 길을 부지런히 가고 있는 중이다. 수도승의 길처럼 말이다. ‘배우’와 ‘연기자’ 서은경의 배우관은 여타의 배우들과는 다르다. 욕심이 많은 여자이다. 그러나 그 욕심이 명예나 물질에 있지 않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다. 하지만 그 욕심은 자신의 고행의 길에 수단에 불과하지 다른 길로 튀어 오르려는 모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무대 위에서 사랑스러워지는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단계를 연기자라고 생각한다는 그녀는 그럼 배우는 언제 서은경씨 이름 앞에 붙일 거냐고 묻자 조용히 이야기해 준다. “저는 제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못하고요. 굳이 붙이라고 한다면 연기자가 맞는 것 같아요. ‘연기자’는 연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알고 있는 ‘배우’라는 말의 뜻은 ‘제 3의 눈으로 볼 수 있으며,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데요. 그리고 ‘배우’는 말 뜻 그대로 사람이 아니어야 하는데 그에 비해 제가 그 정도로 연기를 잘 하는지 모르겠고, 배우라고 불려지는 것이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부자연스러워요. 배우라고 불려지는 것은 제가 제 이름 앞에 배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사람과 배우에 대하여 제대로 된 뜻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위한 호칭인 것 같고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 죽기 전에 혹은 죽고 나서 어떤 누군가가 서은경은 배우였다. 또는 서은경은 좋은 배우였다라고 한다면 그 때서야 제가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배우가 되고자 하는 저의 마지막 꿈이죠.” 서은경은 그렇게 무대에 서고 있다. 무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다면 그것을 보는 관객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그녀에게는 있는 듯 하다. 어린 아이를 보는 것처럼 솔직하고 진실된 연기를 하는 것이 그녀의 몫처럼 보인다. 솔직할 수 있을 만큼 연기를 해나가는 그녀가 어쩌면 더디지만 그녀답게 배우의 길을 가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연기자로서 그녀는 무대 위에서 연기자로 자신에게 만족하지는 않는 것이다. 철저한 분석과 연습에 의해 서로 약속되는 부분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그 범위 안에서 무당처럼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 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녀는 2002년 < 신춘문예 >를 시작으로, < 꿈꾸는 식물 >, < 상처와 풍경 >, < 길위에서 >, < 사랑에 관한 다섯가지 소묘 >, < 냉정과 열정 >, < 2005 관객모독 >을 거쳐 < 70분간의 연애 >에서 여자를 연기하고 있다. 2인극이라는 것과 대본을 본 뒤의 서정성이 짙은 작품의 내음에 욕심을 내게 되었다는 그녀는 무대 위에서 ‘우리 이렇게 사랑해요’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교과서적인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뻔한 스토리에 그녀만의 아팠던 기억과 그 아픔을 알면서도 새롭게 다가오는 사랑에 다시 빠지게 되는 것을 좁거나 혹은 넓거나 한 무대에서 풀어 놓고 있다. 그래서인지 관객으로서는 사랑에 대한 옛 추억을 되살려주곤 한다. “어떤 분들 또는 어떤 마음으로 < 70분간의 연애 >를 보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두렵잖아요. 그러면서도 바라게 되는 것이 사랑이잖아요. 작품을 분석해서 보시는 것보다는 ‘저들은 저렇게 사랑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시면서 가슴 속 어딘가에 접어 두었던 기억의 파편들, 설레임 등을 같이 공감하고 다시 생각하실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연기자 서은경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었던 생각은 사랑초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초는 처음 싹을 틔울 때부터 열매를 맺기까지 강력한 향기를 내 뿜는다. 그 향기는 주변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빠르게 마비시킨다고 한다. 햇빛을 받고 낮에 피었다가 해가 지면 하트모양 나비의 날개를 접어버리는 사랑초는 모든 양분을 차곡차곡 다 빨아들여 사랑이 식지 않는 한 위의 모든 활동을 끊임없이 볼 수 있다. 그런 것처럼 서은경은 자신에게 끊임없는 솔직함으로 관객들의 양분을 먹고, 무대라는 양질의 햇빛을 받고, 배우라는 꽃과 열매를 맺기 위해 정성을 다하게 하는 사랑초와도 같아 보인다.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면서 오랫동안 이야기해도 3박 4일을 보낼 수 있을 연기자 서은경이 배우라고 불리는 날까지 그녀가 즐겁고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이대훈 (wonderfuli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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