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예술·전쟁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 10주년 맞은 연극 <환상동화>

연극 <환상동화>가 공연 10주년을 맞아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 5일 언론에 공개된 <환상동화> 무대는 사랑과 예술, 전쟁이 인간의 삶에 드리우는 환희와 슬픔을 한 편의 동화처럼 아름답게 펼쳐 보였다.


춤추는 마리(김보근)과 전쟁광대(김태근)

<심야식당><커피프린스1호점>의 김동연이 연출을 맡고 대본을 쓴 <환상동화>는 지난 2003년 변방연극제에서 처음 선을 보인 후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작품이다. 김동연 연출은 이 작품의 영감을 다다이즘이 탄생한 취리히의 카페 볼테르에 대해 생각하다가 얻었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그곳에 모여들었던 예술가들을 생각하며 사랑과 전쟁,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는 것.

이러한 구상 끝에 만들어진 <환상동화>에는 세 명의 광대가 먼저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예술광대와 전쟁광대, 사랑광대가 그들이다. 이 세 사람은 무대 위에서 각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다투다가 사랑·전쟁·예술이 모두 들어간 이야기를 하기로 뜻을 모으고, 이윽고 무대의 휘장이 젖혀지며 두 남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광대(이원), 예술광대(성종완), 전쟁광대(김태근)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한 음악가 한스는 홀로 적지에 남아 헤메다 마주친 적군과 친구가 된다. 두 군인은 잠시 전쟁을 잊고 아름다운 음악과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따뜻한 카페를 상상한다. 그러나 폭격으로 한스는 청력을 잃고, 죽은 적군의 편지에 적힌 주소를 쫓아 한 카페에 도착하게 된다.


카페에서 마주친 한스(김호진)와 마리(김보근)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느끼고 가까워진다 

카페에서는 공습 중 시력을 잃은 마리가 애처로운 모습으로 전쟁에 나간 오빠를 기다리고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한스와 앞을 보지 못하는 마리는 서로 사랑을 느끼고, 잠시 잊고 있었던 춤과 음악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전쟁 속에서 다시 위기를 맞는다.


한스를 만난 후 다시 춤을 추는 마리

두 사람의 사랑은 전쟁으로 다시 위기를 맞는다

1시간 40분 가량 펼쳐지는 이 연극에는 영상과 무용, 마임,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소박하고도 짜임새 있게 담겨있다. 긴박한 전장상황을 담은 영상과 잔잔한 피리 연주,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동화 속 마임 등이 배우들의 대사와 어울려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사랑과 예술, 전쟁에 대한 성찰을 담은 몇몇 대사도 긴 여운을 남긴다.

다양한 장르를 담은 만큼, 공연에 이르기까지의 준비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동연 연출은 “실제로 무용과 피아노 연주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해서 캐스팅이 힘들었다. 광대역을 맡은 배우들도 오랜 연습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2010년 공연 후 3년만에 펼쳐지는 <환상동화>에서는 <쉬어매드니스>의 이현철과 <모범생들>의 이원이 마음 여린 사랑광대로, <좋은 하루>의 송재룡과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성종완이 발랄한 예술광대로, <연애시대>의 김태근과 <모범생들>의 황지노가 카리스마 있는 전쟁광대로 분한다. 섬세한 음악가 한스 역은 <너와 함께라면>의 김호진과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신성민이 맡았고, <그리스>의 김보근과 발레리나 출신의 양잉꼬가 춤을 사랑하는 여인 마리를 연기한다.

연극 <환상동화>는 오는 5월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볼 수 있다.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또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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