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품은 우리 모든 가족들의 이야기, <넥스트 투 노멀>

상처를 품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박칼린·남경주·한지상 등 실력파 배우들과 함께하는 두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다. <넥스트 투 노멀> 제작진은 지난 11일 신촌 더스테이지에서 열기 가득한 배우들의 연습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2005년 뉴욕에서 첫 선을 보인 <넥스트 투 노멀>은 토니어워즈 3개 부문, 풀리쳐상 드라마 부문 등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찬사 받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11년 처음 무대에 오른 바 있다. 16년째 조울증을 갖고 살아가는 주부와 그녀의 가족이 서로 갈등하다 화해를 시도하는 과정을 감각적인 무대 위에서 치밀한 구성으로 펼쳐 보인다. 락과 재즈, 랩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음악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11~2012년 국내배우들이 펼친 첫 공연에서는 박칼린·남경주·이정열·한지상·오소연 등이 주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번 두 번째 공연에서는 이들과 함께 <어쌔신>의 박인배가 정신과 의사 역으로, <리걸리 블론드>의 서경수와 <왕세자 실종사건>의 김유영이 각각 아들 게이브와 딸 나탈리 역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삼천>의 태국희가 박칼린과 같은 다이애나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다이애나(박칼린)과 아들 게이브(서경수)

이날 공개된 장면은 1막으로, '그저 또 다른 날'을 비롯해 '넌 몰라' '바로 나' '슈퍼보이와 투명소녀' 등의 넘버들이 펼쳐졌다. 중산층의 주부 다이애나는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숨을 거둔 아들을 잊지 못해 환상 속에서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정신과의사를 만나며 치료를 받는다. 남편 댄은 그런 아내를 헌신적으로 보살피지만, 아내로부터 '넌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며 조금씩 지쳐간다.


헌신적인 남편 댄(이정열)

이들에게는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딸 나탈리도 있다. 나탈리는 죽은 아들에 대한 생각으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주지 않는 엄마를 미워하고, 나탈리의 남자친구 헨리는 이들 가족에게 또 다른 혼란을 가져온다.


헨리(이상민)과 나탈리(김유영)

정신과 의사(박인배)에게 치료받는 다이애나

다이애나의 환상 속에서 존재하는 아들 게이브는 1~3층으로 나뉘어진 집의 각 층을 오르내리며 때로는 어머니를 위로하고, 때로는 그녀를 죽음으로 유혹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애쓴다. 속도감 있게 짜인 장면전개와 각 인물들 내면의 상처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대사들, 강렬한 넘버들 등이 모두 인상적이다.


나탈리(오소연)과 게이브(한지상), 헨리(최종선)

아들의 생일파티를 준비한 다이애나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은 이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다이애나 역으로 두번째 무대에 오르는 박칼린은 "이 역할은 외국 배우들도 꼭 해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할 만큼 배우들에게 매우 욕심 나는 역"이라며 "다시 연기하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초연 때 놓친 것들을 깨닫고 나서 또 도전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똑 같은 작품이라도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감성도 달라진다"고 이번 연습에 임하는 소감도 전했다.

<넥스트 투 노멀>의 매력으로 "현대인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를 깊고 자세하게 다뤘다"는 점을 꼽은 남경주 역시 "첫 공연이 끝나고부터 재공연이 열리기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나탈리 역으로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오소연은 "부족한 부분들을 더 채우고 싶은데, 아는 만큼 생각도 깊어진다. 초심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이애나(태국희)와 댄(남경주)

첫공연에서 협력연출로 참여했던 변정주 연출은 "우리 작품은 드라마 면에서 깊이가 있다. 극중 각자의 내면을 끌어내서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배우들의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며 배우들의 말을 거들었다.

초연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일부러 초연과 다르게 뭔가를 바꾸거나 새롭게 각색하지는 않았다. 초연에 더 가깝게 연출하려고 노력했다"며 "다만 번역뮤지컬이다 보니 영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과정에 더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넥스트 투 노멀>은 오는 4월 6일부터 5월 5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