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은 부부 이야기 >의 이순재

늙은 노인 박동만의 사랑 찾기 < 늙은 부부 이야기 >는 세 번이나 공연이 된 수작 중에 하나이다. 이번 공연은 네 번째 공연이다. 연기자 이순재는 처음으로 대하는 대본이다. 그는 < 늙은 부부 이야기 >가 철저하게 계산된 작품이라고 말한다. 재미있고, 코 끝이 찡해지는, 그러다가 울어버리게 되는 연극이라고 말이다. 한마디로 재미있는 연극이라고 단정짓고 말한다. 그만큼 < 늙은 부부 이야기 >는 관객과 호흡하는 것이 많고, 다른 매체에서 안 다루는 노인네들의 이야기를 다루어 공감대를 끌어 내어 자연스럽게 구구절절 사랑의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이순재는 < 늙은 부부 이야기 >에서 박동만을 연기한다. 동두천의 바람둥이 박동만은 할아버지로서는 생동감 넘치고 정감이 가는 배역이다. 이순재는 맺고 끊음이 분명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우리 시대의 아버지상이거나 할아버지상에 잘 맞는다. < 늙은 부부 이야기 >에서는 그런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를 연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것이 연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표현에 지나지 않다. 그는 연기를 연기로 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아버지, 할아버지의 역할을 소화해 내고 있다. “편하게 볼 수 있는 연극입니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죠. 과격한 장면 하나 없어요. 노인들이 조용한 가운데 티격태격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될거예요. 거리가 가까워서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볼 수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탤런트이기 이전에 연기자였다. 꼭 구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는 연기자의 길을 평생을 하루같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연기 인생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서울대 철학과를 다니면서 서울대 연극회 활동을 했다. 떼아뜨리블(자유극장), 실험극장, 극단 산하를 지나 TV가 나오면서 TV연기자로 그 무대를 옮겼다. 그때 당시에는 TV에 전문인력이 없어서 연극계 인력이 대거 참여했다. 연극 연출가가 TV로 가서 연출을 했고, 연극배우가 TV로 가서 연기를 시작한 것이 TV의 시작이었다. “그때는 사회적 인식이 열악했죠. 그건 상식적인 이야기예요. 옛날에는 엔터테인먼트는 알아 주지도 않았고 많이 반대했었죠. 전공을 달리 하는 사람들이 연극 하나로 모이게 된 거죠. 연극에 심취해서 탤런트, 영화배우 등으로 일선에 나서게 된거죠.” 그는 이기하, 허규, 황윤지 등 한국 영화를 주도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 이후 영화, 드라마, 연극 등의 무대를 넘나드는 배우로 그 이름을 알린다. 연극 연출도 심심치 않게 했다. 한 때는 정치인으로 서기도 하였다. 92년 14대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냈고, 93년 민자당 부대변인을 지냈다. 그는 문화예술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연기자의 자리로 지금은 돌아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사하는 일은 자신의 천직으로 알고 있는 이순재이다. 이순재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중랑구에 있는 문화원에 초대원장을 지냈고, 사회복지협의회의 회장으로 몸담고 있다. 적십자 친선대사도 역임하고 있으며, MBC 연극 아카데미의 7,8년 동안 원장을 맡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연기를 가르치고 있고, 사회에서는 연기 외에도 많은 이들을 돕고 있다. 소위 말하는 틈새계층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모금활동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3학년들을 데리고 워크샵을 하는데 연극 하나를 정해서 공연을 올리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제작년부터 매 년 한 작품씩 하는데 아이들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해요.” 그의 학생들은 이순재에게서 조화로움을 배우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배운다. 대본에 충실한 연기를 배우는 것이다. 연기에 있어서 이순재는 엄한 사람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연기자가 되려면 이것만큼은 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시냐고 여쭈어 봤더니 몇가지를 말씀해 주셨다. “연기하는 사람은 직업입니다. 그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말을 제대로 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표준어의 정의가 있어요. 아주 잘못된 방언들을 배제하고 공연하는 사람들은 표준말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 하나는 사실주의 적인 연기를 배워야 해요. 겉멋만 들어서 기본을 마스터하지 않고 해체주의니 실험주의니 하는 것을 많이 봐요. 체홉의 작품을 그대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그대로 보아도 참 좋은 작품인데 그걸 해체하느니 실험을 한다고 해서 배우게 하니 그게 이해가 되겠어요. 원형대로 배우, 마스터를 한 다음에 변형을 하든지, 해체를 하든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말하는 연기는 표준말을 구사할 줄 알면서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 연기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연기자는 철저하게 계산된 동작을 숙달시켜서 대단히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배우의 몸짓과 동작 하나 하나가 나름대로의 당위성이 있고, 설명이 되고,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이순재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강조하여 가르치고 있다. “영상대중매체가 한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이 당당해 졌다는 거죠. 같이 Boom-Up해서 무대예술도 함께 일어나야 합니다. 뮤지컬도 성장했고, 연극도 그래야 한다고 봐요. 대장금과 같은 내실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영상은 내실을 채워야 할 때이고, 무대예술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그는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도 크다. 그래서인지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관심도 크다. “노인들의 문제가 다루어 지고 있어요. 이 나이에 있다면 공감대가 형성이 될 것이고, 자손들이 보러 온다면 자식으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노인들의 근본적인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고, 무엇을 하게 해 주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할 겁니다.” < 늙은 부부 이야기 >에 출연중인 이순재는 노인들에게는 교우가 필요하다는 말도 빼어 놓지 않았다. 본능적 욕구와 사회적 욕구는 젊은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든 사람들에게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하고 말한다.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요건이 된다면 건강해 질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에서 자식된 입장에서 여러가지 방법을 알 수 있는 연극이라 말한다. < 늙은 부부의 이야기 >는 고령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내 특별한 감정을 배우게 하는 연극이다. 이순재는 < 늙은 부부 이야기 >에서 우리네 삶 속에 묻어나는 이야기를 1시간 30분에 걸쳐 풀어낸다. 늙은 노인 박동만의 사랑 찾기를 뒤 쫓아가 보자. -------------------- 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이대훈 (wonderfuliee@naver.com)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