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의 art(아트) 흰 널빤지 위에 톡! 쏟아내는 수다 >

여자들의 대표 브랜드 ‘수다’

여자들이라서 꼭 ‘수다’가 당연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친구들끼리 풀어가는 방법이 남자들의 쑥스러움과 머쓱하기에 표현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형식이 아닌 진짜로 ‘꼭’ 짚어 훑어 내려간다. 머리 끄댕이 서로 부여잡고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끝내는 끝장을 보고야 만다. 그것이 좋은 결과이든 나쁜 결과이든 간에. 어떤 면에서는 여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 연극 art(아트)-귀여운 수컷들의 우정 파헤치기 >에 이어 < 6월의 art(아트) 쿨~한 여우들의 톡!쏘는 수다 >로 다시 돌아와서 콜라의 톡! 쏘는 맛처럼 그녀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그녀들의 수다는 시기심과 질투심 친구를 잃기 싫어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다. 똑 같은 상황에서 남자들의 자존심 싸움과는 달리 여자들의 묘한 시기심과 질투심 그리고 본질적인 문제를 철저히 파헤쳐 결론을 지음으로서 그녀들간의 우정이 변하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20년 동안 ‘친구’라는 이름 아래 수연(진경), 관주(조혜련), 경숙(김성령)은 각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하얀 캔버스에 하얀선이 그어져 있다. 앙뜨와르 작품을 아는 사람의 눈에는 보인다는 1억 8천만원의 현대 미술 작품. 이 작품 한 점 때문에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던, 아니 ‘좋은 게 좋은 거지’로 일관하던 그들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친구’라는 고정관념은 여지없이 깨져 버리고 서로의 마음 속까지 모두 파헤치기에 이른다. 1억 8천만원이나 되는 그림 한 점 때문에 그녀들은 ‘친구’라는 관계가 깨지게 되고 서로에 대한 질투와 알 수 없는 서운함, 애정이 애증이 되고 서로의 감정들이 자신들만의 감정표현으로 한꺼번에 폭발하고 건널 수 없는 선가지 가버리게 되는 것이다.

친구들끼리라도 그녀들끼리 느끼는 질투심 내지 시기심도 작용을 하였겠지만 그녀들의 큰 잘못이라면 일이 벌어졌을 때 붙잡고 앉아 속속들이 파헤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해서 이기심이 많았었던 것 같다. 누구 하나 양보하는 것이 아닌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그런 관계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라 말할 수 있지만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 6월의 art(아트) 쿨~한 여우들의 톡!쏘는 수다 >는 패미니스트에 가까운 관주와 고 품격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수연과 우유부단하지만 단순하고 귀여운 경숙은 서로를 상처내기도 하고 풀어 내면서 끊임없는 싸움을 벌인다. 부부들간에 사랑싸움은 물베기라고 하듯이 그들도 헤어지지 못하는 친구들간의 사랑싸움을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들은 가정 외에 또 하나의 가정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그 싸움에서는 예술과 철학이 이용되고 있다. 고전주의, 사실주의, 모더니즘, 세네카, 컨템퍼러리 등. 그러나 그 싸움의 저변에는 한가지의 명제만이 명백하였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이다. 그녀들이 궁극적으로 싸운 것은 1억 8천만원의 그림 때문이 아닌 1차원적인 문제 내 친구가 나한테 그렇게 할 수가 있느냐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녀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묻어두고 참고 신경쓰지 않고 무심코 행동과 말을 했던 친구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다.

남자들의 art(아트)와는 확연히 다르다. 같은 대본과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느끼고 문제를 삼는 것과 풀어내는 방법마저 너무도 틀리다. 결말은 세 친구의 근본이 되는 진심을 알게 되었고 변하지 않는 영원한 우정을 바라는 결말로 끝을 맺게 된다.

현대미술작품을 소중히 여기는 수연과 ‘널빤지’로 여기는 관주에게 매직으로 1억 8천만원이나 하는 ‘흰 널빤지’에 낙서할 것을 권한다. 관주는 ‘흰 널빤지’에 줄을 그어 흰 눈 위에 스키를 타는 사람을 그려 넣는다. 그리고 다시 셋은 그 그림을 지우고 그 작품은 하염없이 내리는 눈 저평선 너머로 스키타는 사람이 사라지는 그림이라 이야기 한다. 그렇게 그들은 ‘친구’를 다시 찾게 된다.

바닷가의 흰 포말을 바라보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그녀들. 우정이란 상대방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인간으로 바라보고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 그것이 < 6월의 art(아트) 쿨~한 여우들의 톡!쏘는 수다 >가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찬 현대 인간들에게 한 번쯤 친구의 모습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무대였다.

< 6월의 art(아트) 쿨~한 여우들의 톡!쏘는 수다 >는 정경순(경숙), 심혜진(관주), 박호영(수연)의 화,목,토 팀과 김성령(경숙), 조혜련(관주), 진경(수연)의 수,금,일 팀이 여자들의 ‘흰 널빤지’를 빙자한 그녀들의 똑! 쏘는 우정 파헤치기가 계속될 것이다. < 6월의 art(아트) 쿨~한 여우들의 톡!쏘는 수다 >는 동숭아트센타 소극장에서 7월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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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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