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뱃보이 >

죄는 바로 내게 희망을 준 일 < 뮤지컬 뱃보이 >의 결론은 뱃보이가 짐승이 되리란 걸 자명하게 알면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 죄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고, 사람들의 조소와 야유에만 대꾸할 수 있을 때 말을 잘 할 수 있다는 것만이 남아 있게 된다. 또 하나 뱃보이가 ‘사고’하기 시작하면서 끝내 죽음으로 그의 인생을 끝낸다. 모두가 그렇듯이 부와 출세를 위해 택한 비도덕적인 모습과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괜한 증오심을 가지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양심을 꼬집고 있다. 싸구려 슈퍼마켓용 타블로이드판 신문 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 뮤지컬 뱃보이 >는 박쥐소년이 인간 세상에 와 일반사람들과 동화하지 못하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내용이다. 비극과 코메디가 엮여 있는 참으로 이상한, 엽기적인 뮤지컬이다. 야생의 박쥐소년을 인간세상에 적응시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 그리고 드라마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보여지는 페러디들. 다양한 표현방법을 모두 쓰면서 엽기와 유머, 비극이 동시에 버무려진 엽기 뮤지컬이다. < 뮤지컬 뱃보이 >에서 뱃보이의 역할을 맡고 있는 김수용의 실력이 빛을 내고 있다. 김수용은 < 뮤지컬 풋루스 >, < 렌트 >, < 넌센스 에이맨 > 등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 보였지만 < 뮤지컬 뱃보이 >에서는 업그레이드 된 연기자로서, 뮤지컬 배우로서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뱃보이에 딱 들어맞는 외모와 인간화되면서의 변천의 모습까지도 극이 끝날 때까지 놓치지 않고 완벽히 소화해 내고 있다. 그런 반면 쉘리역을 맡고 있는 슈에게서는 아쉬움이 한가지가 보인다. 연기는 나무랄 데 없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믿고 있던 노래에 대해서는 고음처리가 불안하고 가사가 들렸다가 안 들렸다가 하는 것이 관객의 입장에서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연출가 샘은 미국식으로 설명적인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연출에 집중했다. 잘 만들어진 대본대로 브로드웨이에서의 해법으로 < 뮤지컬 뱃보이 >를 훌륭하게 풀어 놓았다. 거기에 많으면 많은 배우들과 적으면 적은 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우고 있다. < 뮤지컬 뱃보이 >는 이런 면에서 탁월한 맛을 보여주고 있다. 메르디스에 정영주, 파커박사의 이동근의 조연들의 축을 잡아주고 있으며, 여러 역을 소화해내고 있는 임은영, 하지원, 김경선, 이학민, 문종원, 심재현, 지은택, 김윤지 등이 한 층 이 극을 이끌어 나가는데 빈틈없는 역할들을 해주고 있다. 특히, 김경선은 놀라운 가창력을 보여주고 있다. 연기도 그에 못지 않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음악은 라이브 밴드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부스를 따로 두어 음악의 완성도를 더 한층 올려놓고 있다. 노래와 대사가 맞물리는 음악은 안정되고 시종일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다양한 음악 레퍼토리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산만하지 않은 이유는 공통된 주제로 흘러가는 음악의 뼈대가 훌륭하게 나와 있고, 밴드 구성에서부터 기본적인 베이스를 갖추고 시작하였기 때문에 탄탄한 느낌을 주고 있다. < 뮤지컬 뱃보이 >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내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도 아니어야 한다는 이기심과 타인과의 이질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줄거리에 있어 황당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더 황당하고 엽기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부정하고 싶고 감추고 싶은 진실을 드러내 놓고 까발린다. 만신창이가 된 모습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진실은 바로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자신만을 아는 이 세대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이 엽기적이고 황당한 주제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 모른다. 아니 애써 외면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받아들여 진실에 입각한 마음을 보여준다면 이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뮤지컬이다. < 뮤지컬 뱃보이 >가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뮤지컬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그나마 현재를 살아가는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양심을 지키게 되는 것일 것이다. 양심과 진실의 잣대를 가르쳐주는 < 뮤지컬 뱃보이 >의 건승을 빈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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