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분간의 연애 >

흔해빠진 연애 방정식 70분간의 연애는 뭔가 다르다 < 70분간의 연애 >는 질릴 만도 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흔해빠진 연애 방정식으로 풀어낸다. 점으로 시작된 두 남녀는 선을 지나 공간에서 완성된 사랑을 이야기한다. 도를 넘어선 사랑은 구속으로 치닫고 서로에게 상처를 낸다. 상처를 내기 시작한 두 남녀는 그 속에서 지쳐간다. 같은 공간 안에 있으면서 외로움, 그리움, 상처, 갈증 속에서 다시 점이 되어 간다. 처음 이 극을 대할 때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 싶었다. 팜플렛을 뒤져보지 않은 죄로 점과 선 그리고 공간으로 막이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미쳐 깨닫지 못하고 작품을 대한다. 남녀간의 연애란 무엇일까? 연애의 단계를 점, 선, 공간으로 표현한 연극 < 70분간의 연애 >는 2000년, 2003년 < 사랑의 기원 >이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었던 작품을 일부 수정하고 내용을 보강해서 재 탄생한 작품이다. 두 배우의 연기력으로 버티게 되는 작품. 사랑을 전재로 연애를 하게 되는 두 남녀에게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이야기. 너무도 상투적이어서 ‘이 다음엔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 70분간의 연애 >의 줄거리는 평이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랑하기 위해서 아니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물고 서로에게 물리는 과정에서 연애라는 과정을 보게 된다. 1막은 무대 중앙에 앞만 보고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남녀가 음악이나 다른 도움 없이 대화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서로 목소리만 듣고 보고 싶어지고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는 단계가 연애의 첫 단계를 ‘점’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2막은 선으로 연결된다.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되지만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애틋한 모습을 보여준다. 3막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다가 나주에는 서로를 구속하면서 지쳐가기만 한다. 그러면서 배운 그리움, 상처, 갈증 속에서 다시 처음과 같이 ‘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카리스마의 배우 하성광과 2005 관객모독에서 모습을 보여준 서은경이 무대에 올랐다. 건강한 남자와 건강한 여자가 전전한 대화로 시작하여 서로를 할퀴고 상처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들은 또 다른 점을 기다리고 있다. 계속되는 사랑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성광과 서은경은 한 호흡으로 이인극의 한계를 뛰어 넘고 있다. 그 둘은 그렇게 무대에서 그들만의 사랑에서 이별까지 준비하는 데에 집중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숨죽이면서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정말 흔한 사랑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특별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반면, 사랑이 갖는 궁극적인 외로움을 코믹하게, 무겁지만 무겁지 않게, 가벼우면 가벼웁게 ‘사랑이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있다면 주저없이 소개할 작품 중 하나이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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