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유린타운]

모든 뮤지컬은 해피엔딩? NO!! 자유는 각자의 몫! 그것이 진정한 해피엔딩 뮤지컬 [유린타운]은 모든 뮤지컬들의 70-80%가 해피엔딩에 반해 해피엔딩이 아닌 애매모호한 문제를 제시하는 데에서 끝나고 만다. 분명히 뮤지컬 [유린타운]은 오프닝으로 시작하여 쉴 사이 없이 달려간다. 극의 마지막까지 헐떡거리고 달려와서 관객들에게 뮤지컬 [유린타운]의 해피엔딩의 몫을 돌린다. 아! 이런 답답함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던 것을 일순간에 무너뜨리게 하고 뮤지컬 [유린타운]의 공연장을 뒤로 하고 나오면서 과제물을 안고 나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만큼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팽팽히 맞서고 있는 정치적인 갈등과 저소득층 및 밑바닥 삶과 부를 거머쥐고 세상을 장악하는 세력의 끝없는 투쟁을 이야기한다. 뮤지컬 [유린타운]은 ‘오줌마을’에 관한 이야기이다. 화장실 이야기. 팜플렛을 뒤져보면 원작자 그레그 커티스가 유럽여행을 하던 중 모든 돈을 다 써버려서 여행 막바지에 집에 돌아가는 비행기 값이나마 잃지 않기 위해 기차역이나 공원에서 선잠을 자야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파리의 룩셈부르크 공원을 지날 때 참지 못할 정도의 소변이 마렵게 되자 공원 내에 있는 유료 화장실을 사용할 것인지 저녁식사와 용변을 함께 처리할 수 있는 식당을 가기 위해 몇 시간을 참아야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한다. 그 때 생각한 것이 도시 내의 모든 화장실들이 독점적이며 심술궂은 조합에 이해 운영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생각했고, 시민에 대한 억압과 투쟁, 환경과 복지의 증진 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극작가는 모든 사물들이나 환경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가 보다. [뱃보이]도 그렇고, [유린타운] 역시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여하튼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서 참 대단한 뮤지컬 하나가 탄생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 [유린타운]은 1999년에 처음 올려졌고, 2001년 5월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다시 막을 올린 후 2001년 9월 브로드웨이에서 2004년 1월까지 성황리에 공연되었다. 2002년 토니상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작곡상 등 주요 3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이다. 한국에선 2002년 8월에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2003년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는 베스트 외국 뮤지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뮤지컬 [유린타운]은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화장실 사용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도시의 시민들은 정부가 공인한 기업 ‘유린 굿 컴퍼니’가 독점하고 있는 유료급수를 이용해 생리현상을 해결하며 살고 있다. 돈을 내지 않고 정해진 장소 이외의 다른 공간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들은 체포돼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유린타운’으로 보내진다. 그 때문에 아버지를 잃게 된 주인공 바비와 시민들은 ‘자유롭게 오줌 눌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봉기한다. 그 와중에 ‘유린 굿 컴퍼니’ 사장 클로드웰의 딸 호프가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아 일을 하게 되지만 사악함과 그의 비리를 알게 된다. 처음 만난 바비와 호프는 사랑하게 되고, 이곳에서도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씩 죽고 죽이는 순서를 밟고 있다. 바비 스트롱은 사람들이 돌아올 수 없는 ‘유린타운’이라는 존재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때는 이미 늦고 그는 주검으로 발견된다. 인질이었다가 시민들 앞에 선 호프는 ‘유린 굿 컴퍼니’에 대항하여 싸우게 된다. 이야기는 엄청난 복선과 줄거리가 엉켜 있다. 그러면서도 이야기의 축은 간결하게도 선과 악의 대립관계로 선을 보인다. 바비 스트롱스와 클로드웰. 분명 바비는 순진하고 순수한 맛을 가지고 있다. 호프에게 반하여 사랑을 느끼는 감정도 순수하고 불합리한 정책에 항거해서 자진하여 혁명을 일으키는 열정도 가족 있다. 그러나 그 순수함이 죽음으로 몰고 간다. 클로드웰은 유료 화장실을 독점 운영하는 기업의 사장이다. 부의 창출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다. 하지만 나쁜 사람만은 아닌 듯 한 것이 그의 행동은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고 분명한 사유가 있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로 인해 그도 죽음을 피해가지는 못한다. 선과 악으로 불리하기에는 무언가 서로에게 부족한 면이 있다. 이 부분을 호프와 페니와이즈가 메워주고 있다. 페니와이즈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 공공 화장실의 요금을 걷는 화장실장이다. 항상 원칙대로만 행동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살게 놔두지는 않는다. 클로웰의 아이를 가졌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호프 클로드웰은 클로드웰의 딸로 세상에서 가장 비산 대학을 다녔다. 순진무구함의 극치를 달리고 세상이 온통 핑크빛인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온실 속 화초같지만 결정적인 순간 엄청난 리더쉽을 발휘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게 된다. 뮤지컬 [유린타운]의 마지막은 자유를 이야기한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희생과 대가가 따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의 선택과 과제물을 한 움큼 던져준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 중에 하나인 것처럼 던져지게 되는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속박과 투쟁. 그리고 희생. 마침내 얻어지는 ‘자유’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음악이 예사롭지 않다. 랩, 가스펠, 재즈, 흑인영가, 컨트리 등 다양한 음악장르가 혼합되어 있는 뮤직 넘버들은 어쿠스틱 악기들로 구성되어 있고 2층 쇠창살 감옥 안에 마련된 연주박스는 흥미로운 연출이 아닌가 싶다. 또한, 무거운 주제이지만 이 모든 것이 페러디나 웃음 위트가 있는 대사와 내용으로 가득차있다. 상당부분 [햄릿]의 이야기를 닮아 있고, [레미제라블]의 앙졸라와 두따르는 혁명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푼짜리 오페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Tonight’ 장면까지 페러디를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구석은 이것만이 아닌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는 작품이다. 물론 정서상에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조금은 다른 면들이 많겠지만 우리식으로 약간은 바꾼 흔적이 보여 재미를 더 한다. 물론 의도이겠지만 요즘 유행하고 있는 언어들도 양념처럼 들어가 있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재미를 선사한다. 뮤지컬 [유린타운]에서 앙상블이 보여주는 힘은 크다. 1인 몇 역들을 하면서도 각 캐릭터에 맞게 변신에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바비 역에 이학민은 약간 불안하게 보이지만 전체로 끌고 가는 느낌은 부드러움 속에 강함을 느끼게 해준다. 많은 가능성을 가진 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명석은 [더싱어바웃맨]의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페니와이즈의 김경선은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그녀로서는 대단한 도전의 기회가 되었을 이번 작품이 못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김경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연륜이라는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것이 보인다. 나이의 한계. 그 뿐 흠잡을 데 없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클로웰의 이병준은 ‘각기’를 아는 배우이다. 자신이 어디에서 각기를 하면 위트가 되는지 안다고 할까? 그의 장기를 백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빼놓을 수 없는 인물 한 사람은 록스타를 맡고 있는 방정식이다. 극의 사회자이자 경찰로 극 안과 밖을 잘 구분하여 배우의 노련함을 보여주고 있다. 코믹연기의 달인인 듯한 바렐순경의 이동근도 눈에 띄는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리틀샐리의 임은영도 영악하면서도 순수한 어린아이의 역할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이렇게 [유린타운]은 순항하고 있는 중이다. 이 공연은 2월 5일까지 신시뮤지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신씨 뮤지컬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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