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경의 모노드라마 [늙은 창녀의 노래]

늙은 창녀는 그렇게 들어온다. "손님 들어가도 될게라우?" 그렇게 그녀가 들어왔다. 늙은 창녀가. 그녀는 나의 맘으로 나는 그녀가 손님 받는 방으로 들어가 한 시간반을 그 늙은 창녀와 숨쉬고, 느끼면서 함께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어떤 것들이 유행하는지, 남들은 어찌 사는지도 그녀는 모른다. 몰랐다. 그저 떠돌이 남정네들, 뒷골목 인생들이 그녀를 찾을 때 아무런 감정없이, 그저 장사하듯 몇 푼 안 되는 돈을 받고 썩은 몸뚱어리 찾아줘 고맙다며 그렇게 자길 포기한 채 살아온 세월이 그저 무심 할 뿐이다. 어느 누구도 사랑해주지 않았던 자신을. 자기조차 사랑하지 않았고,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자신을 그냥 포기한 채 살아온 세월... 썩은 몸뚱이라 부끄럽노라고 연거푸 말하며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늙은 창녀를 보니 그녀의 지난 세월들을 보듯 나도 따라 눈물이 흐를 뿐. 늙은 창녀의 구슬픈 노래들은 세련되지도 않았고,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노랫가락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박히듯 스물스물 내 안으로 파고 들었다. 마흔 한 살이나 먹은 창녀도 찾는 이가 있을까? 여기엔 있었지만, 실제로도 있을까? 어딘가엔 있겠지? 내 안에 고정관념처럼 박힌 이미지들은 늙은 창녀를 통해 그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갔다. 순수하고 아름답다는 손님의 말에 발끈하며 병이 열 번도 더 걸렸노라고 솔직하게 말하며 농담하지 말라는 그녀가 정말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뭘까? 비록 그녀의 몸뚱아리는 순수하지 않을지 몰라도,그녀의 영혼이 순수했기에 모든 이는 고개를 끄덕인 것이 아닐까. 우리의 육신은 이 세상에 올 때 잠시 빌리는 껍데기일 뿐이니까. 껍데기는 중요하지 않다. 껍데기는 언제고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것이고, 그 안에 영혼만이 영원불멸 할테니 말이다. 목포 힛빠리 골목이란 낯선 곳의 손님방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말했다. '손님 모냥 허한 맘을 채와주고 싶어라우...' 인생의 쓴맛에 찌든 상처뿐인 인생들은 그녀의 방에서 푸근한 고향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을 4-50년 살아온 손님들은 그녀와 함께 지난 세월의 덧없음에 눈물을 흘리고, 이제 갓 인생을 시작하는 손님들은 그녀를 통해 다가올 세월에 또 다른 무게감을 느끼면서 앞선 세대를 생각해 보게 했다. 솔직히 그녀의 삶 자체에, 그녀의 모든 것에 내가 공감하거나, 고개를 끄덕 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단 한 번의 사랑을 얘기하며 남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너무나 행복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좋아 할 때, 정말 그 사랑했던 시절의 행복이 내게 전해져왔다. 그 행복을 생생하게 전하던 순간, 그 느낌이 생생하게 내게 전해지던 순간에 늙은 창녀가 아닌 배우 양희경의 힘을 느꼈다. 양희경이란 배우의 카리스마도 보았고, 양희경이란 배우의 순수한 영혼도 보았다. 늙은 창녀를 통해서 말이다. 그녀는 지금으로부터 십년 후에 '진짜 늙은 창녀의 노래'를 다시 한 번 할 수 있을까 하며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십년 뒤에 있을 '진짜 늙은 창녀를 노래'를 위해 미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글 : 김은미(KBS작가 writerkim@hotmail.com) 사진 : ㈜파임커뮤니케이션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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