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로듀서스]

브로드웨이를 잡아라

브로드웨이. 이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는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된다. 화려한 의상과 조명, 무대, 배우들. 그 모든 것이 있다고 하는 브로드웨이. 이제는 ‘브로드웨이’라는 단어는 뮤지컬의 메카로 표현될 만큼 그 명성이 자자하다. 그런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프로듀서스는 태어난다. [뮤지컬 프로듀서스]는 브로드웨이를 잡으러 간 것이 아니었건만 잡은 셈이 되어버렸다. 그런 코믹 전제를 놓고서 벌어지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전통적인 브로드웨이식의 뮤지컬 기법을 따르고 있다.

[뮤지컬 프로듀서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미디의 원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뮤지컬 프로듀서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과 위트가 깃들인 대본과 브로드웨이식 멜로디들, 브로드웨이식의 화려한 춤과 의상 등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간 페러디 코미디 영화의 귀재인 멜 브룩스가 처음으로 만든 영화 [프로듀서스]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더욱 더 재미있는 스토리와 과장되지 않은 세련미를 가미하고 있다. 극중극에 나오는 [히틀러의 봄날]도 상상력을 뛰어넘는 줄거리와 미국인의 정서로 포복절도 할만한 코미디일 것이다.

한 때는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몰락한 브로드웨이 제작자 맥스와 프로듀서를 꿈꾸는 소심한 회계사 레오의 망하는 공연을 올린 후 투자금을 챙기려는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대형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빠른 스토리의 전개와 재미있는 대사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사기꾼 맥스와 순진한 회계사 레오의 코믹연기와 게이 연출가인 로저 드브리스, 브로드웨이 스타가 되고픈 글래머 미녀 울라, 극중 극인 [히틀러의 봄날]의 작가 프란츠 리비킨트, 로저의 사랑스런 비서이자 파트너 카멘 기아, 부자 할머니 등이 엮어내는 뮤지컬 제작과정이 그대로 엿보이는 작품이다.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유쾌한 뮤지컬인 것이다. 브로드웨이의 멜로디가 시종일관 경쾌하게 귓전을 때리고 쉴새없이 변화하는 무대세트 또한 장관을 이룬다.



이야기는 브로드웨이 44번가의 유서 깊은 슈버트 극장 앞.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화려한 쇼로 만든 맥스 비알리스톡의 새 뮤지컬 가 공연 하루 만에 막을 내린다. 브로드웨이의 프로듀서 맥스 비알리스톡이 손만 대면 실패하는 그런 인물이다. 그런 그의 사무실에 회계사 레오 블룸이 찾아온다. [Funny Boy]의 결산 장부를 정리하기 위해서 왔다가 레오는 우연히 제작비중에 2,000달러가 지불되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 공연은 완전히 망했는데 금전적으로는 2,000달러를 번 셈이 되어 있는 것이다. 레오가 장부상으로 적당히 알아서 처리해 놓겠다고 한다. 이 때 맥스는 완전히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공연을 만들면 그 투자금은 모두 우리들 것이 아니냐는 말로 레오를 꼬득인다. 공연이 흥행에 성공하면 투자자에게 이윤을 돌려주어야 하지만 실패하면 아무 책임이 없다는 점에서 2백만 달러를 투자액으로 모아 공연을 일찍 종연시키고 달아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의 계획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첫 번째, 가장 형편없는 대본을 구한다. 둘째, 가장 보잘 것 없는 연출가를 섭외한다. 셋째, 매력 없는 배우를 모은다. 넷째, 공연은 반드시 첫날 망하게 만든다. 레오는 갈등을 하나 곧 맥스와 의기투합해서 프로듀서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맥스와 레오는 형편없는 대본 즉, 히틀러와 나찌의 제 3제국을 찬양하는 시대와 동떨어진 지루한 내용을 고르는데 이 극이 [히틀러의 봄날]이다. 연락용 비둘기를 키우는 독일장교 출신의 괴상한 나찌스트 프란츠 리비킨트와 판권 계약을 하고, 브로드웨이에서 제일 엉뚱한 게이 연출가 로저 드브리스를 만나 공연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드디어 공연이 오르던 날 [히틀러의 봄]은 비평가들로부터 엄청난 호평을 받게 된다. 꼼짝없이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지 않는 한 이들은 사기범이 될 신세일 때 설상가상으로 이중장부가 경찰에게 틀키게 되고 레오는 울라와 돈을 가지고 도망치게 되고, 맥스는 감옥으로 가게 된다. 맥스는 레오가 자신을 구해 줄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재판정에 섰을 때 레오가 울라와 함께 등장해 우정을 과시하게 된다. 둘은 감옥에 갇히고, 감옥에서도 이들은 죄수들의 의상과 일상을 가지고 꾸민 새 뮤지컬 [사랑의 죄수들]을 만들게 되고 결국 맥스와 레오는 브로드웨이 최고의 뮤지컬 프로듀서가 된다.



내용은 굉장히 다채롭고 코미디 다운 플롯을 가지고 있다. 원작에서 영어권의 위트와 유우머를 모두 담아 놓았고, 전체적으로 의미를 다 담을 수는 없었겠지만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평범한 일상생활의 다람쥐 챗바퀴 같은 굴레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소시민의 비애가 담겨 있는 레오나 사기죄로 감옥에 갇힌 맥스, 잠깐이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서 자신이 게이임을 부정하게 되는 장면의 로저나 인간의 그늘들을 비춰주고 있다. 웃기기만 한 뮤지컬이 아닌 인간의 군상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안에서 찾아가는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들이 듬뿍 담겨 있는 뮤지컬이다.



능청스럽게 맥스를 소화해내고 있는 송용태는 1막부터 2막까지 거의 나오지 않는 장면이 없이 종횡무진 무대를 가로지른다. 먼저 체력 걱정이 되게 된다. 대사량도 많고 노래와 춤이 많아서 과연 하실 수 있을까가 궁금하지만 그 걱정을 무색하게 할 수 있는 배우라 생각하기로 한다. 꽃미남이자 헤드윅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김다현이 레오로 출연한다. 브로드웨이 최악의 게이 연출가로 이희정이 출연한다. 건장한 체격과 여성스런 게이의 면을 보여주는 천연덕스런 연기를 펼쳐 보인다. [히틀러의 봄날]의 작가인 프란츠 리비킨트는 약간은 덜 떨어진 인간으로 묘사되면서 묘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최병광 특유의 독일군 장병 연기를 일품으로 해내고 있다. 울라의 최정원은 무대 위에서의 기를 한껏 발산하고 있다. 백치미라면 백치미이고 사랑스럽다면 사랑스러운 여자의 연기를 100% 맛깔나게 연기하고 있다. 카멘 기아를 맡고 있는 함승현은 발레리노처럼 다니는 모습이나 게이로 말이나 행동 등이 정말 게이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기발하고 아이러니한 상상과 거듭되는 반전 등 놓칠 수 없는 사기행각이 브로드웨이 코미디 뮤지컬의 옷을 입고 한국 무대에 섰다. [뮤지컬 프로듀서스]만이 가지는 상상과 재미는 그 어디에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마력을 지닌다. 그러면서도 재미있지만은 않다. 감동도 있다. 맥스와 레오의 재판정에서 보여주는 끈끈한 우정은 가슴이 저릴 정도로 메어져 오기도 한다. 세상에서 자신이 손을 내밀었을 때 한 사람이라도 당겨 줄 사람이 있다면 그건 성공한 것이라는 증명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한 작품을 정성으로 올려 무대에서 보게 되었을 때의 그 뿌듯함도 관객들로 하여금 그 기분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즐겁게이~, 신나게이~,

[뮤지컬 프로듀서스]는 2월 1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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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설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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