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콘보이쇼]

폭발하는 공연열정의 진미를 만나다 일본에서 20년 동안 40만명의 관객을 열광시킨 무대, [더 콘보이쇼]가 국내 배우들로 이뤄져 새롭게 선보였다. 일본 영화배우이자 배우인 기타노 타케시가 “죽기 전 한번 봐야 한다”고 극찬한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독하게 달리는 [더 콘보이쇼]의 면모를 살펴본다. 늦은 밤 시인의 모임 늦은 밤 어느 창고, 스스로 시인임을 자처하며 모여드는 젊은이들. 이른바 ‘늦은 밤 시인의 모임’에 소크라테스, 프로이드, 다윈, 사르트르 등(을 자처한 젊은이들)이 인간 존재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대화는 쉽게 귀에 꽂히진 않는다. ‘지각을 한 이유에 대한 존재론적 변명’, '신체 특징에 대한 진화록적 이유’ 등, 이들은 대화라기 보단 마치 독백을 하는 듯 극히 연극적이고 시적인 단어들을 열거한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자아 찾기에 열심이고, 그 매개체는 ‘시’다. 소년들의 자아 찾기와 독백하는 듯한 대화로 시작하는 초반부 [더 콘보이쇼]는 관객을 시험한다. 무대 시작 전 7명의 배우들이 등장해 선보이는 노래와 춤은 흔히 볼 수 있는 ‘일본 아이돌’의 모습. 게다가 배우들이 내뱉는 과장된 대사와 몸짓, 일본 색 짙은 머리와 옷, 춤, 노래는 일본문화를 접해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경험이 될 요소다. 생생한 땀방울에 전율한다! 하지만 곧, 관객들은 무대 속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극적인 갈등이 등장하고, 코믹한 요소가 폭발하면서 그들의 순수한 노력과 땀방울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선보이는 폭발적인 춤에는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격한 댄스에서부터 재즈댄스, 탭 댄스까지 이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춤은 없어 보인다. 노래와 악기 연주는 어떤가. 7명이 보여주는 하모니 또한 수준 이상이다. [더 콘보이쇼]의 압권은 7명의 주인공들이 하나씩 시를 읊으며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시점이다. 윌리엄 워즈워드, 양인자, 유재하 등의 주옥 같은 시와 가사를 춤으로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숨이 멎을듯한 생생한 땀방울이 느껴진다. 보는 이를 전율케 하는 지독한 퍼포먼스다. 7명의 배우들은 꾀를 부리지 않는다. 순순하게 진격하고 끝이 보일 때까지 달린다. 이 쇼의 부제 ‘달리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가 괜히 붙여진 게 아닌 것이다. 이번 [더 콘보이쇼]에서 엄격한 3차 오디션으로 발탁된 이들은 우원호, 이병권, 황종호, 강인영, 조용수, 육동욱, 신선호. 이들은 더블 캐스팅 없이 한국과 일본의 45회 공연을 모두 책임진다. 이들 배우 중 낯익은 얼굴은 없다. 하지만 2시간 동안 숨가쁘게 내달리는 퍼포먼스를 보고 있자면 그들이 지닌 막강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더 콘보이쇼]는 ‘소피스트 소년들의 자아 찾기 쇼’라고 할 수 있다. 시를 낭독하는 듯한 서정적인 분위기가 있는가 하면, 엉뚱한 소년들의 배꼽 빠지게 하는 코메디가 있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가쁜 열정이 있는가 하면 소년들의 과장된 장난스러움도 있다. 어찌 되었든 이 작품에서 제대로 건질 수 있는 게 있다. 멈추지 않고 달리는 순수한 공연 열정. 그것이다. ---------------------- 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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