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와 음모, 그리고 반전의 드라마 [살인사건]

뮤지컬 [살인사건]은 지난해 [뮤직인마이하트]로 촉망받는 젊은 연출가 성재준이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죽어 사후세계로 간 형사가, 지난 세 가지 사건의 진실을 알고 ‘뒤늦게나마’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 알게 된다. 세 가지 사건의 진실은 세 가지 에피소드가 되어 관객들 앞에 펼쳐진다.

이 작품의 슬로건에는 ‘코믹’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코믹하고 발랄한 내용을 기대하고 간다면 생각보다 무거운 내용에 놀랄 수도 있다. 기존 성재준 연출의 아기자기하고 코믹한 맛이 가미돼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배신과 음모, 그리고 질투와 착각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다이어리’. 약혼자가 자고 있는 틈을 타 그의 다이어리를 우연히 보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다. 작품 제목처럼 항상 살인이 일어난다. 이 이야기는 여자가 그토록 사랑하는 남자를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는 과정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그리고 결말은 더더욱 안타깝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셋 중 각장 코믹하다. 조폭 집단에서 이인자를 결정하기 위한 다툼이 일어나는 과정에서의 기막힌(어쩌면 예상할 수 있는) 인물이 권력을 잡아가는 이야기. 원래 진정으로 음습한 욕망과 음모를 가진 자는 사뭇 평범하고 조용해 보이는 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에피소드다. 정의에 입각하지 못한 결말로 뒷맛이 씁쓸한 건 다른 세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마지막 이야기는 가장 관객들의 마음을 홀릴 수 있을 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연극성이 강한 이 작품에서 배우들의 훌륭한 넘버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고, 남편의 정부와 아내가 죽어 빛과 그림자가 된다는 설정도 참신하다. 하지만 큰 맥을 이루고 있는 음모와 술수는 이 이야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돼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뮤지컬 [살인사건]은 이 세가지 독립된 에피소드를 굳이 무리하게 엮어 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형사가 죽기 전 다뤘던 살인사건이라는 공통점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설정은 한 작품에서 여러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지만, 긴 호흡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매력이 감소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배우들의 활약은 즐거움을 주는 또 다른 요소다. 각 에피소드마다 보여주는 배우들의 섬세하고 열정적인 연기는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트에서 두 여배우들의 활약은 이 작품에 대한 인상을 좀 더 업그레이드 시킬 만큼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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