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석의 아트] 남자들 수다는 더하다
작성일2006.11.21
조회수10,028
90분 동안 남자들 수다를 들을 자신이 없으면 연극 [그녀석의 아트] 관람은 포기하는 게 나을 지 모른다. 작품 내내 세 남자의 쉴 새 없는 수다가 티격태격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 국내에서 2001년 초연돼 송승환, 오달수, 권해효, 김석훈 등 내노라 하는 배우들이 참여했고 여성배우 버전도 나온바 있다. 최근에는 대학로에 전용관을 오픈해 꾸준히 사랑 받아 오고 있다.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줄거리는 간단하다. 오랫동안 우정을 지켜온 세 명의 친구들이 있다. 성형외과 의사 상진, 조그마한 건축설계사 사장 현태, 문방구 사장 시구. 어느 날 상진이 1억 5천 만원짜리 미술품을 샀다. 그런데 그 그림이라는 게 하얀 바탕에 (자세히 보면)하얀 선이 그려졌다는 난감한 작품이다.
이 난해하기 이를 데 없으면서도 웬만한 전세 값을 웃도는 하얀 그림 하나가 이 세 친구들의 우정을 시험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현태는 이 판떼기 하나를 1억 5천만원에 산 상진이 마음에 안들고, 상진은 자신의 모더니즘 예술관에 대해 규태가 이전부터 무시해왔다고 생각한다. 시구는 이 둘 사이에서 갈팡지팡, 나름의 고민이 있는 사나이.
이들이 사소한 오해, 혹은 해묵은 서운함들을 풀어낼 때, 보는 사람에게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게 이 작품의 힘이다.
“언제부터인가 걘 나를 보면 웃지도 않는다” “걘 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비아냥부터 하지” 등 일상에서의 서운함이 한 순간에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 관객은 자신의 우정을 어떤가에 대해 돌아보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위트 있는 대사와 반전은 [그녀석의 아트]가 갖고 있는 미학이다. 언제부터인가 서로 견제 아닌 견제를 해온 수현과 규태가 아슬아슬 속마음을 드러낼 때나 친구들끼리의 미묘한 경쟁심리가 위트 있는 대사로 살아나 폭소를 유발한다. 결국 우정을 시험대에 오르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지나치게 모던한, 값비싼 그림은 이들이 뜨끈한 우정을 되찾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과정 역시 재미있다.
우정이란 무엇일까? 남녀사이의 사랑이 득세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동성간의 우정은 지켜내고 키우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과제일 수도 있다. 게다가 각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겨난 가치관이 점점 벌어질 때면 어렵게 쌓은 우정이 한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
[그녀석의 아트]는 이러한 우정에 대해 세세한 심리를 위트 있게 그려내고 있는 수작. 우정에 대한 연극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연극이다.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