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신나는 뮤지컬 - 브로드웨이 42번가
작성일2004.08.10
조회수8,983
‘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되어야한다... 전 이 말이 꽤 맘에 듭니다. 비록 오늘 나의 삶이 지루하게 흘러갈 지라도, 이미 시작한 내 인생의 주인인 나는 이 하루와 내일을 열심히 살아야가 하고, 무대 위의 배우들도 자신들이 만들어낼 멋진 공연을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보여주고 싶겠지요.
오늘도 어디선가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을 배우들이 있고, 그들이 주는 인생의 다채로움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한,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심심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귀여운 여인’이라는 뮤지컬을 만드는 과정과, ‘페기 소여’라는 시골출신의 무명 신인이 주연배우의 부상을 계기로 떠오르는 스타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뮤지컬 자신을 소재로 한 만큼 공연 전체가 화려함으로 가득합니다. 특히 이번 공연은 2001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리메이크 된 버전을 들여와 쇼적인 요소가 더욱 강조되었다고 합니다.
40명이나 되는 코러스들이 가득 메운 무대는 동전위에서 춤을 추는 코인댄스, 위에서 거울로 누워있는 코러스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싱크로나이즈드 댄스, 버팔로로 가는 신혼여행 기차, 3층으로 만들어 노래하는 코러스들을 보여준 분장실 등을 통해 멋진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쇼적인 부분이 강조되다보니 아무래도 이야기는 다소 생략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스토리가 줄어든 것에 비해 대사로만 이루어지는 부분들이 화려한 쇼무대와 비교가 되어서 늘어지는 느낌이 살짝 들었던 것과, 제작자인 줄리안과 페기의 사랑이야기는 펫과 도로시의 사랑이야기에 비해 많이 줄었고, 좀 급작스럽다는 느낌이었지만, 공연 자체를 즐기는 것에는 별 무리는 없습니다.
번안 뮤지컬은 아무래도 원작이 외국이다보니 그만큼 노래의 가사 전달력이 떨어집니다. 아무리 노래 잘 부르는 배우가 불러도 가사가 평소 잘 안쓰는 말들이면 귀에 들어오지 않잖아요? 저는 ‘맘마미아’를 보면서 우리나라 중견 여자뮤지컬 배우들이 참 멋지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노래가 좋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다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 그래도 노래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려면 원작 뮤지컬처럼 아바 노래 그대로를 부르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니면 정말 충실하게 번역을 잘 해서 귀에 쏙쏙 들어오게 노래를 만들던지요.
이번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공연을 보면서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는데, 대본을 구해서 읽어보니 우리말로 쉽고 재미있게 번역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공자님 말씀 운운... 이라던지 버팔로행 신혼열차는 새마을호라는 식으로요.
더블캐스팅인것은 아시죠? 저는 맘마미아에서 멋진 무대를 보여준 박해미님과 전수경님의 도로시와 매기를 봤습니다. 연륜이 묻어나는 두 배우가 있어 브로드웨이 42번가가의 극적인 집중력과 흐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무명생활을 거치고 코러스에서 주연으로 우뚝 선 김미혜님도 그동안 열심히 갈고 닦은 멋진 탭댄스 실력을 보여줬고요. 좋아하시는 배우가 나오는 날에 공연을 보시는 것도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의 수가 늘고, 그만큼 공연에 대한 관객의 수준도 올라가고 있는 것에 비해, 수입되는 뮤지컬의 경우 공연의 유명세와, 이름있는 배우들을 캐스팅 하는 것만으로 흥행의 성공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계속 그 명성을 이어가려면 최고의 무대를 관객에게 선사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수많은 코러스들의 노력만큼이나 값진 무대로 계속 발돋움하여 관객에게 더욱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멋진 공연이 되길 바랍니다.
뮤지컬 전용 극장인 팝콘하우스는 무대 자체는 작은 편이지만, 나름대로의 장면전환이 잘 이루어 공연을 소화해내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공연장 크기로 따지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보다 조금 작은 정도의 수준이랄까요. 2층 중간 뒤쪽에서 봤지만 배우들 얼굴도 보이고, 전체적인 무대도 잘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히려 예전에 뮤지컬 ‘페퍼민트’를 볼 땐 1층 약간 오른쪽 뒤에서 봤는데 그것보다 2층이 훨씬 좋더군요. 앞좌석과의 높이도 여유 있으니 좌석 고르실 때 참고 하시길. (제 시력은 렌즈 착용하고 1.0 정도 됩니다. ^^;;)
그런데, 살짝 거슬리는 것은 환풍기인지, 여튼 냉방시설 돌아가는 소리입니다. 의외로 상당히 그 울림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덥다고 느껴지니 더위 많이 타는 분은 고려하심이.. ^^;; 아! 공연 관람 전에 물 많이 드시지 마세요. 화장실이 적어서 인터미션 때 엄청 밀립니다. 겨우 6칸으로 그 수많은 여자 관객들을 감당하려하다니!!! 개선하라! 개선하라!
신나는 공연을 보러 왔으니 마음껏 즐기세요~ 머리 아프게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 신나는 탭댄스와 화려한 의상과 조명에 마음을 던지세요. 가끔 노래와 춤이 없는 부분에서 조금 지루함을 느끼시더라도 곧 화려한 무대가 펼쳐지니 여유를 가지시고요. ^^
머리가 복잡해서 신나는 걸로 기분전환이 하고 싶을 때.
비슷한 소재지만 ‘코러스라인’보다 훨씬 단순하고 가벼운 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식의 화려한 무대를 좋아하는 분!
복고적인 느낌이라서 어른들 모시고 보기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글쓴이 : 김효진, 티키프렌즈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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