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수생각] 만화 속 튀는 유머, 잔잔한 즐거움, 연극에 그대로

만화 [광수생각]이 연극으로 탄생했다. 평범한 남자 신뽀리와 그의 가족, 친구들이 등장해 인생에 대한 단상을 남기는 이 작품은 특히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이를 위트 있게 풀어나가는 유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동명의 만화를 사랑한 관객이라면 짤막한 컷 수와 허를 찌르는 유머, 따뜻한 시선의 만화가 연극에서는 어떻게 풀어갈 지 궁금할 것.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연극 [광수생각]은 만화의 느낌을 최대한 끌어오되, 단막 단막 끊어졌던 이야기를 ‘광수(주인공 이름이 신뽀리에서 광수로 바뀌었다)의 사랑’이라는 요소 중심으로 모아 만들어, 꽤나 잔잔한 즐거움을 주는 연극으로 탄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착하디 착한 남자 광수. 그는 오랫동안 초등학교 동창생인 지현을 짝사랑 하고 있다. 하지만 번번히 고백에 실패하고, 오랜 세월을 친구로 남아있는 상태. 그는 초등학교 동창, 좋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현의 곁을 지킨다. 그에게는 그처럼 평범한 가족도 있다.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바쁜 아버지, 보통 우리들의 어머니와 다를 바 없는 어머니, 철없는 동생까지. 이들과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극이 진행된다. 평범한 남자의 광수의 오랜 짝사랑의 아픔과 시행착오. 때론 힘이 되고 때론 짐이 돼버리는 가족과의 문제. 이들이 헤쳐 모여 하는 동안, 만화로는 느낄 수 없었던 진한 감정이 우러나온다. 직접 만화가 박광수의 카툰이 등장하기도 한다. 무대 셋팅을 바꾸기 위한 암전 때, 스크린을 통한 한 토막의 만화 [광수생각]이 등장, 연극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이 작품은 인생 이야기 중, 사랑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이 작품에서 광수는 항상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고백에 실패한다. 주저하는 동안, 그녀의 마음은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다른 남자에게 떠나버리고 만다. 지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광수의 무모한 행동도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연극은 착한 연극. 해피엔딩이 아니면 큰 후유증에 시달리는 관객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광수생각]은 무대변화가 많긴 하지만 단막 만화가 원작인 작품에서 우려되는 단절감이 없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연극에서는 최초로 시즌제를 도입한다고 하니, 다음 시즌에서의 광수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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